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아르바이트(할 뻔)
20살 여름방학, 친구들이 하나둘 알바를 시작하길래
남자친구도 없고 저도 뭔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알바 구함” 전단지가 딱 눈에 들어왔어요.
대형 갈비집 유리창에 붙어 있던 그 전단지를 보고
‘이건 운명이다!’ 싶어 바로 들어갔죠.
“저.. 알바…”라고 말하자
직원분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네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구석 좌식 테이블로 안내해주셨습니다.
면접이라 생각한 저는 공손히 앉아, 핸드폰도 안 만지고
인어공주 자세로 얌전히 기다렸어요. (치마가 짧았음)
그런데 갑자기 밑반찬이 나오더니,
조금 뒤엔 돌솥밥 정식 한 상이 나오는 겁니다.
‘아, 손님이 많으니 밥 먹으면서 기다리라는 뜻인가 보다…
와 진짜 좋은 가게다..’ 싶어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남기면 예의가 아니다 싶어 시금치 반찬 하나까지 싹 다 먹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기다렸습니다.
손님들은 다 나가고, 직원들은 마감 청소를 시작했어요.
‘아, 다 끝나고 면접 보려나 보다’ 하며 조용히 더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영업 끝났습니다~”
“어… 저 알바 구하신다 해서 왔는데요…”
“아 알밥 시키신 거 아니었어요?”
……네?
제가 “아 저.. 알바..“라고 한 걸,
사장님은 “아 저.. 알밥..”이라고 들으신 거였습니다.
당시는 혼밥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땐데
큰 고깃집에 혼자 와서 알밥을 시켜먹고 청소할 때 까지 앉아 있는 여자애가 된겁니다.
너무 당황해서 짐싸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하려는데,
모여든 직원분들께서 웃으면서 “괜찮아요ㅎㅎ” 하고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여긴 나이 좀 있으신 분들만 뽑아요”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생 첫 면접은
공짜 알밥 하나 얻어먹고 끝났습니다.
(제 전재산과 미래와 명예를 걸고 MSG 1%도 안 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