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란

안녕하세요. 횐님들 서울사는 평범한 27살 남자 한국인 입니다.

그동안 침하하는 가~끔 글 몇개만 쓰고 눈팅 위주로만 하다가 하소연할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해봅니다.

제목부터가 헤어진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헤어졌지만 아직 안 헤어진, 관측해야지만 알 수 있는,

마치 슈뢰딩거의 연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별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서로 몸이 멀어지고 다시 연락을 안하게 되는 것 일까요.

이렇게 된 사유는 이직에 성공하게 되어 약 2주동안 시간이 남았는데요.

그래서 저는 그동안 못간 가족,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가족과의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다음으로 있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나서 재밌게 즐기고 있었는데,

저녁에 바베큐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요 두통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에 들게 되었는데,

젠장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남기질 못하고 잠에 들게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친구들은 제가 아프니까 깨우지말자고 하여 2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잠에 들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 입장에선 남자친구가 남자들끼리 여행갔는데 대략 5시간동안 연락두절되어 안절부절하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새벽에 잠에서 깨어 말끔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2시간정도 미안하다고 사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동안에 쌓인 것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티는 안냈지만 1년 넘는 시간동안 혼자서 꾹 참고 누르고 있던 모양이더라구요.

눈치도 드릅게 없던 저는 그걸 모르고 있었구요.

저는 약 2년이라는 연애 기간 동안 나름 여자친구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노력을 들이는 상대 입장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연애기간의 절반이라는 1년 동안 여자친구가 힘들어했다니..

저는 절망감과 함께 번아웃이 온 것처럼 무언가가 제 손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찾아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너무 보고싶고 같이 놀고 싶고 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제가 들인 최대의 노력보다 더 노력할 순 없을 것 같아서, 다시 만나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것만 같아서 다시 만나자고 할 수가 없는 제 상황이 슬프기도 합니다.

이거 완전 제대로 오락가락 하네요.

이별이란 무엇일까요

3일동안 홀로 집에 박혀서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요.

연인관계에서의 이별이란 서로 몸이 떨어지고 다시 연락을 안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순간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올라오는 침투부 영상 개웃기다고 공유하지 못하고, 궤도님 우주론 강의 너무 좋다고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게 다가옵니다.

전에 침투부에서 정지우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본인의 불안한 감정들을 글로 정리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셨던게 기억납니다.

지금 드는 생각들을 글로 쓰니 확실히 전보다 차분해지는게 느껴집니다.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ㅎㅎ

저는 다음주에 이별을 말하러 가려고 합니다.

이별해도 그 동안에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은 그대로 남는 것이겠지요?

그것만으로도 많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27살 남자에게 하소연할 트래픽을 내어준 우리 방장 고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커플 횐님들은 각 여자, 남자친구와 많은 이야기 나누셔서 저처럼 되지 않으시길 바라고,

혹시 아직 연애를 안하고 계신 횐님들은 앞으로 건강한 연애하시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전 새로운 직장에 내일부터 출근하는데 이 감정들 잘 추스리고 적응 잘하도록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