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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 망국이다

평화로운 허자
05.10
·
조회 78

 

외국인이 우리 국적을 갖기 위해 치르는 귀화시험장에는 황교안식 애국자들이 넘쳐난다. 그 어려운 애국가를 4절까지 한숨에 암송하며, 자유와 책임은 같은 것인 양 복창하며 복종의지를 과시하게끔 단련된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애국심은 “나라 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던 황교안 총리를 훨씬 초과한다.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 4대 의무임을 깨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제 공무원들은 애국가 암송에 태극기 그리기까지 부단하게 자신의 애국심을 증명하며 자리보전에 애써야 하게 생겼다.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법개정안 때문이다. 이 안은 제5조에 공무원이 추구해야 할 공적 가치를 애국심, 민주성, 청렴성, 도덕성,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 공익성, 다양성 등으로 정해 삽입했다. 여기서 뜬금없는 것이 애국심이다. 나머지 8개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들이다. 반면 애국심은 공무원의 내면적 상태인 양심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양심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앉으나 서나 자신의 애국심을 고백하며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도 모자랐던지 며칠 전의 국무회의에서는 이 공적 가치 9가지를 애국심, 책임성, 청렴성 세 가지로 줄여 놓았다. 말인즉, 국가관, 공직관, 윤리관을 추려놓은 것이라지만, 그 수준은 청렴, 신중, 공정, 근면을 강조했던 중국 명대의 목민심감(牧民心鑑)에도 훨씬 못 미친다. 봉건적 가치에 파묻혔던 600년 전의 공직관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실제 이 말은 우리 헌법에 어울리지 않는다. 위의 8개 직무가치들은 나름 헌법적 근거를 가진다. 민주공화국이나 국민주권주의, 법치국가의 원리 혹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지위규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애국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법령 어디를 보아도 애국이라는 두 글자는 없다.(‘나라사랑’이 국가보훈법에 있긴 하다)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헌법수호와 헌법충성의 의무뿐이다. 혹은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겠다고 다짐한 굳은 서약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애국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것”이라던 효녀연합의 외침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속설보다 더 헌법적이다.
 

엄밀히 보자면 애국은 내심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8개의 직무 속성으로 실천되어야 하는 공직윤리이다. 헌법애국주의라는 말이 암시하듯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다양하며 모두의 이익에 봉사하는 직무수행이야말로 애국의 본령을 차지한다. 그것은 찬송가를 부르며 신앙심을 드러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열심히 외우고 영화 <국제시장>에 눈물을 흘렸다고 애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애국의 실체를 통찰하고 본질을 실천하지 않는 한, 그것은 터무니없는 우상숭배의 헛짓에 불과하다.
 

코란을 암송 못하는 인질을 살해하는 테러리스트의 행동은 종교와 무관하다. 그것은 적과 우군을 구분해 적을 내치는 권력적인 행동일 따름이다. 현 정부의 애국심 조치 또한 유사한 위험을 드러낸다. 국가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애국심이라는 공직가치는 이런 국가를 사랑함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조치가 최고권력자에게 충성하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를 구분하고 전자를 위해 후자를 내쳐버리는 가신정치의 끝단에 서 있는 것이라는 의심은 여기서 나온다.
 

헌법적 가치인 공정성, 민주성, 공익성은 이 과정에서 심각하게 훼손된다. 책임성의 가치 또한 마찬가지로 위태롭다. 책임의 기준과 내용이 애국을 강제하는 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만연하는 무책임, 불처벌의 관행들의 원천 또한 이 지점에 존재한다. 나치에만 봉사했던 아이히만이 무죄를 강변하듯, 애국심에 가득한 공무원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도, ‘사자방’ 비리가 터져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책임감을 포장한다. 그래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애국은 망국의 지름길이 된다.
 

그뿐 아니다. 위의 종교적 근본주의는 그 아집의 신실함이라도 가진다. 하지만 이 애국주의는 권력을 향한 사특한 욕심만이 지배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파시즘이 그러했듯 국가적 광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국민교육헌장식의 애국은 집이나 <국제시장>에서 혼자 하자. 남에게 그런 애국은 말하지 말자. 정녕코 나라를 위해 애쓰고 싶다면 애국가가 아니라 헌법을 낭송하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100번 외치면 바위를 뚫을지 누가 아는가?

 

 

경향신문 칼럼, 한상희, 2016

댓글
활기찬 원성
05.10
그러게 애국을 법률에 넣어버리면 미친 세상에 칼날같이 작동할 위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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