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집에서 모르는 여자 속옷이 나왔습니다
소중한 고견들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매몰되어 있던 생각이 트였습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불신보다는 빨래방을 자주 이용해보지 않은 탓에
확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게 의심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이리 흔히 있는 일이라니 제가 생각이 과했군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저희가 나눈 대화가 언성을 높이거나 험한 말을 하는 등 격하지는 않았고
얘기하다가 더우면 빙수도 먹고 답답하면 둘이 코노도 다녀오면서 대체적으로 말랑한(?) 분위기로 대화했습니다.
마음 한쪽이 불편한 동시에 한 명이라도 이 이야기를 듣고 해프닝으로 웃어 넘겨주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다는 생각에 남자친구에게도 미리 말하고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성스러운 침하하에 유해한 글을 올린 거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달아주신 답변에 감사드리고 모두 건승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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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남자친구 집에서 씻으려고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제 속옷을 보관하는 곳에서 팬티 하나를 집어서 저에게 주었는데
제가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의 검정 무봉제 팬티더군요.
당황해서 이거 내 꺼 아니라고 하니까 남자친구가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대답하다가
며칠 전 빨래방에서 건조기를 돌렸는데 그 때 앞에서 돌리고 미처 안 가져갔던 빨래가 섞여 들어 온 거 같다고
이전에 모르는 양말이 섞여 들어온 적이 있고 본인도 양말 짝을 잃어버렸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습니다.
제가 가진 속옷의 대부분이 그런 검정 무봉제 속옷이긴 해서 혹여나 그런 식으로 섞여 들어왔다면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기도 해서 알겠다고 하고 당시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주말 동안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친구와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근데 여행 내내 이 일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너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여행에서 돌아 온 뒤 제가 휴대폰을 보여달라해서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봤는데
역시나 여자의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의 그릇이 작은 탓인지 마음 한쪽에 계속해서 의심이 남아 신경이 쓰입니다.
남자친구는 매우 억울해 하고 있으며 동시에 모르는 여자 속옷이 나왔다는 일 자체가 본인도 충격 받을 만한 일이란 걸 안다며
제가 의심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함없이 잘해주는 정말 좋은 남자친구인데
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의심하고 캐묻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왜 하필 잘못 가져오게 된 빨래가 여자 속옷일까요...
제 3자와 이 일을 웃긴 해프닝으로 이야기하면 제 마음에 안정이 찾아올까 싶은데 도저히 지인들에게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저에게 주었던 믿음과 속옷으로 인한 저의 상상의 나래가 뒤섞여
혼란스럽고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적었습니다…
침하하 회원님들이라면 이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고견을 여쭙니다…
혹 자극적인 제목에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래는 그 건조기 사진 입니다..
건조기를 돌릴 때 먼저 들어있던 빨래감이 안 보였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었어서
직접 가서 보고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