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응급실 갔다왔는데 오만생각 다들더라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가슴부위가 저리고 누르는거 같은거야
30분 정도 지나도 그대로길래
꽤 깊게 고민했음 병원에 갈지말지
혼자 산지 꽤 오래됐고
친구도 없고 여친이랑도 헤어지고
공무원 시험 몇번 떨어지고 직장다니는데
그냥 주변이랑 연락 다 끊은지 오래됐는데
아무튼 중요한건
내가 쓰러지면 신고해줄 사람이 없다는거지
애매하게 저리고 답답한데
흉통이라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같은거면
가야겠다 싶을때는 이미 늦을꺼같고
또 괜찮아질꺼같기도 하고
자차도 없는데 버스타고 가야하나
119불렀다가 별거아니면 미안해서 어쩌나
그냥 집에 있을까 콜레스테롤 많은거 처먹지말껄
(전일 철권대회보면서 치킨먹음)
심장에 스탠트 박는건가 제모도 안했는데
(몸에 털이 많음)
집에 전화도 자주 안하고 사는데
이러다 죽으면 원룸 바닥에 시커먼 흔적이나 남겨 놓는건가
죽고싶진 않은데 죽을꺼같을때 해놔야 할 일들이 있는데
망치 들고 있을까 컴퓨터 부셔놔야하는데
응급실 실비 안되지 않던가
쓸떼없는 생각하다가 아 모르겠다
옷입고 병원가기로 마음먹음
택시타고 갈까 하다가 출근시간이라 그냥 버스타고 감
(서울가는 방향 역방향이라 기사님들이 싫어함 아니 호불호 여부를 떠나 이 시간엔 콜을 안받음)
가서 수술이나 뭐 할려면 어차피 벗어야되니까
걍 얇게 아무거나 두르고갔더니 병원까지 존나 춥더라
집근처 좀 큰병원 응급실가서 가슴통증이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다 하니까 간호사랑 이야기하고 접수할지말지
본다고 하길래 네 네 그러세요 하고 병력청취하면서
혈압재니까 꽤높더라
160대? 평소 110 120정도 나옴 앞에꺼
좀 긴장되고 하니까 가슴답답한 증상도 잘 모르겠는데
집에 있을때랑 비교해서 어떠냐길래 비슷하다고 하니까
응급실 입원 시키더라
나혼자만 있던데 “환자가 없네요?”
라고 눈치없게 말하고싶었는데 바로 끌려가서
이런거 저런거 붙이고 혈압 다시 재고 하더라
의사건 간호사건 증상 물어볼때
지금 엄청 죽을만큼 답답한건 아닌데
혼자살아서 더 안좋아지면 못올꺼같아서 왔어요
라고 말하는데 말하면서 기분 묘하고 그러더라고
다시 잰 혈압도 꽤 높았고 마음속으로는
별거아니라서 집에 다시 가는 헛걸음도 나쁘지 않을텐데
이런생각 하고 있었는데
계속 높으니까 좀 그렇더라 불안하고 수술시술 이런거
다 안해봤는데 나이먹으니까 이렇게 오는건가
나 병원 안왔으면 집에서 곤죽되는 거였나 생각들고
겁나 두꺼운 바늘로 피뽑아가고
응급실 들어온지 꽤 시간 지났는데
심전도나 얼른 찍었으면 하고 있는데 의사가 심전도 처방을
잘못냈는지 옥신각신하다가
누운지 한 40분쯤 되가지고 심전도 찍었는데
딱히 이상소견은 없어보인다더라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긴장해서 잘 몰랐는데
가슴 저림증상도 꽤 완화된거 같고
오히려 손가락에 짬매놓은
산소포화도 재는게 더 신경쓰일정도
이제 피 뽑아간거 결과만 보고 괜찮으면 가는건가 싶었는데
혀밑에 넣는 약을 주더라
딱히 응급상황도 아닌데 약을 다주네 하고 군소리 없이
받아서 혀밑에 넣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따갑더라
혈압도 엄청 내려가고 혈관이완되서 그런지
혈압다시재는데 손이 엄청 빵빵하게 아픈 느낌들고
아무튼 피검사 결과도 괜찮았고
응급실 비용 18만원 내고 집으로 다시 오는데
어제 먹은 치킨이 생각나서
서브웨이가서 샐러드 사가지고 집에와서
다시 잠들었음
응급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휴대폰이랑 다 안꺼내놓고 환자복만 입고 있었는데
아프다는 놈이 휴대전화 만지작대면서
무선이어폰 귀에 꼽고 있는것도 좀 그러니까
그래서 멍하게 있는데
그냥 멍하게 아무생각 안하고 멍하게 있었음
아
축구 졌나보네
아프지마라 실패하지도 말고
엄마걱정할까봐 전화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