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사람 다시 만난 적
오늘 잠이 너무 안온다. 썰이나 풀어야지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유학할때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타이밍이 나 갈때쯤 그녀가 오고, 한 6개월 남짓 사귀고 내가 귀국 하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어.
난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감정도 헤프고 필승 돌격으로 사랑하고 석전처럼 하트를 던져대는 그런 남자였어. 그땐 왜 만나는 여자마다 처음엔 그렇게 사랑받음에 감격해하다가 몇달도 안되서 그걸 그렇게 질려하는지, 이해가 안되고 서러웠던거 같아. ㅎㅎ 이젠 좀 이해가 되는거 같지만,,
암튼 근데 그 유학 중 만났던 분은,
누나였는데, 3살연상, 본인도 외로울때 그래도 나밖에 기댈데가 없었어서 그런지, 만났던 분들 중 유일하게? 헤어지고도 가끔 술 취해서 연락도 주고, 난 그냥 또 들어주고 그랬어.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우리 이러지 말자, 하면 또 한 동안 연락 없다가. 일년쯤 지나서 또 어느 한쪽이 어떻게 어떻게 연락처 알아내서 연락하고, 그럼 또 바보 또 왜, 하면서 재밌게 옛날얘기 좀 하다가 또 멀어지고 ㅎ
그렇게 5년이 지나서 둘 다 서울에 있었던 시기가 있었어. 또 오랜만에 연락이 되었다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어, 그럼 함 보자. 해서 강남에 한 맥주집에서 만나게 됐어.
사실 그 5년간 다른 사람을 못만나기도 했고,
그렇다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거나 그런것도 아니었거든?
그래도 가끔 그렇게 연락 닿을때면 얼굴을 떠올려보려 해도 잘 생각이안나더라고.. 사진도 거의 없었고.
만날때는 늘 머리가 짧았는데
머리가 엄청 길어서 나타났어. 아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계속 눈을 뗄 수가 없었어. 그렇게 얘기하면서 술 한두잔 마시다 보니 마주 앉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을 맞잡고 있었어.
근데 그 순간 되게 놀라운 경험을 한거야.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만 남겨놓고 주변이 그 처음 만난 나라, 우리가 자주 가던 그 바가 된것 같았어.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진짜 뭔가 5년이란 시간이 갑자기 거꾸로 흐른것 같았고, 그때의 공기나 감정, 향기 같은 것들이 모두 그대로 인것 같았지.
그리고 집에 바래다 줬는데 나도 모르게 입을 맞추고, 잘자 하고 돌아서는데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하더라?
근데 그 순간 정신이 확들었어. 왠지 이러면 안될것 같은 느낌..?
혼자 또 너무 진지충이었던거겠지만,
여기까지가 딱 그냥 예쁜 추억이지 않을까 싶었던거 같아 ㅎ
근데 그러고도 몇번 연락하다가 전 같지 않았나봐 서로,,
나의 병신같음(?)에 그쪽은 뭐 실망을 한건지,
아님 뭐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점점 흐지부지 연락을 안하게 됐어.
가끔 이렇게 잠이 안올때면
그날 따라들어갔다면,
그냥 같이 자고 이런걸 떠나서 말야
난 그게 이 사람과의 마지막이 될까 겁이 났던거 같은데
오히려 새로운 시작일수도 있었던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 ㅎ
그랬다면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런 생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