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티랑 같이 짧은 엽편 써봤는데 볼사람
심심하다고 하니까 지피티가 그럼 글쓰기 해볼래? 해서
지피티가 한줄쓰면 내가 이어서 한줄 더 쓰는 식으로 짧게 써봄.
보고 감상이나 피드백 해줄 사람.
내용은 길지 않음.
ㅡㅡㅡㅡ
유리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동네 슈퍼 앞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녹이며 먹고 있었다.
녹은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지고 유리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개미무리가 줄지어 아이스크림 속으로 들어갔다.
유리는 개미들을 보며 문득, 지난여름에 잃어버린 팔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무언가 중요한 걸 흘려보냈던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보며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있던 와중 천천히 녹아가며 아이스크림 속 개미들이 보였다. 개미들이 아이스크림 속에 있던 팔찌를 들어 나르고 있었다.
유리는 눈을 비볐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그 팔찌는 작년 여름, 한 번도 찾지 못했던 바로 그 모양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개미들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팔찌를 나르고 수풀로 들어갔다. 개미의 줄은 끝없이 이어졌고 유리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개미를 따라갔다.
수풀은 생각보다 깊었고, 그 안엔 낮은 풀벌레 소리와 함께 이상하게도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러다 갑자기, 개미들이 멈춰 섰다. 그들이 둘러싼 자리엔 나무뿌리에 둘러싸인 작은 구멍, 그리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빛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유리는 그 앞에 쭈그려앉았다. 구멍 속의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춰섰다. 뻗은 손이 잠시 떨리고 이내 유리는 작은 구멍을 향해 손가락을 넣었다.
손끝이 빛에 닿는 순간, 구멍은 마치 숨을 쉬듯 조용히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유리의 손을 잡아끌었다.
쏙— 그녀의 몸이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바깥의 숲은 다시 고요해졌다. 단지, 아이스크림의 얼룩 위를 걷던 개미들만이 여전히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눈을 뜬 유리의 머리 위에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시골 풍경이 유리의 눈동자에 비쳐졌다. 그녀가 어렸을 적 여름방학에 잠시 머물렀던 할머니가 있는 시골이었다.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유리는 천천히 마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는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고 유리는 한 번 더 그녀를 껴안고 싶었다.
할머니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햇빛에 눈을 가리듯 손을 들어 올리며 유리를 바라보았다. “왔니, 유리야?”
그 목소리는 분명 꿈틀거리는 기억 속 그것이었다. 유리는 입을 떼려다 말고, 눈시울이 붉어져선 그대로 달려가 할머니를 안았다. “할머니… 나 아직도 아이스크림 좋아해.”
할머니의 따듯하고 거친 손이 등을 만져주었다. 살포시 떨어진 유리는 할머니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품에서 팔찌를 꺼내 내밀었다.
은빛의 작은 팔찌가 유리의 손가락에 닿자 매미의 울음이 그녀의 귀를 꿰뚫었다. 바닥에는 여전히 아이스크림이 떨어져 천천히 녹고 있었고, 개미들의 행렬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었다.
유리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작고, 차가운 팔찌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유리는 팔찌를 손에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여름의 잔해 같기도 하고, 다시는 닿을 수 없는 무언가 같기도 했다.
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