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난 바람의나라 썰

원시RPG답게 바람의 나라에는 말도 안되게 부락리한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이템이나 스킬을 이용해서 다른 유저를 멋대로 자신에게 소환할수 있었던것
이걸 이용해 유저를 사냥터로 소환해 죽인 후 시체를 꿀꺽하는게 가능했었다
일명 소환빵
바람의 나라 탄생 이래 다양한 방법의 소환빵이 있었지만
유저들의 불만에 패치가 되었고 그럼에도 소환빵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지금 클래식 바람의 나라에도 재연됐듯이
바람의 나라는 캐릭터가 맵 한칸을 차지해
여럿이서 물리적으로 길을 막는것이 가능했다
이를 악용해 통행료를 뜯는 양아치들도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GM이 직접 출두해 상황을 해결해주기도 했었다
허나 매번 GM이 해결 해줄수도 없는 노릇
결국 던전의 경우 일정시간 입구 앞에 서 있을시
자동으로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해 길막을 방지하였다
이 고마운 유저편의 시스템을 악용하면 이와 같은 소환빵이 가능하다
던전 입구 앞으로 유저를 소환 - 던전 안으로 강제 입장 - 몹에게 물어뜯김 - 사망
보면 알겠지만 자력으로 충분히 탈출할수 있는
즉 잠수 유저를 타겟으로한 소환빵만이 남아있었다

때는 바람의 나라 무료화 선언 후
다시금 꽤나 인기몰이를 하던 2000년대 중반
출시 N주년을 기념해 일정시간 출석 후 아이템을 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당시 초딩에게 가족들이 돌아가며 쓰는 컴퓨터를 독점하기란 쉽지 않은 환경
나는 일찍이 바람의 나라에 접속한 후 켜두기만 한 채로 자리를 양보하고 나가놀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놀다 출출해진 배를 부여잡고 집에 돌아와 마우스를 흔들어
꺼진 모니터를 깨워 내가 본것은
유령이 된 나의 캐릭터와 어느 도사 캐릭터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본 그 도사는 춤을 추기 시작하며
친절하게 본인이 내 아이템을 다 먹었다고 설명을 늘어놨다
그렇다
이 십새끼는 나를 티배깅하기 위해 소환빵을 끝내고도
굳이 날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생애 처음 겪는 허탈감에 밥도 넘어 가질 않았다
그냥 클래식 바람이 흥하는걸 보고 있으니 문득
그 새끼는 뭘하고 살까 궁금해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