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끌려간 이야기
잠이 안와서 군대얘기나 할려구요 짧은 말투로 쓰겠습니다…
본인은 카투사 출신임. 입대 시기가 다가오는데도 노느라 바빠서 뭘 지원해야 할 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는데, 엄마가 “너 카투사 지원해라” 하셔서 “네” 했더니 운좋게 됨. 난 그때까지만 해도 카투사가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싶어하는 곳인지 몰랐음. 지가 지원해놓고 끌려갔다고 제목으로 어그로 끄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난 전투부대 전투병으로 끌려감. 그 얘길 해보려 함.
카투사 훈련소에 있는 동안 교육생들 사이에서 [체력시험을 잘 보면 용산으로 배치되고, 아침에 운동 안해도 된다] 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았음. 그래서 난 훈련소에 있을때 진짜 운동을 뒤지게 열심히 했음…새벽마다 팔굽혀펴기 하고 쉬는시간마다 관물대에 발 걸치고 윗몸일으키기 했음. 고마운 게, 논산 훈련소에 있을때 조교가 카투사들 체력시험 봐야한다니까 운동시간 엄청 많이 줬음.
캠프잭슨 카투사 훈련소 가서도 그 유명한 ‘잭슨버거’며 튀김같은거 딱 한번 먹음..살찔까봐. 뽐뿌에 누가 거기 음식 올린 거 있길래 퍼옴.
실제로 나같은 계획 갖고있던 동기들 여기서 많이 무너짐. 그도 그럴것이 논산에서 그지같이 먹다가 햄버거 치킨 오믈렛 이런 걸 보는데 어떻게 참냐고…난 용산가서 매일아침 꿀잠잘 생각에 꾹참았지. 탄산음료 입에도 안대고 풀이랑 달걀만 오지게 먹음.
이쯤에서 그 잘봐야한다는 그 ‘체력시험’에 대해 설명하자면, 총 세개 코스로 되어있음.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2마일(3.2키로) 달리기. 만점이 정확이 기억은 안나는데 팔굽혀펴기랑 윗몸일으키기는 대략 70개중반, 달리기는 13분 정도면 안전하게 만점 나왔던걸로 기억함. 카투사 복무하면서라도 서울라이프를 즐길 기대로 내 인생 모든 걸 걸고 체력시험에 임했던거같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마침내 대강당에 모여서 카투사 부대 추첨을 함.
이때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난 추첨을 안하고 누구한테 따로 통보받았던걸로 기억함... 바로 전투병이 되셨다고(읭?) 알고보니 시험점수가 너무 높아서 전투병과에서 날 데려간다는거임…그리고 한 가지 영광스러우면서 개같았던 게 있었는데, 체력시험 말고도 영어시험이랑 사격시험까지 잘 봐서 종합수석졸업을 하게되었다는 거임! 용산가서 아침마다 뺑이칠라고 했던건데 제대로 망한거지... 전투병에 지원하면 위로휴가를 받을 정도로 빡센 보직이고, 해보니까 진짜 빡센 게 맞았음.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의문인 건, 카투사들 보직은 무조건 뺑뺑이로 알고있는데 맘대로 데려가는건 불법이 아닌가 아직도 궁금할 때가 있음. 암튼 카투사 졸업식에 부모님이 오실 수 있는데, 그날 부모님 면전에 대고 지원대장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아드님이 너무 잘하셔서 저희가 전투병으로 데려갑니다” 라고 말함 ㅋㅋㅋ 그때 엄마아빠 얼굴 싹굳음.
그렇게 난 전투부대 끌려갔고 첨부터 전투병 지원했으면 받았을 휴가도 못받고 가자마자 우울증걸려버림. 무기력하게 있을 틈도 없이 우락부락한 미군 전투병들 사이에서 구르고 (피지컬 미쳤음) 따라가느라 벅차고 욕 듣느라 미쳐버릴거같은 이등병생활이 시작되었음. 목요일마다 레슬링을하는데, 부대 폐급미군한테 져서 개망신당하고 수석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이 줬던 기대치로 인해 쪽팔림이 두배로 왔음. 동기부여도 전혀 안된 상태로 동두천까지 끌려가서는 지는 해를 보며 매일매일을 보내는데, 정말 암울했음. 이때부터 가슴쪽이 심하게 아파서 국군병원다니고 모낭염에 머리빠지고 그러다 갑자기 김정일은 뒤져서 부대는 전쟁출격한다고 비상걸리고, 미군 ㅆㅂ것들은 맨날 말썽일으켜서 이태원까지 잡으러다니고, 부대 훈련 시작하면 몇주씩 산에 들어가있고 등등 진짜 너-어-무 빡센 군생활을 시작하게됨.
다행히 결과적으로 전투병생활 후회하지 않게 되는 해피앤딩이지만, 내 인생중 가장 힘든 시기중 하나를 뽑으라면 저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