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중퇴 나이 30 고졸 백수입니다.
음… 일단 저는 제목처럼 고려대에 입학했다가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한 사람입니다. 나이는 이제 30이 다 되어가고요. 아직까지 직장에 다녀본 적 없는 백수입니다. 고려대에서 중퇴한 나이 30 고졸 백수지요.
왜 졸업 못했느냐고 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당연 제 노력부족이겠지요. 그러나 집에서 고려대학교라는 학교에 간 저에게 거는 기대에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 질질 끌다가 27정도까지 졸업도 못하고 결국 중퇴하게 되었습니다.
중퇴하고 지방에 있는 집으로 내려와 부모님께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 하고 공시준비를 했습니다. 고려대까지 간 녀석이 7급은 쳐야되지 않냐는 주변의 말들이 있었지만, 한번에 끝내라는 엄마의 말에 9급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공부할 수록 성적도 나오고, 처음 보는 행정학, 행정법 공부는 재수없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재밌었습니다. 특히 역사를 잘 몰라 언젠가 한번 역사 공부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했었는데 한국사 과목이 있어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제가 공무원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계속 공무원의 단점에 대해 얘기하고, 공무원 누가 죽었다더라 같은 안좋은 얘기만 꺼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할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엄마는 저에게 약학대학교에 도전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은 어떡하냐는 제 말에 그건 제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충분하다 했습니다. 반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에 큰좌절을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엄마의 말대로 약학대학교에 도전하기 위해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저는 속으로 제가 그 당시 약학대학교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을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면 되는 대로 좋고, 안 되도 1년 소모해서 엄마에게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시 공무원에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6월 9월 모평을 치면서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이거 되나 라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습니다만, 수능은 처참히 망했습니다. 그 이후엔 다시 엄마를 설득해서 올해 공무원 시험에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번 시험을 쳤고, 성적은 꽤 잘 나왔습니다. 지난번 시험보다도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번 시험 칠 때 뽑던 인원의 절반의 절반도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1차 필기에서조차 불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모님께 알린 지금 저는 참 죄송스러우면서도 막막합니다. 인원을 덜 뽑아 합격하지 못했다는 말도 사실은 핑계밖에 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첨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 긴 인생을 살지 않았지만, 고려대학교에 합격해버린 것이 제 인생을 망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만큼의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운좋게(운이 좋았던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 붙어서 괜히 기대치만 높여놓은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고 나면 그랬었지 하며 반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가슴이 메말라가는 느낌입니다. 어딘가에라도 이런 제 얘기를 하면 이런 마음이, 생각이 좀 나아질까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