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긋지긋한 채무와 신불에서 벗어났습니다
나름 많이 노력했다고 칭찬이나 격려가 듣고싶어서 씁니다… 솔직히
그냥 그런 직업을 가진 40초반 남자인데요
몇년 전, 사회생활에 너무 지치고 일하다가 얻은 정신적 충격 등등으로 한 1년 반 정도 일을 아예 쉬었더랩니다
네… 모아둔 돈도 거의 없었는데 말이죠
신용도도 그냥 그런데 대충 몇백 땡기고 부족하니 보증금 빼고… 그러다 보니 점점 바닥을 치는데 일은 정말 못 하겠더라구요
몸도 너무 망가져있고 사회 복귀가 죽도록 싫었지만 정신과 상담은 받고 있었고… 다시 돈은 벌어야 사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다보니 잔고는 바닥나다 못해 마이너스… 인터넷 수도 전기가 수시로 끊기는걸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전 원래 요리사인데 (매체에 나오는 화려한 스타 셰프들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생활비가 없으니 월급받고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설거지 일당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업소를 돌아다니게 되니 공부는 좀 되더군요
아무튼 많이 험난했습니다
밑바닥 일만 하자니 험한 꼴도 많이 당하고, 카드사 채무는 옮겨지고 옮겨지면서 이자는 불고... 계좌 압류만 세
번 당해보니 내 명의의 통장에서 인출을 할 수 있게만 돼도 한 시름이 놔 지고 그러더라구요
보증금이 바닥나다 못해 집주인과 주택관리사의 독촉에 경찰도 오고, 쫓겨나서 고시원으로 간신히 옮기고...
일은 하는데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매달 나가는 수많은 연체이자와, 꼭 필요한 데에만 쓰는데도 왜 그렇게 생활비도 많이 나가는지 참...
도움 요청할 곳도 없고, 혹자는 부모님께 손벌리면 안 되는거냐 묻겠지만, 아들놈이 잘 살고 있을거라 믿는 바른 분들에 충격으로 몸져 누우실까봐 차마 말도 못 꺼내보고 되려 생활고를 들킬까봐 뵈러 갈 때마다 잘 사는 척 하는것도 굉장히 곤욕이었습니다
일년 반 쉬었더니, 그 지옥에서 벗어나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나름 노력을 한다고 했죠. 물론 한달에 하루 이틀만
쉬고 투잡뛰고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제 정신력 체력이 다 되는 데까지는 진짜 참고 힘내고 일해서 나름은 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알바식으로 일하던 곳에, 월급 딜 해서 정직원으로 등록하고 나니 나도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주나 싶은 마음이 신기하게 들었고, 그 즈음 모든 빚이 청산되니 달달이 언제까지 입금하세요 란 전화가 오지 않는 것도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얼마전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요. 계산대로 해 보니 카드 사용료를 선결제해도, 남은 잔고로 생활비가 두 달은 되더군요. 신용점수도 상위 99%를 몇 년이나 유지하다가 순식간에 50%대가 되었습니다.
어디 얘기할 데도 없어서 써봤습니다. 창피하다면 창피한 내용이라 그나마 찾은 익명 게시판이고... 그만하면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라도 듣고 싶습니다
각자 생업이나 학업으로 힘드신 줄 압니다. 세상이라는게 참... 대단한 목표는 없어도 그저 별 탈 없이 살려고만 해도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힘내시고 좋은 일만 겪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