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도서관_강연_유출본.chh

일단 강연 참여 인증~
앞쪽 맨 뒷줄에서 노트북 타닥타닥하면서 소장님 강연 메모하고 있었습니다.
방해가 되었다면 사과 드립니다.
마침 저는 강의에 사용된 논문도 다운로드 받아 두었기 때문!에 아주 편하게 후반부 강연을 감상하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강연 내용은 쭉 녹음하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버스에서 들으면서 자니까 잠이 잘 오더라고요. 크크크.
지난번 전시회 때처럼 이번에도 밤샘 알바하고 안 자고 버스타고 서울 오니까 피곤하긴 했는데 소장님이 앞에 계시니까 잠이 싹 달아나는 마술.
전반부는 고고학 관련해서 많이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소장님..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이 시리즈는 3편까지밖에 없을지도?)의 팬이시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이 페도라(중절모)를 쓰는 이유를 강연의 인트로로 사용하셨습니다.
소장님의 레고와 플레이모빌과 과거 사진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하지만 그걸 찍어왔다간 소장님이 저에게 고소미를 먹이실 것 같아서(…) 다른 사진으로 대체.

유명한 고고학자이신 이안 호더.
파나마 햇인가? 파나마 햇도 페도라의 일종이긴 합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엄청나게 인기를 끈 이후로 고고학자들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페도라를 착용하곤 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완전한 미디어의 허구는 아닌게, 본래 고고학자들은 젠트리, 부르주아 같은 중류층 출신이기도 했거든요.
페도라는 남성용 정장 세트의 부속품 중 하나다보니 이들은 종종 페도라를 쓰곤 헀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이를 차용한 것이죠.
또한 햇빛을 가린다는 실용성 면에서도 꽤나 좋은 성능을 보였기 때문에 여러면에서 이러한 물결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장님은 캡을 더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또한 트라울(Trowel)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고고학자들의 상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솔직히 이거 맞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트라울이라고 하면 미장용 트라울을 생각하죠. 대략 이런 거.
하지만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는 위와 같은 삼각형 모양의 트라울을 주로 사용합니다.
본래 발굴 현장에는 정말 많은 연장(…)이 들어갑니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부터 시작해서 삽, 저러한 트라울까지.
앞이 단단하면 00형 트라울, 말랑말랑(?) 하면 00형 트라울 같이 구분하기도 한다는데 이건 저만 알겠습니다.
한국 고고학자들의 경우에는 트라울 대신 날이 평평한 호미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고 하네요.
소장님은 ‘어-느새-부터 호미-는 안 멋져’를 시전하셨는데… 의외로 소장님이 호미 들어도 멋지실지도.

강의 듣다가 딴 생각 하기
소장님이 말씀하신 ‘고고학은 인간과 물건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학문’이라는 말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사람(행위 수행자)’가 의지를 가지고 제작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물건(고고학적 자료)’가 생기고,
이는 ‘사람’에 의해 사용되며 경험이 쌓이고 또 다시 해석된다는 부차적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여담으로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완전한 의미의 고고학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있다는 것에 속으로 혼자 웃었습니다.
방법론적으로 정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져다 써야하는게 고고학이니까요.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나중에 한 300년 쯤 지나서 컴퓨터도 유물이 되면 고고학자들은 컴퓨터공학이나 컴퓨터학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반부의 내용은 소장님이 쓰셨던 논문인 ‘투트모스 3세와 하트셉수트의 관계성’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는 형태였습니다.
섭정 역할을 하던 왕족 여성과 너무나도 어렸던 왕.. 뭔가 많은 역사적 케이스가 떠오르곤 하는데요.
천추태후-목종 관계와 같은 파국도 있고, 정순왕후-순조와 같이 섭정의 권한이 센 경우도, 정의왕후-성종처럼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죠.
하트셉수트와 투트모스 3세는 추후 공동 파라오와 비슷한 관계를 가지기도 했으니 동아시아사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아보기 조금 어려울 것입니다.
흔히 ‘투트모스 3세는 하트셉수트의 왕위 찬탈에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라고 하는게 정설에 가깝다고 알려져있는데,
소장님은 논문에서 여러가지 물적 증거와 정황 근거를 들어서 ‘오히려 존경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논문을 통해 의견을 내신 거죠.
거의 모든 학자들이 그렇지만,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발굴 현장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고려하여 이러한 새로운 가설들을 세우고 학계에 공유하곤 하지요.
학계에서 ‘정답’이라는 개념은 사실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말 수학 공식처럼 답이 딱딱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들은 새로운 물적 증거나 더 설득력 있는 가설에 의해 변형되거나 폐기되곤 합니다.
이건 비단 인문학 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그래요. 궤도사령부 가서 이 이야기를 해도 고개 끄덕이는 분 많으실 것.
질문 타임에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아니 다들 무슨 질문을 강연 전부터 준비하셨나 싶을 정도로 많이 하시길래 ‘어음..’ 하면서 포기했습니다.
‘대중’말고 ‘다중’이라는 표현이 좋다고 하셔서 그걸로 단어도 바꾼 질문이었는데! 흑흑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죠…? 있어야할텐데…..
싸인줄도 너무 길고 저는 가지고 간 것이 뭣도 없기 때문에 비루한 마음으로 소장님을 폰에 담았습니다.
싸인 받으신 여러분들의 모습도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이것도 역사라고. 그럼그럼.

강연 시작부터 난 꾸준히 소장님이 귀엽고 잘생겼다고 생각해왔어.

어쩌다보니 소장님 퇴근길까지 한 컷. 선글라스는 셀럽의 필수품이죠.
못 다한 질문 다가가서 해볼까? 하다가 그러면 민폐겠지.. 하고 아련한 눈빛을 보내?며 버스터미널로 터벅터벅 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상을 적어주셨길래, 저도 녹음한 거 다시 듣고 메모한 거 보면서 요점 정리 하는 느낌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이래저래 그동한 대학생으로서 공부한거 재확인 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새로 알게 된 것도 많았네요.
다음 강연에서 또 뵙겠습니다 소장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