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여러분?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싫음말고) (아주긴글임)
침하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는가요? 거의 몇 달 만에 들어오네요.
올해도 벌써 마무리 되어 가네요.
만족스러운 한 해였나요?
여러분들도 그랬겠지만, 저 또한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올해 초에는 아버지가 억대 빚을 지고 자살시도하러 가출하셨어요. 미안하다는 쪽지 하나 덜렁 남기고요.
그때 침하하에 올렸는데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아버지는 돌아오셨고 잘 마무리 됐습니다 (우는글 아니라는 뜻).
이런 일도 있었겠다, 저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웬걸? 서류지원 하는 것 마다 다 탈락하더래요.
괜찮아요! 아직 공부하는 학생인걸요 (우는글 아니라는 뜻).
연말이 다가오자 좋아하는 애도 생겼어요.
정말 작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제 친구한테도 막 자랑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런데 웬걸? 제가 자랑했던 그 친구가 제가 모르는 사이 여자애한테 플러팅을 막 하더니 결국 둘이 사귄대요.
이걸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듣게 되었어요.
그날 제 세상은 무너졌어요(아님).
친구가 정말 원망스러웠어요.
배신감과 절망감, 무엇보다 좋아하는 여자애랑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그 여자애의 상대가 제 친구라는 것도요.
올 한해 잘 버티다가 여기서 무너져 버렸어요.
세상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지 참 원망스럽더군요.
일어나자마자 물 대신 소주병을 들고, 하루종일 술만 마시고 학교 수업도 빼먹고..
그렇게 일주일을 실컷 슬퍼했답니다.
제 주변 다른 친구들 전부 입을 모아 손절하고 잊어라 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저는 그 친구를 용서했어요.
그 친구 사실 나쁜친구 아니에요.
2년동안 같이 다녀왔어서 잘 알아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그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 친구는 울면서 저에게 사과했습니다.
제 입장을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 밉고 역겹고 쓰레기같이 느껴진대요.
손절해도 이해하겠대요.
저는 손절 대신 용서를 선택했습니다.
손절한다고 해서 여자애가 저랑 사귀어주는가요 뭐.
저는 이 친구보다 훨씬 멋있는 사람이니까, 친구를 위해서 여자 한명 쯤 양보해주죠 뭐 (근데 저도 모솔임).
덕분에 저는 이 친구에게 무한한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직 잘 한 짓인지 모르겠어요.
일단 당장은 마음에 들어요.
그냥 제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하면 그만이니까요.
오히려 며칠 지나니 자랑스럽게 생각되기까지 합니다.
아! 나만큼 좋은 사람 없다! (아님)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기 좀 그런데..
제가 워낙 선하고 정이 많은 사람인지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해 상처가 컸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열흘동안 참 많이 슬퍼했어요.
이제 지겨워요. 충분히 아파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부로 정신 차리고 잘 살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그동안 밥도 안먹고 술만 퍼마셨기에 ㅋㅋ
몸 상태가 많이 안좋아요.
밥도 잘 챙겨먹고, 영양제도 먹고, 운동도 조금씩 해보고, 피우던 담배도 끊으려고 해요.
갓 스무살, 친구와 장난스럽게 얘기하던 ‘스물다섯이 넘기 전 까지 바디프로필 찍기’ 라는 목표가 벌써 내년까지에요.
이거 한번 성공해보려고요.
여자친구도 생기면 더 할 나위 없겠고요.
종강하는 대로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에 내려와 살 거에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꾸준히 하고,
봄이 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하고,
나름대로 여러 일들이 생기겠죠.
또 절망스러운 일이 생길지 모르고, 더 슬픈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을 계기로 저는 더 어른이 될 거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한 해였나요?
저는 올 한 해 억까가 정말 심했지만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점점 어른이 돼 가는거겠죠?
혹시 여러분들도 속상한 일이 있으셨다면,
저처럼 충분히, 마음껏 슬퍼하고 훌훌 털어내시길 바랍니다.
글이 정말 길었어요.
오랜만에 침하하 들어오니 말이 많아지네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럼이만
비타오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