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름 뭐에요?
때는 예비군 2년차.
한창 더운 여름 날. 우천으로 중단됐던 각개전투 훈련이 약식으로 진행 중이었다.
내가 있던 조는 조금 편한 코스와 아주 유도리 있던 간부 덕에 비교적 빠르게 끝내고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나는 비흡연자였지만 바로 옆이 흡연구역이라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고 있었고, 의도치않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초면인 그들은 서로에 대해 간단한 스몰토크 중이었다.
그 때 한 수척한 예비군이 그들 중 한 명인 통통한 예비군에게 다가가더니 담배 한 개비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통통한 예비군은 낯선 그에게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흔쾌히 한 개비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몇 모금 피우던 수척한 예비군은 담배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통통한 예비군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담배에요?”
통통한 예비군이 대답했다.
“아 그거, 몰라요.”
수척한 예비군은 의아한 표정으로 통통한 예비군을 바라봤지만, 담배를 빌린 입장이라 그런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 몰라. 모르구나.”
통통한 예비군도 그를 의아하게 봤지만 제대로 못 들었는지 일행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주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를 포함한 예비군들 중 일부는 그들의 대화의 맥락을 알고 서로 눈이 마주쳤다.
수척한 예비군은 담배를 마저 다 피운 뒤, 자리로 돌아가려다가 찝찝했는지 통통한 예비군에게 다가가 다시 물었다.
“그 담배 이름이 다시 한 번…”
통통한 예비군은 약간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몰라요. 몰라.”
수척한 예비군은 대답에 만족하지 못 했는지 깊게 파고들었다.
“아니, 그 담뱃갑에 이름이 있는데…”
흡연장 주변의 예비군들은 그들의 얘기에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통통한 예비군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은 후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 담배 이름이 몰라에요. 아프리카 몰라.”
수척한 예비군은 민망함과 당황함이 동시에 느껴졌는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아… 하하. 이름이 몰라였구나. 모른다고 하시길래.”
끕끕하고 짜증만 나던 예비군의 여름 날, 그래도 모두가 잠깐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였다.
개노잼이지만, 실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