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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축구왕 : 어느 비선실세의 최후

뚜자서
04.18
·
조회 249
출처 : 본인

축구라는 출세길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사대기서의 하나로 꼽히는 인기작 수호지.

 

삼국지연의 속 최고의 빌런이 누가 뭐래도 조조라면, 수호지의 최종보스는 고구(高俅)라는 인물입니다.

 

고구가 처음 권력의 맛을 보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축구였는데, 공차기 놀이를 너무 잘 한 나머지 황제의 놀이 상대가 되어 환심을 사더니 끝내는 전수부 태위의 자리에 올라 송나라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권세가가 됩니다.

 

고작 볼 좀 찬다고 재상 자리까지 먹는단 것은 좀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이긴 해도, 사회생활에서 ‘윗사람과 특정 스포츠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은 불행히도 비단 송나라뿐 아니라 현대에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일일 텐데요.

 

특히 왕조국가나 신분제 사회에서는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높은 사람과 친한 것이 매우 유리하죠. 윗사람의 마음에 들도록 아첨을 잘 하면 순식간에 막후에서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경호원, 무당, 주치의, 유모, 이발사, 주방장… 원래대로라면 정치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지만, 권력자의 비호를 받아 정계에 폭탄처럼 등장했다고 폭탄처럼 사라지는 사람들.

 

 방장이 관포지교의 고사성어를 다루면서 소개했듯, 역아가 요리사 출신으로 제나라 재상이자 희대의 간신이 된 것이 중국사에서도 비선실세의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고 그 밖에도 비선 권력의 예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실로 수두룩합니다.

 

수많은 인간 군상 하면 뒤지지 않는 삼국지에도 다양한 권력 놀음이 나타나지만, 그 중 고구처럼 ‘축구를 잘해서’ 신망을 얻은 사람이 있을까요?

 

이때 단순히 운동을 잘 해 무관이 된 게 아니어야 합니다. 무예에 능하고 기골이 장대한 것은 이 시기 무관이나 병사의 역량에 당연히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건 비밀스럽게 작동하는 권력이 아니라 정상적인 선발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무력을 얻은 모범 사례니까요.

 

진짜로 축구, 그것도 무예나 호위 같은 것과 관계없이 스포츠로서의 축구를 잘했다는 이유로 비선이 된 삼국지 인물이 있을까요?

 

 

 

 

이 사람은 양추.

 

일러스트가 제법 당당하게 나왔죠? 목을 두르는 털가죽도 인상적인 것이 상당히 유망한 장군처럼 보입니다.

 

속지 마세요. 능력치 조꾸립니다.

 

(삼8 리메이크 기준 통솔 68 / 무력 67 / 지력 56 / 정치 58 / 매력 46)

 

비록 좋은 능력치는 못 되어서 중원 사람이었다면 3군 신세를 면치 못했겠지만, 서량 무장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훌륭한 축에 드는 지력과 정치를 갖고 있으며

 

다른 서량 군벌들이 대체로 마초의 활약기 전후로(210년대 중반) 사망하는 반면, 게임상 사망년도도 238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활약연대가 꽤 긴 편.

 

그런 능력치와 수명에는, 양추가 서량의 유력자 중 몇 안 되는 끝이 좋은 사람이었단 배경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마초와 한수 편에 가담하는 대신 적절한 시기에 위나라에 투항하는 데 성공하면서 제후 자리를 보장받고 기록도 간간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의 부하인 ‘공계’라는 사람이 축구를 잘했습니다.

 

 

 

 

위략에서는 진랑과 더불어 공계를 영행편에 넣었다.

 

[해설 : 영행佞倖이란 군주의 총애를 받아 권력을 얻은 비선실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진랑은 역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군으로, 위나라 조예 때 조예와 매우 친해 권력의 중추에 자리잡은 인물입니다.]

 

공계의 자는 숙림으로, 서량 천수군 사람이다.

 

건안 연간(196~220) 초에 공계는 장군 양추의 사절로 조조에게 여러 번 파견되었다. 조조는 표를 올려 양추를 기도위로 삼았다.

 

공계는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성격인데다가 바둑과 답국[蹹鞠, 발을 쓰는 공놀이]에 능했기에 조조가 그를 총애했다. 매번 좌우에서 함께했으며 조조가 출입할 때 따랐다.

 

공계는 조조의 의사를 잘 관찰해, 조조가 기쁘고 즐거울 때에 좋은 말을 빙빙 돌려 가며 늘어놓았으니 (공계를 거쳐서 말하면) 일이 자주 잘 풀렸다. 여러 번 조조에게 상을 받고 사람들에게 뇌물을 챙기니 제후의 옷과 음식에 버금가는 사치를 부렸다.

 

- 명제기 배송지주

 

 

그 사람 잘 보는, 주변에 인재도 가득한 조조마저 홀려서 권세를 누릴 정도면 공계의 솜씨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축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눈치와 처세에도 능한 구석이 있는 인간 비데였습니다.

 

조조가 자기와 친한 사람들에게도 호탕하게 베푸느라 제삼자의 시선에서 공정하지 못한 때가 간혹 있었지만(유훈이라는 인물이 대표적), 조조와 이전에 아무런 연줄도 없던 상황에서 이런 파격대우를 받은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그런데 모든 비선실세가 그렇듯, 사람이 욕심이 지나치면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을 건드려서 원한을 사게 마련인데… 

 

 

 

 

 

(조비.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 담당)

 

 

조조는 공계를 총애했기에 그 또한 오관장(조비)을 비롯해 조씨 제후들과 친했다.

 

후에 공계는 조조가 오랫동안 태자를 세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임치후(조식)에게 붙어 조비와 거리를 두니 이에 조비는 심하게 원망을 품었다. 

 

조비가 즉위하고 나서도 공계는 아직 죄를 범하지 않았지만, 황초 연간(220~226)에 관례대로 공계는 부마도위로 직책이 옮겨진 뒤 서역에서 사적으로 뇌물을 받곤 인사를 전횡했다. 이 일이 실패로 끝나자 조서에 따라 심문을 받고는 죽었다.

 

- 명제기 배송지주

 

 

 

자기가 줄을 잘못 탔다고 인지했으면, 그것도 조비처럼 신경 거스르면 위험한 군주를 적으로 만들었으면 두려움에 떨며 근신해도 모자랄 차에,

 

서역에서 뇌물을 받는 대형사고를 친 탓에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조비에게 바로 죽어버리고 맙니다.

 

 

위략을 지은 역사가 ‘어환’이 이를 두고 리더십의 중요성을 논평한 것이 걸작입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허투루 주지 않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허투루 받지 않는다.

 

그러니 밖으로는 박달나무 베며 탄식하는 소리가 없고 안으로는 인형 취급받을 신하가 없다면,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태평성대의 법률이 나타난다.

 

[해설 : ‘박달나무 베는 소리’는 《시경》의 벌단편에서 유래했습니다. 벌단편은 백성들이 고된 노역에 시달리며 나무를 베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이 없다는 건 백성을 착취하지 않는단 뜻입니다. ‘인형 취급’이란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고사성어를 말합니다. 옛날 제사에선 시체를 대변하는 마스코트 역할을 해주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동자를 두었는데(주로 고인의 친구 아들이 맡음), 한나라 때 대신 주운이 요즘 관리들은 그런 동자처럼 쓸모가 없다고 비난한 일에서 유래해하여 시위소찬은 ‘월루질을 하는 무능한 관리’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행이라는 무리는, 주군을 상대로 그때그때 임시변통으로 맞춰주기나 할 뿐이지 덕으로 영광을 이루거나 공을 세워 녹봉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하면 마음의 저울 같은 평정심이 나날이 줄어들고 간사함으로 기울어 버리지 않겠는가!

 

무황제[조조]의 신상필벌에도, 명제[조예]의 법률에도 불구하고 이런 간신배들이 있었는데, 하물며 그 아래의 능력을 가진 군주들은 오죽할까?

 

- 어환의 평

 

 

어환의 한숨이 말해주듯, 조조 정도면 능력 면에서는 중국사를 통틀어도 충분히 걸출할 인물인데도 살아생전에 공계 같은 아첨꾼을 다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명철해도 아부를 이기는 것은 어려우니만큼 우리 모두 두려움과 성찰을 바탕으로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는 욕망을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하물며 똥착맨은 오죽하겠습니까? 억빠하지 맙시다.

 

 

 

- 끝 -

댓글
병건하게
04.18
조비코패스가 정상인으로 보이는 일화가 있다?
양수나 정의는 좀 안타까운 측면이라도 있었는데 공계는 뭐... ㅋㅋㅋ
뚜자서 글쓴이
04.19
뇌물은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기 무덤을 너무 잘못 파서 사실상 자연사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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