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짝사랑이야기 (조언이 필요합니다)
안녕하세요 행님들?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개청자 5년차, 올해로 스무살인 남자입니다.
최근 짝사랑에 빠져 고민과 설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와중에 행님들의 조언이 절실해 글을 몇 자 적어봅니다.
때는 올해 5월 달, 슬슬 해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던 늦봄이었고
저는 모 대회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익명성을 위해 어떤 분야인지는 말씀 못 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준비한 예선을 수없이 연습한 뒤 무대로 올라섰고
나름 수월하게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던 중
그녀와 처음 눈이 마주쳤지요.
찰나의 순간, 속으로 나지막이 생각했습니다.
존1나 예쁘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빠져나올 새도 없이 바로 절어버렸죠.
결국 저는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뭐, 미련은 없었습니다. 경험 삼아 나간 대회였거든요.
그렇게 남은 대회를 동료들과 신나게 즐기고 나서
그녀를 포함해 다같이 모여 수다를 떨던 중 어쩌다보니 나이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스무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도 스무살이라며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악수를 했고 그 순간 제 심장 박동은 초당 120회까지 치솟았습니다.
말단 부위의 모세혈관까지 혈류가 퍼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대화를 즐겁게 하고 난 뒤 우승한 제 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가려는데
그녀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달라고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겁니다.
저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친구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남아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판에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저에게 언제부터 했냐, 너무 멋지다 하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그 상황은 너무나 꿈만 같고 행복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대화에 함께했던 또다른 누나 한 분을 포함해 셋이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결과적으로 저에 대한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어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으로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중간에 그 누님은 귀가하셨고
그녀와 저, 단둘이 남았지요.
몇 곡을 더 기깔나게 부른 뒤 시간이 늦어 갈 곳은 없고
그냥 동네를 산책하기로 합니다.
황백색의 가로등이 비추는 적막하고 쌀쌀한 거리를
둘이서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외모적으로는 정확히 제 이상형임과 동시에, 성격도 너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취향도 정말 많이 겹쳤거든요
그런 꿈같은 하루를 보낸 뒤 본격적으로 그녀와 연락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행사에 같이 가기도 하고, 단둘이 만나서 밥도 먹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행사에 같이 가기도 하고 제 지인들도 하나둘 알아가다보니
슬슬 그녀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지나고는 배우기도 하고 영상도 촬영하기로 했다며 다른 분과 약속을 잡고
더 지나서는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를 입문시키고 사람들과 만나게 해준 것은 분명 잘 한 일이고, 그녀도 저에게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제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그래도 나에게 조금 더 관심을 주고 시간을 할애해줬으면..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지금 누구의 잘못도 아닌, 제가 통제할 수도 없는 그녀의 남자들과의 관계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정말 이러다 누구하나랑 사랑에 빠지는 거 아닌가.. 하며 망상을 시작하고 머릿속의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고
급격하게 우울해져요.
요즘들어 내가 뭔가 다가가지 않으면 연락도 없고, 막 대화가 이어지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더 속상하더라구요.
때로는 신경써서 보낸 디엠을 보지 않으면 제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뭐든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그런 사소한 일들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리고 제가 제 중심을 잘 지키고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저에겐 그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의 유년기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부모님은 항상 싸우셨고, 이혼하신 뒤 아빠와 살면서도 아빠의 욱하고 예민한 성격을 피해 감정들을 그저 묵살하며 지내왔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 이상으로 감정조절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이고 꾸준한 사랑을 받지 못 했다는 감각이 제 무의식에 자리잡았고
그런 결핍을 비단 연인 뿐 아니라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해소하려고 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관계가 좋아진다 싶으면 과하게 의존하고,
상대방은 돌아서고 저는 상처받기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이게 참 걱정이더라구요.
제가 인터넷에서나 보던 과하게 통제하고 집착하며 불안해하는 그런 사람이 될까봐요.
그래서 저는 성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런 짝사랑은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타인으로부터 내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고 관계에 집착하는 이런 태도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