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과제로 썼던 짧은 소설? 하나 올려봐유
(소설이라고 하긴 그렇고 그냥 짧은 글?)
제목: 덕이
함박눈이 내리던 날, 덕이라는 이름의 여덞살 소년과 그의 부모가 우리 마을에 나타났다.
초라한 행색의 그들은 겨울 동안 지낼 거처를 구하던 중이었다.
그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외지인에 익숙치 않던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장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우리 집 창고에 그들의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어디서 왔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그들은 함경도라고 답할 뿐 그 외의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내가 찐 감자를 입에 욱여 넣었다.
이후 그들은 아버지의 마을일을 도왔고, 마을 사람들도 점차 그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럼에도 덕이의 부모는 여전히 어쩌다 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덕이는 종종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덕이의 아버지는 그를 꽉 안고 있었고, 어머니는 하염 없이 눈물만 흘렸다.
우리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자세한 것은 묻지 않았고, 조용히 나를 시켜 의원을 데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보부상 다섯이 길을 잘못 들어 마을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덕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기 몸만한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인민군이 쳐들어 왔다고 고래고래 소리 쳤다.
그 짧은 순간에 덕이는 산 속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덕이를 찾기 위해 산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계곡 밑에서 죽어 있는 덕이를 발견했다.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겨우 덕이의 부모를 부축해 가며, 장례를 마쳤다.
마을 온통 침울한 분위기였다.
말 한마디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그때, 덕이의 부모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하다 말했고, 우리는 위로로 답했다.
함경도에서 피난민 생활을 하던 덕이네 가족은 전세가 역전되면서 남쪽으로 도망쳐 내려왔다.
덕이는 그 어린 나이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광경을 두 눈으로 코 앞에서 목도했고, 이후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덕이의 부모는 덕이를 간신히 달래가며 거처를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았고, 끝내 우리 마을에 당도했던 것이었다.
덕이의 부모는 덕이의 기일이 되면 뒷산으로 올라가 조촐한 제사를 지낸다.
내일이 바로 그 날이다.
여전히 밖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