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대기업이라는 곳으로 이직을 했는데
이직한지 두 달 정도 됐음. 느끼는 바가 많다.
- 일단 지난 허송세월이 너무 아깝고 한심하게 살아온 내자신이 원망스럽다. 지잡대 나오고 대충대충 살아온 나한테 대기업 명함과 책상 한 자리 주어지는건 언감생심(이거 스펠링 헷갈려서 네이버에 검색하고 온 멍청이) 이었는데, 운으로 이 자리에 어찌저찌 와버렸더니 그 동안의 업보를 두 달 동안 한 큐에 때려맞고 있어서 너무 힘듦. 나빼고 다들 잘나서 힘들고, 이거 언제 따라잡고 민폐 안끼치지 하는 마음에 매일매일 초조함.
- 남들 1시간에 끝날 기획서 서너시간 붙잡고 있기, 그 결과물에 대한 팀장 피드백 출사표 급으로 길어서 나머지 공부하러 남은 초딩처럼 주구장창 받아적기, 유관부서 회의때 회의 흐름은 둘째치고 모르는용어가 태반이라 적어둔 회의록을 봐도 당최 뭔말인지 몰라서 머리 쥐어뜯기, cc걸린 메일은 일단 후순위로 미뤄놨더니 갑자기 금일 15시까지 회신달라는 리마인드 연락에 바짝 쫄아버리기, 본부장이 “xx씨는 오늘도 늦게 퇴근하네. 참 성실해!” 라는데 ‘이ㅅㄲ 뽑아놨더니 일 더럽게 못해서 또 남아있네..‘ 로 동시통역되기 등등.
- 이제 원박은 커녕 내 유투브 알고리즘은 피피티 잘하는 법, 영어실력 향상시키는 환경만들기, 코파일럿 챗지피티 잘쓰는 법으로 한가득임. 얼마 전까지만해도 챗지피티는 그냥 한낱 침뽕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유료결제해서 4.0쓸까, 어차피 교차검증 해야하는건 3.5랑 똑같이 매한가지라던데 라는 고민을 하는 업무툴 대상이 되어버렸다.
- 아 근데 웃긴건 근 두 달 동안 또 미세하고 하찮게 성장하긴함.ㅋㅋㅋㅋㅋ 원체 게으르고 바텀이 남들보다 아래라서 그렇기도 한데, 이렇게 꾸역꾸역 하루하루 버티면 좀 어깨펴고 다닐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오늘도 마지막으로 사무실 불끄고 퇴근하면서 럭키하게 한 자리 난 전철좌석에 행복해하며 끄적끄적끄적해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있다면 다들 사랑해 행복한 하루되렴.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서 방장 부끄럽지 않을 침붕이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