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아무렇게나 하면 안되는 이유
때는 2017년
저는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에 매료되었습니다.
취업 준비와 관련해서 우울감이 찾아올 때 저를 위로해 준 고마운 책이었어요
그러다 책의 저자인 윤홍균 교수님이 근처에 강연하러 온다는 식을 듣고 냉큼 신청하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강연으로 들으니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좋더라고요
그렇게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는 시간이 와서 책을 들고 갔죠.
“책 정말 좋았습니다!”
저의 애정을 표하고, 사인 해주시는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셨나요?"
라고 저에게 물으시더라고요
물음이 올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아서 무슨 말인가 싶었다가
흐름 상 “강연도 재밌게 들으셨나요?” 아니면 “책 괜찮으셨나요?” 같았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 절반은 가겠지 싶어서 “네!” 라고 했는데
순간 교수님 표정이 굳으셨고
사람이 놀라면 실제로 ‘헉’이라고 말한다는 걸 제 뒤에 서 계시던 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실수한 건가 싶어서
무슨 말을 하셨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되감기 한 것처럼 기억이 나더라고요
“강연은 별로셨나요?"
그때 당황해서 ‘ㅡㅓㅏㅡㅏ 아니 강연도 좋았어요’라며 뒤늦게 수습하긴 했는데
사인이 마무리되면서 작가님의 씁쓸한 웃음을 뒤로한 채 나와야 했고
마음씨 좋은 제 뒤 차례 분이 ‘강연 잘 들었어요’라는 인사를 드리면서 제 무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익살스럽게 물어보신 것 같은데
살짝 멍때린 결과로 저는 저자 강연에 책까지 들고 가서 ‘님 강연 개노잼’이라고 단언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죄송해요
강연 정말 재밌게 잘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