절대 그의 이름을 부르지마...
2021년 봄, 제가 경기도 포천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던 때입니다.
저는 대대원이 200명 정도 되는 부대에서 복무했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부대이기도 하고 대대장님도 젊은 분이셔서 장기자랑,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대대차원에서 자주 진행하곤 했습니다. 당시에도 훈련이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대정비 말고는 딱히 일과가 없는 한가한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2020년 1월 군번으로 이미 병장이었기 때문에 무료함은 남들의 두배는 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가뭄에 단비. 다음 주에 체육대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종목별로 출전선수를 정하라는 중대장님의 말이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저는 공책에 나만의 스쿼드를 짜던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동기들과 함께 부대원 사진을 출력해서 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결국 생활관 중 조용한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생활관 명에 중대 소속 간부들의 이름을 넣었는데(간부 이름이 이병건이면 이병건 생활관) 오랜만의 즐거움 때문이었을까요? 평소였다면 분명 생활관까지 붙여서 말했을 저인데 저도 모르게 복도에서
‘야! 이병건 조용해!!!!!’
라고 외쳐버린 것입니다.
분명 방금까지 없었던 사람이 제 뒤에서 ‘나 조용히 하라고?’ 라고 묻는 일이 생기는 게 인생인가요? 다행히도 오해라는 것을 알린 뒤에 별 일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그 순간에 느꼈던 당황스러움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그 뒤로는 누군가에 대한 말을 하기 전 주위를 살피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