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 갇힌 인간의 복잡한 현실
우리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카테고리화’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성격은 MBTI, 그리고 성별·세대·지역 등
다양한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나누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화된 분류법이 정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실제로 각 개인은 어느 한쪽으로만 규정될 수 없는 존재다.
정치적 견해는 유동적이며, 성격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고,
성별이나 세대, 지역이라는 거대한 틀로 개인을 일반화하는 일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고, 갈등과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 문제는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루 수만 명이 방문하는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소수(1% 미만)에 불과하다.
어제는 ‘A라는 주제’가 대세였고, 오늘은 그 반대인 ‘B’가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전체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
단지 각 주제에 관심 있는 집단이 서로 다를 뿐이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자주 접하는 사람일수록
"이 커뮤니티는 손바닥 뒤집듯 여론이 바뀐다",
"이중적인 집단이다"라는 오해에 빠지기 쉽다.
이는 자신이 자주 보는 댓글과 게시물이 곧 전체 의견이라고 착각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말 없이 지켜보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를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 결과, ‘집단 착각(Collective Illusion)’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소수의 극단적이고 활동적인 의견이 전체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 착시는 단순한 오해를 넘어서 사회 전반을 오도하는 강력한 프레임이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이 구조를 단순히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악랄하고 영리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안다
어떤 이슈가 클릭을 유도하하고,
어떤 자극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며,
어떤 갈등 구조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지를
그래서 극단적이고 선명한 소수의 목소리를 전체 여론인 양 확대하고,
그에 맞춰 자극적인 메시지를 설계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갈등 구도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려 한다.
그 결과, 정작 다수의 조용하고 복합적인 현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가장 시끄러운 이들이 사회의 흐름을 좌우하는 현상이 고착화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현실과 멀어지고, 분노와 혐오 속에 갇혀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그 믿음은 때로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더 자주, 사람을 오해하고 사회를 왜곡하며, 소중한 관계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지금 ‘단순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판단하고, 쉽게 구분하고, 선명한 입장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모순적이고, 유동적이며, 설명되지 않는 존재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우리는 점점 더 단순한 언어로 서로를 말하고 있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더 모르고, 더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복잡한 현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단순함의 함정을 빠져나와
진짜 인간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단순함은 편리하지만, 진실을 가릴수있다는걸 잊지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