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욜부터 딥한 고민이네요(긴글주의)
항상 눈팅만 했는데 심란하여 오랜만에 글 써봅니다
넘 개인사라 저녁즈음 자삭 할 수 있으니 이해 바랍니다
최대한 요약해보자면, 이혼가정에서 자랐고 조모님이 저랑 오빠를 키웠습니다.
성격차이로 헤어지신 거 같고, 젊은 나이 시집와서 살림과 두 아이양육에 벅찼던 거 같습니다. 시집살이를 시켰는지 아닌지는 지금의 저야 모르지만, 제가 보고 자란 할머니는 부지런 하셨고 누구 시킬바엔 본인이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시집살이 시킬만큼 독한 성격도 아니시라고 생각되는데 모르죠 저는 평생 같이 살았고, 남이었다가 한집에 산 사람이랑은 다를수도
곁에 부지런한 어른이 있다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보면,,, 같이 사는게 답답했을 수도 있겠거니 생각해봅니다. (참고로 65년생이시고 아빠가 장남이라 할머니 모시고 살았어요)
어릴 때 듣고 자란 말로는 애 둘 키우기 힘들어서 이혼한거라 알고 있구요. 제가 1살때 나갔고, 당연히 친가쪽은 엄마쪽에 적대적이었죠. 핏덩이 두고 나갔다고..
어릴 때 몇번 찾아왔으나 못만나게 했다고 하더군요.
전 솔직히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었거든요?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많다고… 그냥 없는 사람이었어요.
중학교때 몰래 학교로 찾아왔을 때도 놀라고 무서웠어요.(어릴 때부터 나중에 니 엄마라고 찾아오면, 니 할머니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면, 절대 엄마라고 못만날거다… 이런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만난걸 들킬까봐 두근거렸죠)
말이 길어졌네요…
암튼 최근 연락이 왔습니다 딸아, 밥 한끼 하자네요 모르겠습니다.
오빠는 이미 만난거 같습니다.
오빠는 너도 나도 이제 다 컸고, 이혼이 한쪽 일방의 문제만은 아니고 여러 복합적인 차이로 갈라선거다… 이야기라도 들어봐야지 않겠냐… 자기는 이제라도 도움 받을 수 있으면 받겠다(?) 라더군요.
괘씸해서 만나주기 싫은데, 오빤 무슨 생각일까요.
이제와 그 아줌마가 그땐 이런 사정이었구나,,라며 이해해주면,,, 설령 그랬다고 한들…
영문도 없이 낳음 당해지고, 버려진 제 어린시절 상처는 누가 이해해주는지…
차라리 아빠가 (술 도박 여자문제 폭력성) 뭐 이런걸로 이혼했다면,,, 그랬구나 이해라도 할텐데…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자기 아일 지켜낸 부모들을 보면 나는 그정도는 아닌 자식이었나 보구나 싶은 생각뿐
이정도 각오도 안하고 이혼을 한건지
아이에 대한 사랑과 엄마 없이 자랄 측은지심보단, 털어버리고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결국 본인 삶을 찾아 떠났는데 왜 거기에 대한 책임은 안지고,,,
똥오줌 못가리는 애들 늙은 노인이 쫓아다니며 씻기고 먹이고 키워 놓고 힘든 시간 다 보내고 결국 병들어 고통스럽게 가셨는데,, 이제와 보고싶다고 찾아오는지…
부족한 남 녀 둘이 만나 뭐한다고 둘째 애까지 낳았는지…
키우긴 힘들어 나갔는데, 보고는 싶은 그 심보가….
만나주면 용서받은 기분일까봐 만나주기가 싫고, 할머니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져서 싫은데….
복잡하네요.
제가 지금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네요.
오빠도 괘씸하네요…할머니가 오빠 키우느라 진짜 고생했는데
엄마로서 못받은 도움은 받겠다니…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조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몇년간 곁에서 간병하며
이러한 분노가 더 커진게 원인같습니다.
너무 힘들지만 차마 등질 수 없던 할머니에 대한 이 무거운 감사와 사랑과 미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를 낳았던 엄마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매일밤 할머니 기저귀를 갈며 눈물로 보내온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만나보는게 맞을까요?
도움 준다면 받는게 맞을까요?
도움 받으면 제가 엄마로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그건 거북해서 싫은데 그럼 말이 안되는거잖아요…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배신 아닐까요?
이거 어디다 고민상담도 못하고
여기에 써봤는데
분위기 흐렸다면 너무 죄송합니다
삭제당한다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