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몽의 소나랜드 단편선, 제 2화 백원만 체육관
서기 2023년 06월 21일, 사과몽이 덩그러니 떨어졌다.
제한 없는 밀렵이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세계, 소나랜드.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몬스터볼에 포켓몬들이 곳곳에서 숨 죽이는 가운데,
사과몽은 책임없는 쾌락을 즐기고 있다.
평원에는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포켓몬들이 헐레벌떡 뛰어다니고,

사과몽도 뒤를 쫓아 수풀을 달린다.
“한 마리, 저기 또 한 마리”

그러고는 귀여운 주머니 괴물들이 보일 때마다
닥치는 대로 볼을 던져 안으로 욱여넣는다.

허리띠는 순식간에 포켓몬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하지만,
사과몽은 여전히 빈 몬스터볼만 만지작거린다.

그 순간 저 멀리 이글거리는 형체가 보인다.
바알간 불을 온몸으로 토해내고 있는 포니타 무리다.
개중에 유독 대장격으로 보이는 날색마가 이쪽을 노려본다.
사과몽은 군침이 돈다.
슬며시 허리춤에서 몬스터볼을 꺼내든다.


포켓몬들이 날색마의 성난 발길질을 버티어주고
사과몽은 계속 볼을 던지지만,
날색마는 여간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덧 주변에 쓰러진 포켓몬이 즐비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딴 따따단 따따다 단.
“아싸, 여섯 마리”
다섯 포켓몬을 제물로 삼고서야, 사과몽은 날색마를 손에 넣었다.

허나, 강한 포켓몬을 굴복시켰다는 환희도 잠시,
사과몽은 이내 공허하다.
‘그래, 집을 짓자.’
푸르른 광장이 내다보이는,
서버에 들어온 자는 누구나 반드시 거치는,
그러나 바로 눈에 띄지는 않는,
광장 중심에서 살짝은 먼 곳에 사과몽은 터를 잡는다.

사과몽은 근처의 자작나무를 도끼로 패고,

작업대에서 대패질하여,

광장 경계면 옆에 판자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쌓다보니, 판자 옆에서 웬 캐터피가 꾸물댄다.
지긋이 밟아주니 실을 웩, 토해낸다.
갑자기,
"우와! 뭘 짓는걸까요오?"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베베리가 다가온다.
사과몽은 베베리가 반갑다.
"그냥 집이요. 안에서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그치만 베베리는 뭔가 이상하다.
얼핏 안을 보니 테이블 하나 없이 집이 텅 비어있다.
"아, 아니요오, 좀 둘러보고 올께요오!"
베베리(이)가 도망갔다!

'그냥 갈꺼면, 백원만...'
사과몽은 쓸쓸하다.

홀로 남은 사과몽은 어느덧 묵묵히 건물을 올렸다.

그리고는 문을 달고 아무도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게 걸어 잠근다.
소중한 곳이다.

텅 빈 마을을 발발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백청미,
처음으로 들어선 건물에 홀린 듯이 들어온다.
사과몽은 슬며시 문을 잠그고는,

"나를 이기면, 여기서 나가게 해주지. 띠로리로리로"
즉시 싸움을 건다.
백청미는 꺄르륵 웃지만,
입가에 불을 머금은 날색마를 보고는 이내 기겁한다.

“아니, 나갈래요.”
날색마의 발굽에 처참히 짓밟힌 백청미는
떠나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과몽은 백청미를 불러세운다.
"나가고 싶어요? 백원만..."
허겁지겁 돈을 꺼내려는 백청미, 하지만 처음에는 모두 거지다.
“그러면 제일 소중한 것을 하나 내놓으시오”
사과몽은 신이 난다.

이 때, 건물 근처를 지나가던 하나마나는 안에서 새어나오는 꺄르륵 소리를 듣는다.

처음 보는 건물에 호기심을 보이며 문을 두드리던 하나마나,
사과몽은 몰래 뒤에서 다가와 슬쩍 문을 열어주고,
하나마나는 저도 모르게 안으로 발을 내딛는다.
사과몽은 재빨리 뒤 따라 들어오고 문을 걸어 잠그며,

"어서오시게 낯선이여, 사과몽 체육관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을 나가고 싶다면 나를 이기시게."
하나마나는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날색마에게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이에 어김없이 사과몽은 대가를 요구한다.
"나가고 싶어요? 백원만..."

하나마나는 급하게 땅굴을 파보지만,

"체육관을 부셔? 그러면 이백원인데"
사과몽은 단호박이다.

하나마나는 돈이 없다며 사정해보지만,
"그러면 제일 소중한 것을 내놓으시오"
사과몽은 히죽인다.

안절부절하던 하나마나는 순간 번뜩인다.
"그러면, 제가 다른 사람을 데려오겠습니다."
사과몽은 잠시 고민하더니,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좋소"

하나마나는 바람잡이에 열심이다.
어부가 물고기를 줄줄이 낚듯이, 어느덧 체육관 앞에는 세 명이나 줄을 섰다.
"아이고, 손님 줄 서세요. 체육관 오픈 했습니다."
하나마나의 외침이 문 밖에서 들려온다.
한 명씩, 손님이 차례로 입장할 때마다



체육관 안에서는 기쁨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약한 자들을 잘근잘근 짓밟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사과몽은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러나
광란의 잔치 뒤에는 언제나 그렇듯, 고요한 적막이 찾아온다.

하나마나는 더이상 없다.
절로 찾아오는 손님도 없다.
‘…’
‘여섯 마리…’

"ㅎ."
"저기요-"

# 본작은 작성자의 각색이 많이 들어갔으며, 작중 심리 묘사는 실제 인물과 전혀 관련 없음을 밝힙니다.
# 본저작물에는 (주)우아한형제들과 (주)윤디자인그룹에서 제공한 서체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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