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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중퇴 나이 30 고졸 백수입니다.

염병떠는 장굉
24.07.16
·
조회 692

 음… 일단 저는 제목처럼 고려대에 입학했다가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한 사람입니다. 나이는 이제 30이 다 되어가고요. 아직까지 직장에 다녀본 적 없는 백수입니다. 고려대에서 중퇴한 나이 30 고졸 백수지요.

 왜 졸업 못했느냐고 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당연 제 노력부족이겠지요. 그러나 집에서 고려대학교라는 학교에 간 저에게 거는 기대에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 질질 끌다가 27정도까지 졸업도 못하고 결국 중퇴하게 되었습니다.

 중퇴하고 지방에 있는 집으로 내려와 부모님께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 하고 공시준비를 했습니다. 고려대까지 간 녀석이 7급은 쳐야되지 않냐는 주변의 말들이 있었지만, 한번에 끝내라는 엄마의 말에 9급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공부할 수록 성적도 나오고, 처음 보는 행정학, 행정법 공부는 재수없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재밌었습니다. 특히 역사를 잘 몰라 언젠가 한번 역사 공부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했었는데 한국사 과목이 있어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제가 공무원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계속 공무원의 단점에 대해 얘기하고, 공무원 누가 죽었다더라 같은 안좋은 얘기만 꺼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할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엄마는 저에게 약학대학교에 도전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은 어떡하냐는 제 말에 그건 제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충분하다 했습니다. 반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에 큰좌절을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엄마의 말대로 약학대학교에 도전하기 위해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저는 속으로 제가 그 당시 약학대학교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을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면 되는 대로 좋고, 안 되도 1년 소모해서 엄마에게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시 공무원에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6월 9월 모평을 치면서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이거 되나 라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습니다만, 수능은 처참히 망했습니다. 그 이후엔 다시 엄마를 설득해서 올해 공무원 시험에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번 시험을 쳤고, 성적은 꽤 잘 나왔습니다. 지난번 시험보다도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번 시험 칠 때 뽑던 인원의 절반의 절반도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1차 필기에서조차 불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모님께 알린 지금 저는 참 죄송스러우면서도 막막합니다. 인원을 덜 뽑아 합격하지 못했다는 말도 사실은 핑계밖에 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첨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 긴 인생을 살지 않았지만, 고려대학교에 합격해버린 것이 제 인생을 망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만큼의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운좋게(운이 좋았던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 붙어서 괜히 기대치만 높여놓은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고 나면 그랬었지 하며 반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가슴이 메말라가는 느낌입니다. 어딘가에라도 이런 제 얘기를 하면 이런 마음이, 생각이 좀 나아질까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써봅니다. 

댓글
행복한 위소
24.07.16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보세요
부상당한 우금
24.07.16
지나간 과거는 빠르게 놔둬요 그리고 부모님과 독립도 필요해보여요
가망이없는 종리목
24.07.16
중퇴 아쉽다 걍 휴학계 내지
상여자인 유오
24.07.16
공시하셈 ㄲㄱ충주맨도 31살에 공시붙어서 저기까지 갔잖슴 아직 안느즘
분노한 두경
24.07.16
30이면 아직 한창이네요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엄청 많아요
일단 어디든 직장이라는 곳을 한번 경험해보시는게 많이 도움 될 것 같아요
끈덕지게 공부해본 경험있으니 뭐든 잘 할겁니다
하여자인 사마랑
24.07.16
부모님한테 끌려 살지 마세요 .. 부모님들은 조언만 해주시는거지 님의 깊은 고민을 알지 못합니다.. 공무원도 부모님이, 약대도 부모님이, 모든 결과와 과정에 부모님이 있네요.. 윗 댓처럼 중소에 들어가보든가, 정말 마지막 시험이라 생각하고 공부를 하시던가 둘 중 하나죠. 제 생각엔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여자인 사마랑
24.07.16
그리고 나이는 정말 안중요 합니다. 특히 약학/의학은 워낙 n수가 많아서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공무원도 장수생이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게 아닌만큼 몇년 잡고 합니다.. 화이팅!
부끄러운 소옹
24.07.16
30이 생각보다 젊은 나이에요 너무 기죽지 마시고 이제라도 자리잡아가시면 되세요 응원할께요
부끄러운 장서
24.07.16
고려대에 합격한 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부모님 말에 끌려다닌 게 문제 같습니다. 본인 인생에 있어서 남의 말에 휘둘리기만 하면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요? 남이든 부모님이든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게 절대 아니죠. 그리고 진짜 죽을 때까지는 인생 절대 끝난 거 아닙니다. 고려대 중퇴 하셨어도 공무원 시험 열심히 공부 하셨고 약학쪽도 도전 하셨다면서요. 인생에서 성공만 할 순 없습니다. 끊임 없는 실패 속에서도 도전하면서 길을 가는 사람들 얼마나 많아요. 하실 수 있어요.
부끄러운 장서
24.07.16
드라마 안나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독립은 부모의 실망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라고요. 부모님의 실망과 기대가 두려워서 거기에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본인에게요.
관통한 등윤
24.07.16
와 진짜 나한테 필요한 대사네
난 이거 30대 후반 돼서야 알게 됐는데...
@부끄러운 장서
그릇이작은 손화
24.08.20
횐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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