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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아르바이트(할 뻔)

울면죽여버리는 사적
05.29
·
조회 212

20살 여름방학, 친구들이 하나둘 알바를 시작하길래

남자친구도 없고 저도 뭔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알바 구함” 전단지가 딱 눈에 들어왔어요.

대형 갈비집 유리창에 붙어 있던 그 전단지를 보고

‘이건 운명이다!’ 싶어 바로 들어갔죠.


 

“저.. 알바…”라고 말하자

직원분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네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구석 좌식 테이블로 안내해주셨습니다.


 

면접이라 생각한 저는 공손히 앉아, 핸드폰도 안 만지고

인어공주 자세로 얌전히 기다렸어요. (치마가 짧았음)


 

그런데 갑자기 밑반찬이 나오더니,

조금 뒤엔 돌솥밥 정식 한 상이 나오는 겁니다.


 

‘아, 손님이 많으니 밥 먹으면서 기다리라는 뜻인가 보다…

와 진짜 좋은 가게다..’ 싶어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남기면 예의가 아니다 싶어 시금치 반찬 하나까지 싹 다 먹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기다렸습니다.

손님들은 다 나가고, 직원들은 마감 청소를 시작했어요.

‘아, 다 끝나고 면접 보려나 보다’ 하며 조용히 더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영업 끝났습니다~”

“어… 저 알바 구하신다 해서 왔는데요…”

“아 알밥 시키신 거 아니었어요?”


 

……네?


 

제가 “아 저.. 알바..“라고 한 걸,

사장님은 “아 저.. 알밥..”이라고 들으신 거였습니다.


 

당시는 혼밥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땐데

큰 고깃집에 혼자 와서 알밥을 시켜먹고 청소할 때 까지 앉아 있는 여자애가 된겁니다.


 

너무 당황해서 짐싸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하려는데,

모여든 직원분들께서 웃으면서 “괜찮아요ㅎㅎ” 하고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여긴 나이 좀 있으신 분들만 뽑아요”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생 첫 면접은

공짜 알밥 하나 얻어먹고 끝났습니다.

 


 

(제 전재산과 미래와 명예를 걸고 MSG 1%도 안 쳤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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