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몽의 소나랜드 단편선, 제3화 씁덕몽(상)
이 각본은 사과몽의 게임 영상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여기서 몽은 남자라 칩니다.
용어 설명
V.O. (보이스 오버) 화면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내는 목소리입니다.
F. (필터) 필터를 거친 목소리입니다. 여기에서는 통화 음성을 의미합니다.
E. (이펙트) 효과음을 나타냅니다.
Cut to. (장면 삽입) 장면이 잠시 전환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1.
몽의 집, 몽의 방 / 새벽
어두운 방. 옅은 달빛만이 창문을 뚫고 내려 어둑한 가구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다. 누군가 침대에서 벌떡 솟는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하다. 동공은 어둠 속 고양이처럼 커져 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훑더니 한숨을 푹 쉰다.
#2.
몽의 집, 몽의 방 / 아침
화면 서서히 밝아진다. 커다란 나무 장식장이 침대 옆에 서 있는 누런 벽지의 낡은 방. 빈 장식장 앞에는 피규어라 적혀있는 종이 택배 상자가 테이프로 둘둘 말려있다. 방의 창문 밑에는 오래된 책상이 하나 있는데, 위에는 형광펜 몇 줄 그어진 행정법 총론이 독서대에 널브러져 있고, 그 옆으로 하나도 풀지 않은 기출문제집 여러 권이 쌓여 있다. 독서대 앞으로는 볼펜과 종이쪽지 몇 개가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다.
뱅 스타일의 빨간 단발 정수리 위에 잎사귀가 하나 달린 나뭇가지가 달랑거리는 몽(25). 의자에 앉아 눈물을 찔끔 흘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다.
몽 (종이쪽지를 구기며) 씨이X. 아씨 진짜…….
몽은 얼굴을 우그리고는 손으로 감싸 쥐고 한숨을 몇 번 내쉬더니, 눈 앞의 핸드폰을 집어 고개를 숙이고 어딘가 전화를 건다.
(E.) (통화 연결음, 딸깍)
박 (F.) 어, 몽아 지금 그거 삼 화 릴 되어갖고 다운받아 보고 있는….
몽 (F.) (말을 끊으며) 하-, 돈 좀 내고 봐라 새캬. 야 됐고. 손하역, 세 시.
박 (F.) 세 시? 아 왜애-.
(E.) (전화 끊고 핸드폰 책상에 내려놓는 소리)
몽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러고는 다시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한숨을 쉰다.
몽 하-.
그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방 건너편에서 들려온다.
어머니 (V.O.) 몽아-, 니가 저번에 말한 빤스, 그 뭐냐, 시-케이 뭐시기, 그, 장롱에….
몽 (신경질적으로 닫힌 방문을 돌아보며) 아, 됐다고!
어머니 (V.O.) 아유우, 저 쌍늠의 새끼는 툭 하믄 말을 끊고 지랄이여, 지랄은. 쯧쯧.
몽은 이마를 팔에 괸 채로 책상 위를 짜증스럽게 톡톡 친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눈만 치켜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연필꽂이에 꽂힌 가위가 눈에 들어온다. 몽은 몇 초간 가위를 응시하더니 냉큼 집어 점퍼 주머니에 푹 찔러 넣는다. 앞에 널브러진 종이쪽지도 마저 주머니에 욱여넣는다. 그리고 방을 나선다.
#3.
역 앞 / 오후
손하역 출구 앞에서 몽을 기다리고 있는 박(25). 저편에서 걸어오던 몽은 양쪽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그대로 박을 지나친다. 박은 인사하려다 당황하여 몇 초간 어물어물하다 몽을 따라나선다.
박 (뒤를 따라 걸으며) 야, 어디 가는데에? 너 땜에 캄나가 고백하는 거 못 봤잖어-. 아, 미안 스폰가?
몽 어디 가는지 알면서 물어.
박 뭘? …. (알아챘다는 듯이) 아! 아니, 아니, 아니. 거긴 아니지 새키야. 또 빨래질 당할래?
몽 닥쳐.
박 야-아.
박은 몽의 어깨를 잡아끌어 돌려세운다. 몽의 눈이 시뻘게져 있다. 박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대로 몇 초간의 정적. 몽은 다시 몸을 돌려 가던 방향으로 걸어가고, 박은 선 채로 머리를 긁적이며 입맛만 다신다.
박 (착잡하게 바라보며) 하 씨.
#4.
어느 좁은 골목 / 오후
몽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는 앞도 안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그러다 몽은 서 있던 흰색 정장의 야쿠자 키료(51)의 팔꿈치를 어깨로 툭 건든다. 키료 옆에는 펀치 파마의 이찌방(42)이 무섭게 서 있다. 그대로 지나치는 몽. 이찌방은 몽을 불러세운다.
이찌방 오이오이, 형씨! 어이!
몽 (뒤를 돌아보며 신경질적으로) 아이씨 뭐야.
몽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찌방을 보고 얼어붙는다.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몽은 하이에나 앞에 놓인 한 마리의 햄스터가 되어있다.
이찌방 어쩔꺼야, 임마!! 우리 형님의 팔이 덜-렁거렸잖아!
몽 (쭈굴거리며) 죄..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찌방 어이 근데 누구 죽이러가? 눈빛이 풀려있는데, 형씨.
이치방은 몽의 두둑한 주머니에 눈길이 간다.
이찌방 (몽의 주머니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근데 주머니는 왜이리 두둑해. 형씨, 뭐 들었어?
이찌방은 몽의 주머니에 손을 뻗는다.
몽은 움츠러든다. 몽은 점퍼 주머니 안에 찔러넣은 손으로 가위를 꼭 쥔다.
그 순간 키료는 이찌방의 어깨를 짚는다.
키료 (이치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어이, 그쯤 해둬라.
이찌방 하지만, 형니임-.
키료는 이찌방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에 이찌방은 옆으로 비켜선다.
이찌방 (옆으로 비켜나 고개를 숙이며) 예, 형님!
몽은 양팔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미세하게 떨고 있다. 멀리서 뒤따라오던 박은 이 모습을 보고 황급히 벽 뒤에 몸을 숨긴다.
키료 (몽을 바라보며) 뭘 그렇게 앞도 안 보고 가는 거냐.
(몽의 양 팔을 보더니) 어른이 말할 때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야지.
몽 (얼어붙은 채로 말로만) 예? 예, 예!
키류는 몽의 양팔을 붙든다. 그러고는 몽의 팔을 들어 주머니에서 손을 빼준다.
키료 (허리를 굽혀 팔을 빼주며) 그래, 그렇게 손을 넣고 다니면, 발이 걸려 넘어지잖냐.
몽 가, 감사합니다. (뒤이어 고개를 숙이며) 시, 시, 실례했습니다!
키료 (다시 허리를 펴고 곧게 선다) 음! 그래. 앞으로는 조심히 다녀라. 그건 그렇고, 미안하면 백 원만 줘봐라.
몽 네?
키료 백 원만.
이찌방과 키료는 떠난다. 몽의 허탈한 뒷모습. 잠시 후 벽 뒤에 숨어있던 박이 나와 몽에게 다가온다.
박 야아.
몽 시끄러….
#5.
메이드카페 건물 외부 / 오후
손하역 근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중심가 거리로부터 한 골목 들어가면, 오래되고 좁은 골목이 나온다. 그중 빨간 벽돌로 지어진 한 낡은 건물 입구 앞에는 메이드 카페라 쓰인 핑크색 입식 간판이 서 있다. 몽은 간판을 힐끔거리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서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박은 몽을 뒤따라 올라간다.
#6.
메이드카페 내부 / 오후
가게 중앙에는 빈 나무 테이블들과 의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벽 쪽으로는 커튼으로 가려진 비밀스러운 테이블과 소파들이 나란히 숨어있다. 하지만 가게는 손님 한 명도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정장을 입고 포마드를 잔뜩 바른 홍 사장(42)이 가게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다. TV에서는 버튜버 관련 뉴스가 흘러나온다.
TV (V.O.) 최근 버츄얼 유튜버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2의 메타버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많은 이십대 남성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모니터만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젊음의 거리, 강남대로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편입니다. 작년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우려를….
#7.
메이드 카페, 문밖, 카운터 / 오후
몽에게로 장면 전환. 가게 밖에서는 TV 소리가 작게 들린다.
(V.O.) 작은 TV 소리.
몽은 가게 문 앞에서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뜨고 문을 노려본다. 눈빛이 변해있는 몽. 몽은 인기척이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박은 이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8.
메이드 카페, 카운터 앞 / 오후
카운터로 다가서는 몽.
몽 (카운터로 다가가 종을 세차게 흔들며) 우효오오- wwwwwwwwwww.
졸라 짱쎈 몽은 울부짓었다. 가게 안에서 홍 점장이 TV를 끄고 다급히 달려 나온다.

홍 점장 손니임?
몽 (씽긋 웃으며) 하-잇! 츄짱은 나왔나요?
홍 점장 예, 예? 아…, 예예, 나왔지요! 저,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몽 히히히, 아녜요, 됐어요. 저기 앉을게요.
당혹스러운 표정의 홍 점장.
#9.
메이드카페, 구석 몽의 자리 / 오후
저벅저벅 걸어가서 구석 자리에 앉는 몽. 박은 몽 앞에 앉는다.
박 에이, 아니지?
몽 (덤덤한 목소리로) 있잖아, 새벽에 츄짱이 나한테 그랬다? 좋아한다고.
박 뭔 소리야. 꿈꿨냐?
그때, 메이드 복을 입은 분홍 머리의 츄(23)가 쟁반을 들고 다가온다.
츄 요코소, 쿠시진사마.
[어서 오세요, 주인님.]
박 츄짱그, 히히, 타다이마.
[츄짱, 다녀왔어.]
츄 오카에리-, 박쿤. 아라라. 몽쿤, 쿄와 기부니가 쵸또 와루이 데쓰카?
[어서 와-, 박 군. 어라, 몽 군. 오늘 기분 조금 안 좋아요?]
박 아, 있잖아 츄짱. 몽이 오늘….
몽 (말을 가로막으며) 메론 소다 하나, 오므라이스 하나.
츄 하잇, 메론 소다 이치방데 오무라이수 이치방 데-쓰. 에-또, 박쿤와?
[네, 멜론 주스 하나랑 오므라이스 하나요. 에, 박 군은요?]
박 난 우유. 그리고 밥은 같은 걸로. 저기….
몽 (또 말을 막으며) 왜 너만 와? 나머지 다 불러.
츄 에-?
몽 지명말야. 지명-. 돈 벌어야지.
츄 (점장의 눈치를 보며) 아… 하이, 와카리마시타.
[아… 네, 알겠습니다.]
Cut to.
이에 츄는 홍 점장을 슬쩍 바라본다. 홍 점장은 잠시 가게 뒤로 들어갔다가 나온다. 뒤이어 똑같은 메이드복을 입은 푸른 머리의 쫄(27)과, 깜장 머리의 영(22)이 뒤따라 나와 몽과 박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온다.
영 오카에리냥, 쿠시진사마.
[어서와냥, 주인님]
쫄 오카에리-, 친히 불러주셔서 아리가또오- 는 니X. (짜증내며 몽에게) 왜 또 왔어?
[어서 와-, 친히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아- 는 니X, 왜 또 왔어?]
츄 (쫄을 다급히 바라보며) 쫄짱!
몽은 아랑곳하지 않고 츄에게 주문한다.
몽 츄짱, 그거 해봐. 그 뭐냐, 날 ‘경멸’해 봐. 그, 둘은 잠깐만.
츄 에-. 그건 메뉴에 없는데쓰-.
몽 없으면 만들어.
츄 에-, 그러면 메뉴에는 없지마는 특별히 몽쿤이니까, 간바레해보겠스무니다아!
[에-, 그러면 메뉴에는 없지만 특별히 몽 군이니까, 힘내볼께요!]
츄는 목을 가다듬는다.
츄 너 내가 그렇게 좋아? 아무리 그래도 소용 없을꺼야, 왜냐구? 생각을 해봐.
잠시 일동 정적. 몽은 킥킥 웃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종이 쪽지가 툭하고 나온다.
몽 (쿡쿡대며) 손님이 우스워요? 생각 좀 해. 이러면 돈 못 줘. (정색하고 쪽지를 건네며) 츄짱. 이대로해봐.
쫄 야, 몽.
츄 (긴장하며) 괜찮스무니다, 쓰미마센. 에-, 이건.
[괜찮아요. 미안합니다. 에-, 이건.]
츄는 쪽지를 읽는다. 그러고는 목을 가다듬고 대사를 읊는다.
츄 아, 예. 이대로 다시 해보겠스무니다아!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하-, 매도해 주니까 후욱후욱거리는거봐. 아 진짜 개 더러워. 너 진짜 벌레 같애, 넌 벌레 새끼랑 정들어? 방구석에서 자꾸 바퀴벌레 보인다고 정들어? 징그럽고, 역겹고, 죽여버리고 싶어 변태 새끼.
박은 좋아한다.
박 우와, 완벼크네 츄짱. 페이짜응 미따이.
[우와 완벽하네 츄짱. 페이짱 같아.]
몽 뭐야 하니까 잘하네. 봐, 본심이 나오니까 자알 하잖냐.
츄 에-? 하하하하하, 그럴 리가요, 몽쿤.
몽 박, 줘. 돈.
박 (당황하며 몽을 쳐다본다) 내가?
몽 팁 내.
박 (머뭇거리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영에게 건넨다) 그, 그래, 여기.
영 박쿠운, 아리가또냥!
[박 군, 고맙다냥!]
박이 돈을 건네는 동안 몽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더니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츄는 몽의 주머니에 눈길이 간다.
몽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있잖아. 쫄짱, 영짱. 봐봐. 사람 가지고 놀면은 말이야….

#10.
메이드카페, 카운터 / 오후
그때, 메이드카페의 정문이 벌컥하고 열린다. 테이블 일동의 눈이 모두 카운터로 향한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흥(41)이다. 홍은 카운터에 기댄 채 위에 놓여있는 종을 위아래로 세차게 흔든다.
흥 (꼬인 목소리로) 애들앙-, 쿠시진사마 왔다능, 히히.
홍 점장 (흥에게 다가가 굽신대며) 아유, 오늘은 좀 자셨네요, 손님. 얘들아-, 사장님 오셨다.
이에, 츄와 영이 카운터 앞으로 호다닥 달려나간다.

#11.
메이드카페, 몽의 자리 / 오후
쫄은 가지 않고 남아있다. 몽은 주머니에서 빈손을 꺼내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카운터를 바라본다.
쫄 (의아하게 바라보며) 뭔데? 몽쿤, 근데 오늘 옷차림이 왜 그래? 첫날 빼고는 여태 쫙 빼입고 오더니.
몽 뭐, 그게 중한가. 그래도 쫄짱 넌 남아있어주네. 해줘. 있잖아 그거, 얀데레.
[얀데레 : 특정 대상을 극히 사랑하고, 그 사랑의 반동으로 생긴 질투 또는 집착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사고하거나 극단적인 행위를 벌이는 심리 상태, 혹은 그러한 캐릭터]
쫄 난 선불이야.
몽 박.
박 (구시렁대며 팁을 건넨다) 아씨, 알았어. 나중에 줘야 해?
쫄은 돈을 받는다. 허리춤에 돈을 대강 찔러넣더니 목을 가다듬는다.
쫄 (엄숙한 목소리로)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그래, 몽이 여기 있구나.
이리 오거라 천박한 놈아. 자 여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거라.
어떠느냐, 참으로 예쁘지 않느냐. 아름답다고 하거라, 어서.
쫄은 그러고는 들고 있던 메뉴판으로 몽의 이마를 가볍게 한 대 툭 친다.
몽 도대체 뭔말이야, 그게. 그리고 애초에 그건 얀데레도 아니잖아.
쫄 (몽의 이마를 툭 치며) 정신 차리거라, 임마. 있다 봐.
몽 (자기 이마를 만지며) 아씨.
쫄은 몽과 박의 테이블을 떠난다.

#12.
메이드카페, 흥의 테이블 / 저녁
커튼으로 가려진 테이블에서는 흥이 츄에게 치근대며 진상을 부린다. 그 옆에는 영과 쫄이 이를 익숙한 듯이 바라보며 서 있다. 세미 정장을 입은 쌈(21)이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 서서 홍이 츄에게 손을 댈 때마다 말로 제지한다.
쌈 (단호하지만 나긋한 목소리로) 이러면 곤란합니다. 접촉을 멈춰주십시오.
흥 어, 그래-. 쌈짱도 이제 슬슬 메이드할 때 되지 않았어? 애교가 없으면 이야다-. 쌈짱은 얼마면 되나아?
쌈 곤란합니다.
흥 뭐? 아니, 쌈짱은 돈 벌기 시러? 하늘 같은 손님이 주문하는데! 안 되는 게! 어딨어-어.
(큰 소리로) 점장!! 홍 사자앙!
홍 점장 (쌈 옆으로 다가와서) 예에.
흥 아니! 언제까지 수습이야아-. 엉? 나 많이 참았다고? 내가 여기에 부은 돈이 얼마야, 앙?
홍 점장 아무리 그러셔도..
흥 뭐!!! 나 이러면 다신 안 와?!
흥분한 흥이 상의를 갑자기 훌렁 벗는다. 츄와 영은 비명을 지른다. 쫄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쌈은 손으로 눈을 가리지만 왜인지 손가락 사이가 벌어져 있다.

츄, 영 꺄악-.
홍 점장 아이고, 사장님-. 고정하시고요….
(쌈의 옆구리를 툭 치며) 야, 그 있잖냐, 연습한 거. 빨리 그거 해드려.
쌈은 한숨을 푹 쉬다가 잠시 숨을 가다듬고 연습했던 대사를 한다.
쌈 (광기 서린 목소리로 웃으며)
하아-. 일어났어? 그대로 평생 자버리는 줄 알고, 마음 졸였잖아.
시체라도 그대로 박제해서 가만히 바라볼까도 했는데,
역시 그 전에 날 보고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듣고 싶어.
살려달라고 한번 돼지처럼 짖어보라고, 어서-.
응? 풀어달라고? 웃기지마, 또 도망가려고?
이젠 아니야. 질렸어. 그냥. 얌전히. 인형이 되렴.
넌 벗어날 수 없어.
츄, 영, 쫄, 그리고 홍 점장이 쌈을 바라본다. 흥은 소파에 기대앉아 쌈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 숨을 몰아쉰다.
흥 하악. 뭐야, 쌈짱 스게에-. 나 완전 소름 돋아서 굳어버렸다구!
츄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박수치며) 어머-. 츄짱. 도시떼 이마마데 숨겨왔던 거야?
[어머-. 츄짱. 어째서 지금까지 숨겨왔던 거야?]
영 (옆에서 쌈을 바라보며 박수친다) 우와, 대박이다냥!
흥 (박수치며) 이야…. 박수우! 박수! 넌 더블이다냥. 더블로 가져가.
흥은 지폐 다발을 꺼내 쌈의 가슴팍에 꽂는다. 츄는 이틈을 타 자리를 빠져나온다.
#13.
메이드카페, 구석 몽의 자리 / 저녁
몽과 박은 테이블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몽 (이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지랄이다, 지랄. 쯧.
박 (쌈을 보며) 이야, 몽, 쌈짱 미쳤다요.
몽 그러니까아-. 저번에 우리한테는 안 해주더니. 거지는 볼 일 없다 이거지. 뭐.
박 (몽에게 고개를 돌리며) 에헤이, 뭘 그래. 돈 더 챙겨준다잖어.
몽 (중얼거린며) 에휴, 지랄이야…. 지랄.
그때, 츄가 멜론 소다랑 우유 한 잔씩과 오므라이스 두 개가 실린 플라스틱제 카트를 밀며 테이블로 다가온다.
츄 휴-. 겨우 빠져나왔데스요. 쟈. 주문하신 음식 나왔스무니다아.
츄가 음식들을 테이블 위로 세팅한다. 그러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익숙한 모습으로 오므라이스에 마법의 주문을 건다.
츄 자아, 오늘도 마법으노 주무늘 해야겠지요오-.
세 노, 이키마쇼오! 오이시쿠나레-에, 오이시쿠나레-에, 모에, 모에, 큐웅!
[셋 둘, 갑니다아! 맛있어져라-아. 맛있어져라-아. 모에, 모에, 큐웅!]
박은 어색하게 웃으며 부끄러워 한다. 몽은 의자에 축 늘어져 이를 심드렁하게 바라본다. 츄는 박과 몽에게도 똑같이 주문을 외도록 요구한다.
츄 (밝은 목소리로) 쟈, 몽쿤, 박쿤모 잇쇼니 이키마쇼오! 세, 노!
[쟈, 몽군, 박군도 같이 갑시다, 셋, 둘!]
박 헤헤, 딜리샤쓰나레, 딜리….
[헤헤, 딜리셔스해져라, 딜리….]
몽 (박의 말을 끊으며) 그건 됐고, 츄짱, 다른 애들은 왜 또 안 오나?
츄 (미소를 지으며) 에-. 몽쿤, 오늘 쵸또 이상하므니다아.
몽 아니…. (괜시리 웃으며) 내가 한두 번 오냐?
(고개를 돌려 츄를 본다) 왜? 이제는 우리가 뽑아먹을 게 없어 보이나 봐?
박 야아-. 왜 그러냐.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오늘은 니가 낸 것도 아니잖어….
츄 (애써 밝은 미소를 유지한다) 미안합니다아, 몽쿤. 쵸또 이해구다사이요. 알다시피, 그….
[미안합니다, 몽 군. 조금 이해해주세요. 알다시피, 그….]
(손을 입에 대고 살짝 허리를 숙여 멀리서 속삭인다) 곤란한 분이 와 계셔서요….
몽은 고개를 돌려 츄를 외면하고는 나직이 탄식한다.
몽 (비아냥대며) 헤에-. 그렇구나. 소오-난다. 쇼가나이나. 야레야레-.
[헤에-. 그렇구나! 그러-쿠나. 어쩔 수 없구만. 이런이런-.]
테이블에 정적이 흐른다. 가게 구석 흥의 테이블에서 메이드의 응대 소리가 들려온다. 몽은 계속 말이 없다. 츄는 어찌할 줄 모르고 서 있다. 박은 사이에서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감싸 쥔다.
(V.O.) 멀리서 들리는 홍과 메이드의 떠들썩한 소리
몽은 쳐다보지 않고 츄에게 말을 꺼낸다.
몽 (나지막하게) 왜 꼬리 쳤어?
박은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참조 자료
i. 곽튜브, 찐따 일본 오타쿠의 성지에 가다 - 일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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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거의 모릅니다. 다소 틀린 부분 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