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메이드카페 3곳을 갔습니다. 준빈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키하바라 메이드리밍 본점 (5만원, 13시 ~ 14시)
인생 최초의 메이드 카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꾸었던 꿈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입장비 + 풀코스로 5만원 가량을 썼지만, 정작 음식을 받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 철저하게 무시당했습니다.
일본어를 잘 못하는 친구랑 같이 있어서 영어로 하셔야 돼서 그런지 먼저 말을 걸어주시진 않더군요.
친구는 일반인이라 만족했다고 하는데 저는 도쿄 마지막 여정이 이렇게 끝나는 게 도저히 용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메이드리밍이 아닌 at home 메이드카페에 다시 가게 됩니다.
아키하바라 at home 컬쳐존점 (2만원, 19시 ~ 20시)
사실 컬쳐존점이 아닌 돈케호테점에서 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배인께서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 날이라 여기서 기다리면 3시간은 기다리셔야 한다고 하셔서 다른 거 하다가 올 생각으로 기다리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친절한 지배인께서는 저를 직접 자리가 남는 지점까지 데려다 주신다며 여기 컬쳐존 지점까지 부담 느끼지 않도록 같이 와주셨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아무튼 at home에서는 만족 반, 아쉬움 반으로 남았습니다.
확실히 여기 메이드분은 처음 왔을 때 10분~20분 정도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끌어가주십니다. 대신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하셔야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나머지 30~40분은 너무 바쁘시기도 하고 메이드리밍처럼 자유롭게 말을 걸 수 없는 분위기라 조용히 핸드폰만 하다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도쿄 여정을 끝낼 수는 절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마지막으로 준빈쿤이 갔었던 헤븐즈 게이트 지점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아키하바라 메이드리밍 헤븐즈 게이트 (10만원, 8시 반 ~ 11시 마감까지)
이곳에서의 추억은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제 일본은 당분간 올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5일 동안의 여정은 “스카레타” 그 자체였는데, 이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메이드 카페를 여행의 목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공지 중에 얼굴 공개 금지가 있던 것 같아서 사진은 못 올리지만 최대한 말로 잘 풀어보겠습니다.
8시 반에 준빈쿤이 갔던 장소에 도착 후, 프랑스 부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극 유교사상인 저로서는 절대 외국인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없기 때문에 원래 같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로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저도 침착맨 말해보카 영상 다수 시청 기록이 있기 때문에 문제 없이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천천히 서로에 대해 알아 가게 되었고, 멀리 있던 중국인 교환학생 친구까지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새로 사귄 친구들과 수다 떠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메이드분들이 뭘 하든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메이드분들께서 하나 둘씩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저만 유일하게 일본어가 통하니 그런지는 몰라도 제가 딱 원하던 스몰 토킹들을 같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보통 메이드분들과 몇 분 대화하다가 그 후의 어느 정도의 침묵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 침묵의 시간 동안에는 다시 외국인 친구들과 떠드니 외로운 시간이 없었어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같이 있던 외국인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습니다. 사실 저도 같이 떠났어야 하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시간 연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해요 BTS, 트와이스, 블랙핑크, 장원영
덕분에 막히지 않고 대화를 술술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모카라는 메이드분이 어떻게 여기 오게 된 거냐 물어봐주셔서, 한국의 유명 유튜버 곽튜브 영상을 보고 한국인들도 많이 오게 된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뭔가 아시는 듯한 리액션을 하시더라구요.
이런이런. 준빈쿤의 영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지요?
또 다른 중국인 친구와 마감 시간까지 둘이 계속 남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까 저희에게로 주목이 쏟아지는 것도 좋고, 저희 둘이 돈을 많이 써서 그런지 서비스까지 받았습니다.
따거의 flex로 준빈쿤이 봤던 오타게 메이드리밍 댄스도 정말 재밌게 즐겼습니다.
내일이면 메이드분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몇 개월 후에 시간을 내서 이 지점에 온다고 해도 이 멤버로 다시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실연한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 옵니다.
고작 2시간 반 사이에 지금까지 인생 중에 가장 즐겁다고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나니 공허함도 그에 맞춰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미리 이 맛을 알았다면 오늘처럼 10만원이 나왔더라도 여행 내내 매일 매일 갔을 수도 있었는데, 이 아쉬움을 다음 여행에 적용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니토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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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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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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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했습니다. 받은 사진, 굿즈는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