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ㄹㄹ웹 현자

나는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하진 않소.
무릇 대부분의 삶은 미래의 막연한 목표보다는
하늘에 내리는 첫 눈을 보는 행복에 살듯이
나 역시 이런 자잘한 행복을 엮어 인생의 크나큰 낙으로 여깁니다.
점점 야겜들이 제 의미를 잃어가고 꼴림의 미학을 부정하는 현실을 맞이할 수록,
난 더욱 더 예전 야겜들을 갈망하며 이 추억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몇 년을 찾으려 애쓰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한 게임도 있었소.
5년은 머릿속 실루엣으로만 그 게임을 찾았습니다.
4년은 모르는 이들에 부대껴 이 게임을 수소문했습니다.
3년은 "애초에 없는 게임을 갖다가 지어낸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모진 질타도 받았습니다.
2년은 모든 게 지쳐 그저 마음을 닫고 도망쳤습니다.
1년은 이 게임의 꿈을 꾼 뒤 넋놓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사내여, 그대가 나에게 이 게임을 찾아 주었소.
성기사 레이라. 바로 이 게임이었습니다.
분홍색 머리에 천박한 비키니 아머를 입은
게임빌 2012프로야구 풍 그림체의 여기사.
10년은 넘게 멀어져 있던 이 인연을 다시 만나니
역시나 이 야겜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Rpg 메이커의 소스를 그대로 갖다 쓴 디자인,
CG는 움떡은 커녕 효과음도 제대로 없었고
맵의 디자인도 형편 없었으며
배경음악은 너무나 커서 섹1스중 음성 더빙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더이다.
하지만, 스토리와 시츄에이션만큼은 정말로 꼴렸습니다.
제 자지가 좋아하더군요.
그래요. 정말로 꼴렸습니다.
추억 속의 바로 그 게임입니다.
사내여, 창 밖에 눈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