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묵은 이집트 미라전 후기입니다

토욜에 이집트 미라전을 갔다 왔읍니다. 한국인(침투부 구독자 맞음) 분들의 조언 덕에 오픈런을 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 관람했읍니다.
그래도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와있는 걸 보고 한국인(침투부 구독자 아님)들이 이집트에 관심이 많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화제의 혼자 있고 싶어요 다 나가주세요 석상도 보고 왔읍니다.


테라코타 관뚜껑과 경산 인면문 토기의 양식적 동일성을 통해 신라가 이집트 문명의 적법한 계승자임을 짐작할 수 있읍니다.
죄송합니다. 소장님.

이집트 유물하면 정교한 부조와 가지런한 히에르글리프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혼란기에 비례가 무너진 작품들도 제시해줘서 재밌었읍니다.
설명처럼 조잡하다기 보다는 나말여초 이형다층석탑이나 고려시대 지방 석불처럼 재밌는 느낌입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끝날 때에야 고조선이 역사 속에거 가시화되기 시작한다니, 이집트의 역사가 정말 유구함을 깨닫습니다.

오, 이 자치령 앞을 지나가는 침하하 이용자들이여!
총평을 하자면 이번 전시 참 재밌게 봤습니다.
이름부터 미라전 이기 때문에 이집트의 장묘문화나 미라에 집중된 전시일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미라의 비중이 아주 크거나 하진 않더군요.
사실 그래서 ‘오히려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접근, 역사적 변천,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그 속에 담긴 물질문화와 정신문화, 그 중에서도 특별한 장묘문화와 미라. 이런 전시구성이 끊김 없이 물 흐르듯하여 좋았습니다.
또한, 이집트 역사나 유물에 가진 막연한 스트레오타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소장님처럼 고고학 전공자는 아니나, 비슷한 분과학문인 역사학 전공자입니다. 비록 고대 이집트 문명을 간단하긴 하더라도 공부한 적이 있지만,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멈춰있었읍니다.
이집트의 정치와 사회 일반, 피라미드, 미라 및 사자의 서와 사후관 등등. 하지만 이번 전시는 조금 달랐습니다. 속으로 떠올렸던 파라오의 휘황찬란한 황금유물이 아닌, 일반적인(물론 상류층도 많았겠지만요) 고대 이집트인의 삶과 생각을 추척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학교로 소장님이 출강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흐흐흐. 원래 고대 이집트 문명 만을 다루는 강의가 열렸었는데 담당하시던 교수님이 그만 타계하셔서 더이상 개설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전공하셨던 교수님은 아니셨지만 (이스라일 히브리 문화를 전공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기가 많아 다른 학교에서까지 학점교류로 왔던 강의거든요. 저는 미처 듣지 못해 아쉬운데 곽 소장님께서 이어받아 출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흐흐흐
여튼 각설하고 정말 재밌는 전시였습니다. 다만 상술했듯 이집트 미라전이라기엔 미라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일부러 정보를 안 찾아보고 갔는데 저는 카이로 박물관 미라전시실처럼, 예컨대 람세스 2세의 미라 같은 당시의 모습이 완연한 미라를 보고 싶었는데 그렇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제간연구를 통해 미라를 CT 촬영하여 다방면에서 분석하는 파트 역시 예상하지 못하고 갔는데 재밌었습니다. 방사형 전시실의 미라 내관의 변천 역시 흥미로웠구요. 그러므로 아주 아주 만족 많이하고 갑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가보고 싶네요. 혹시 아직 못 가보신 이집트 자치령 횐님들 계신다면 꼭 방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