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야끼 아저씨
우리 동네엔 맛집인 타코야끼 트럭이 온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데도 상당히 훌륭한 맛에
동네사람들도 적잖이 중독 된 듯 한 눈치였다.
아저씨는 목요일은 오지 않는 날이라 하시면서도
목요일에도 웬만하면 우리 곁을 찾아 와주셨다.
항상 저녁 7시만 되면 칼같이 골목에 주차하시고
단골 손님들은 시간 맞춰 몰려들어 줄을 섰다.
어느 수요일 저녁, 그 타코야끼 아저씨가
출근인 일곱 시를 어겨 버린 날이 있었다.
그 시간에 맞춰 와서 줄을 서는 동네 사람들이
기다릴 거라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도 한참이 지나서
마침내 타코야끼 아저씨가 나타났고,
주차를 하기 바쁘게 내려서 줄을 서던 손님들께
연신 거듭해서 허리 숙여 사과를 했다.
터널에서 갑작스레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 말에 끄덕이며 수긍하는 손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소리들이 섞여들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을 걸 대비를 해서라도
일찍이 나서야 하는거 아니냐", "여기서 지금
얼마나 기다린 줄 알고 있느냐" 등등 저마다의
불만들을 터뜨리니 이젠 다른 손님들이 나서서
“왜 그렇게 까지 얘기 하는거냐”, "사장님이
늦고 싶었던 게 아니지 않느냐" 라며 앞장서서
변호를 하는 손님들로 잠시 소란이 일었다.
결국 사장님이 다시 나서 손님들을 만류하고선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타코야끼를 만들어주셨고
줄을 섰던 손님들은 다들 자리를 떠났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내 동생이 줄을 서고 있을 때
일어났던 일로 나는 몇시간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당시 현장에 있지 않던 나로서는 그들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가늠을 할 순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만을 터트린 사람들, 아저씨를 변호해준 사람들,
그저 지켜보던 사람들, 타코야끼 아저씨 까지
모두들 피해자이기만 할 뿐이라 느껴졌다.
아저씨가 구워주는 타코야끼를 맛있어서 좋아했던,
그런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네사람들이
순식간에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서 짐짓 시무룩해졌다가
얼른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절레절레 젓고는
입에 털어 넣은 타코야끼는 역시나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