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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충직한 유위대
07.21
·
조회 17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젖은 머리를 말릴 힘도 없다. 

퀴퀴한 방 안 공기, 창밖으로 보이는 옆 오피스텔의 불빛. 

저 중에 나처럼 방금 좀비처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월요일부터 이게 맞는 건가. 

아침 9시부터 김 부장이 던져준 기획안을 붙들고 점심도 거르며 일했다. 

거의 완성해서 6시 퇴근을 꿈꾸던 내게, 그는 지나가듯 말했다. "

아, 미안. 이거 디렉션이 완전 틀렸네. 처음부터 다시 하자."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욕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할 수 있는 건 "…네, 알겠습니다" 뿐. 

 

그 한마디에 내 저녁과 다섯 시간이 날아갔다. 

박 팀장은 옆에서 못 본 척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그 비겁한 침묵이 더 역겨웠다. 

이게 회사고, 이게 사회생활이라고? 그냥 거대한 가스라이팅의 현장이다.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월급은 어차피 카드값과 월세, 관리비로 다 빠져나갈 돈. 

이렇게 내 영혼을 갈아 넣으며 버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한 달을 버티는 것뿐이다. 

 

친구는 작년에 영끌해서 산 아파트가 두 배가 올랐다고, 

누구는 코인으로 퇴사했다고 하는데 

나는 뭔가. 주식 앱을 켜면 파란색 숫자들만 날 비웃고 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버튼을 잘못 누른 걸까. 

아니, 애초에 내게 주어진 버튼이 있기는 했던 걸까.

 

엄마에게서 카톡이 와 있다. 

‘선 볼래? 판사래.’ 서른다섯 먹은 딸을 어떻게든 치우고 싶어 안달이다. 

 

엄마, 지금 내 몰골을 봐.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왔고, 

스트레스성 탈모 때문에 정수리가 휑하다. 

 

이 얼굴로 판사를 만나면 그 사람이 날 고소할 거다.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소모할 에너지 따위는 진작에 방전됐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가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나는 또 알람 소리에 맞춰 

기계처럼 일어나 화장을 하고, 지옥철에 몸을 싣고, 

부장님 책상에 수정된 기획안을 올려놓겠지.

 

이게 내 현실이다. 

자기 전, 잊지 말고 신경안정제 한 알. 내일의 나를 위해. 취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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