옜날옜날에 친구 따라 처음 클럽 가봤던 경험(긴 내용)
고등학교 동창 중에
좀 노는 것 같은 애라서 얼굴만 알다가
같은 대학와서 친분이 생긴 애가 있었음
어느 날인가 걔가 같이 클럽을 가자 하더라?
한 번도 안가봐서 상상만으로 떨렸는데
지만 믿으래
막 헌팅도 시켜주고 진짜 재미나게 노는 법 알려주겠다면서
대신 입장료만 내달라 하긴 했는데
가보고 싶긴 해서 진짜지? 너만 믿고 간다! 이러고 따라감
7시쯤 홍대 도착
지금 가면 사람 없다고 10시인가 11시 넘어서 가자구 했음
난 잘 모르니깐
그럼 왜 빨리 만났냐구 물어봤는데
가기 전에 좀 취해서 가는게 국룰이래
그래서 술 마시는데 그것도 사달라고 함
약간 호구 취급 당하는 것 같았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진짜 찐따같이 설레면서 사줬어
근데 얘가 좀 취해가지고
비틀거리다가 입장거부 당함
얘가 욕을 진짜 과하게 하면서 아 왜 안되냐구 이러는데
사람들이 쳐다봐서 내가 야 술 좀 깨고 가자 하고 내가 가드한테 사정해서 데리고 골목으로 감
줄담배와 퉷퉷 허세와 욕설을 들으며
이때부터 쫌 쎄했는데
암튼 그래도 술기운도 있고 오늘 클럽 안가면 죽을 때까지 못갈 것 같은거야
혼자서는 못가겠고
결국 12시쯤 다되어가지고 술 깨고 다른 클럽 갔는데
또 입밴 당할까봐 덜덜 떨었지만 다행히 입장
일단 첫인상은 신세계였음
막 인스타 같은데서 나오는 누나들이 계단 올라오고 있고
눈도 마주치고
번쩍번쩍하고 다 화려해보이고
그래서 좀 쫄아서 친구 쳐다봤는데
애가 좀 멍때리더라? 그땐 그냥 취해서 그런가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새끼도 쫄았던 거임
내가 야 이제 뭐해야돼? 물어보니깐
갑자기 가방을 맡겨야 된대
가방이 없는데 왜 맡겨? 이러니깐
그냥 쌩까더니 아무말 없이 밑으로 내려가서
맥주 마셔야 된다고 함
무슨 바 같은데가 있는데 내가 말을 못붙이겠다고 카드 주면서 너가 사다줘 이러니깐
어휴 찐따야찐따야 이러면서 엉거주춤 가더니
엄청 큰소리로 주문하더라
바에 서 있던 누나가 대답도 안하고 그냥 손가락으로 이거이거 가리키고
친구는 고개 끄덕끄덕만 하고 있으니깐 맥주 2병 줌
그 뒤에 나에게 맥주를 건네는데 친구 표정이 대단했음
어둑어둑하고 번쩍이는 조명 사이에서도
확연하게 보이는 당당하고 뿌듯한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니까
아무튼 한 손에 맥주, 한 손에 스마트폰 들고 있으니깐
나도 당당한 클러버가 된 것 같아 자존감이 높아지긴 하더라
용기 나서 좀 더 밀집된 쪽으로 파고 들었는데
워낙 밀집되있으니깐 그냥 이동만 해도 스킨쉽.. 심장 폭발하는 줄 알았음
하지만 그것도 10분 정도
내 차분함은 고막을 찢을듯한 음악까지 이겨내더라
그래서 그때부턴 외눈박이 마을의 두눈박이가 된 것처럼 외로웠어
근데 같이 온 친구는 술이 약했는지 맥주 한 명 마시고 완전 맛이 감
그냥 오다가도 진짜진짜 내 기준 아이돌 같은 애들 3명이 있었는데
그쪽에 계속 들이대는거야
당장 정상적이지 않다는게 느껴지면서도
주변에서 다들 그러고 있으니깐 말려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음
그리고 몇 분 있다가
얘가 여자애 뒤쪽에서 엄청 달라붙으면서 귀에다 뭘 속삭이는 것 같더라?
그 순간에 여자애가 싸대기를 날렸음
아이돌 같다 했으니깐 여리여리했을거 아님?
근데 내 친구는 더 여리여리했는지 진짜 종이인형처럼 휘청이면서 얼굴이 훽 돌아가고
그 시끄러운 곳에서도 시선 집중되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봄
첨엔 친구가 강아지마냥 고개 숙이고 있다가
술이 확 올랐는지 막 욕을 하면서 화를 냈음
나는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친구를 말렸는데
여자애들 친구들이랑 이 애들이 욕을 진짜 잘하더라고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진짜 나보다 덩치 2배는 커보이는 애들 몇명이 다가와서 우리한테 뭐라고 함
대충 들어보니깐 여자애들이나 얘네나 서로 아는 사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나까지 빌런이 되어버렸지
근데도 얘가 무슨 정신인지 소리 지르다
멱살을 잡혔는데
그때 그 흔드는데로 무저항으로 휘둘리던 모습 보면서
춤추는 개업 인형을 떠올렸어
결국 가드가 와서 나가라고 하더라
나는 쫄아서 아무말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친구를 끌고 나왔지
골목에서 정말 거지같은 모습으로 담배 피면서 앉아있는데 그냥 너무 수치스러웠음
그래도 같이 온 정이 있어서 이 친구 챙겨주려고 했는데
얘가 취해서 나한테도 욕을 함
뭐 찐따 어쩌고 이러면서
그래서 그냥 택시 타고 집에 온 담에
걔랑은 쌩깜
그 뒤에 졸업하고 사회인 되서 클럽 2번인가 더 가봤는데
헌팅 같지도 않은 헌팅하다 개쪽당한 친구 모습 떠올리면서
음악만 대충 듣다가 술만 마시다 나오니깐 그래도 취한 맛에 가볼만은 한 것 같긴 하더라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암튼 클럽은 무서운 곳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