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워, 텅 빈 천장을 보고 있다. 술기운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정신은 시리다. 방금 전까지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웃고 떠들던 내가, 지금 이 방 안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입꼬리에 경련이 일도록 웃고, 진심 한 톨 없는 축하를 건네고, 비싼 축의금을 내는 내 모습이 역겨웠다.

그들은 나를 ‘성공한 골드미스’라고 부른다. 강남에 살고, 번듯한 직장에, 자기관리에 철저한 여자. 다 개소리다. 이건 그냥 잘 포장된 감옥이다. 나는 이 값비싼 월세를 내기 위해 영혼을 팔아 일하고, 늙어가는 육체를 채찍질하려 운동을 하고,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명품과 화장품으로 필사적인 방어전을 치른다.

나는 상품 진열대 위에 놓인 유통기한 임박한 상품이다. 처음엔 모두가 탐냈지만, 이제는 ‘마감 세일’ 딱지가 붙어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 가끔 나를 살펴보는 남자들은 가격표와 성분표만 훑어보고는 더 싱싱하고 어린 상품을 향해 돌아선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노골적인 계산과 경멸을 나는 안다.

카톡 친구 목록은 500명이 넘는데, 지금 이 시간에 ‘죽고 싶다’고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나의 ‘성공’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나의 ‘실패’를 감당하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 나의 우울은 그들에게 전염병이고, 나의 고통은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소음일 뿐이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게 더 절망적이다. 감정마저 다 마모되어 버린 것 같다. 나는 그냥, 숨 쉬는 살덩어리다. 차갑고, 무겁고, 텅 비어버린.

내일 아침 해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