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정말 각박해지긴 했음. 할매 넘어졌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더라
엄마랑 시장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마르고 작은 할머니가 신발이 벗겨지면서 미끄러지는 걸 보게됨.
그 와중에 다행인 건 넘어질 때 바로 옆 초록색 헌 옷 수거함이 있어서 그 걸 잡으면서 넘어짐.
난 운전을 하고 있었고, 도와줄 생각이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구해줬더니 돈 내놓으라더라'하는 걸 방어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한 대 쳐서 녹화 돌림.
정차할 수 없어서 차를 돌려 다시 가려고 일단 지나치는데 주변에 젊은 남자(20대 초 중반으로 보였음)가 보였음.
저 사람이 살펴 보겠지 싶었는데 그냥 지나침.
그 뒤로 한 명 더 그냥 지나가는 동안 할머니는 바닥에 엎어져있었음.
;;
엄마보고 뒤에 “엄마, 저 할매 지금도 자빠져있나?” 라고 물었고 안 보인다고 말씀하셔서 차 돌려서 가봤더니 할머니는 신발 신고 걸어가고 계셨음
엄마랑 나랑 “ㅋㅋ 다행이네”하면서 마음 놓고 집에 왔지만, 그 할매는 위험에 처했는데 주변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얼마나 고독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음.
난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께서 할머니, 할아버지 모셔서 함께 살았음.
옛날에 나 고딩 때 우리 할아버지가 빗 길에 넘어져서 어떤 아저씨가 비가 안 들어오는 곳까지 모신 뒤에 전화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름
할배 엎고 일단 집까지 가는데 나 보다 키가 커서 진짜 너무 무거웠던 거 생각남. (이때 쇠골 부러졌었는데 119 바로 부를껄 ㅇㅅ ㅇ;; 븅1신 )
지금은 할배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몸이 무거워서 잘 못 걸어다님.
그래서 좀 더 마음 쓰이는 건 있는데 오늘 목격한 상황은 세상이 병들고 있다는 걸 피부로 처음 느낀거지
근데 이번엔 그냥 지나친 사람 관점으로 생각해보자고.
난 블랙박스로 혹시 모를 상황을 방어할 수 있었겠지만, 기껏 다친 할매 도와줬더니 ‘이 학생이 어깨로 쳐서 넘어졌다. 500만원 내놔’하면 어떻게 이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경찰이 내 말을 믿어 줄까.
주변에 cctv는 있던가?
하 x발. 자신 없다. 그냥 지나치자.
이 리스크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야.
아 참.
아까 녹화 버튼 누르고 도와줘 볼껄..
에이 뭐
됐다 잊자.
암튼 뭐 이해 되는 것 같긴 한데
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