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때 독깨팔 된 썰
초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정월대보름날 할아버지 댁에 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망치로 호두를 까주시며 부럼깨기에 대해서 알려주셨지요
옆에 엎드려 호두를 낼름 받아먹던 중
아주 깔끔하게 반으로 쪼개진 호두껍데기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 호두껍데기를 이용해 장난을 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호두 속을 대충 채운 뒤 할아버지 서재에 있는 오공본드로 호두를 붙여놓고 가족들을 속이기 위해 때를 기다렸습니다
저녁이 되어 오곡밥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티비를 시청하고 있던 평화로운 그 시간
저는 당당히 센터로 나아가 외쳤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모두 주목해주십시오 제가 머리로 이 호두를 깰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두를 바닥에 내려놓고 망설임 없이 머가리로 내려 찍었습니다
쩌어억
성공적으로 호두는 깨졌습니다
그리고 제 머가리도 깨졌습니다
호두를 헷갈리는 아마추어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공본드가 너무 단단히 붙었던 탓일까요?
호두는 결대로 쪼개지지 않았고 제 머리의 충격만을 온전히 흡수한 듯 껍데기 중앙 부분이 깨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냥 진짜 머리로 호두를 깨버린 것이었습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파편들이 내 뼛조각처럼 느껴지고 흐릿하게 보이는 호두알맹이가 제 뇌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너무 아픈 나머지 그대로 주저 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할머니는 맨소래담을 가져와 머리에 발라주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파스냄새를 맡으면 해리포터 마냥 머리가 욱씬거리곤 합니다
그날 뇌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로 저는 차분한 모범생이 되었고 지금 이렇게 침투부를 보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너무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가 있다면 머리로 호두를 깨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넝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