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똥론

“이 글을 쓰고있다는 뜻은 제가 방금 급똥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일테지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세줄 요약

-평소에 똥관리를 잘하자

-급똥은 이길 수 없으니 겸손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리지 마라 (변기에 앉기 직전을 조심하라)

제 1장 | 업보 (Karma) 

급똥을 만나면 ‘내가 뭘 잘못했기에…’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겁니다. 분명 착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이런 시련을 받아야 하나 싶지요.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결국 잘못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어제 무얼 드셨나요? 혹시 며칠 동안 똥을 쌓아두진 않으셨나요? 쌀 수 있을 때 쌌어야지요. 저의 경우, 어제 마라샹궈를 먹고 그대로 잠이 들었고 그날 배변을 한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급똥을 만나면 신과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잘못이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고, 만약 살아남았다면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때그때 비워두고 관리를 잘 하도록 합시다.

제 2장 | 조우 (Encounter)

살면서 우리가 하게 되는 일들 대부분은 그 프로세스가 점진적이거나 때로는 없던 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급똥의 경우는 사정이 매우 다릅니다. 돌아올 수 없는 선이 출발점과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니 급똥이 오거든 그 즉시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운명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덤벼, 덤비라고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을 갖는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입니다. 급똥은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납작 업드려서 살살 달래며 최대한 협상해야 할 커다란 존재입니다. 급똥과의 사투는 이겨서 얻을 건 없지만 졌을 때 모든 것을 잃게되는 불공정한 구도임을 기억하세요. 이때부터는 생각을 최대한 자제해야합니다. 똥을 생각할수록 우리의 뇌는 멍청하게 "똥!? 싸라고!? 지금이니!? 오케!!”라고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똥 위에 방구 위에 부정의 상념까지 쌓아버리는 꼴입니다. 똥을 참는데 도움이 되는 생각은 제 경험상 단 하나입니다. 이 귀한 깨달음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나는 사람이다…사람은 길에 똥을 싸지 않는다’  

제 3장 | 구원 (Redemption)

지리는 것은 선택지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면 목표가 확실해지고 강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 워렌 버핏이 주식에 대해 “절대 잃지 말라”라고 원론적인 조언을 하고, 전쟁터에서 대장이 부하에게 “절대 죽지마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급똥도 절대 지리지 말아야 합니다. 긴 터널의 끝에는 반드시 구원이 있을 거라는 결과를 정해놔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라는 뜻도 되지만, 사회적 죽음을 피하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죽어버린 사람에게 조언이 무슨 소용이며 위로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절대 지려서는 안됩니다. 2장에서 안내한대로 ‘나는 사람이다’를 반복하며 버티십시오. 한번 더 강조합니다. 지리는건 선택지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변기까지 왔다면 쏟아내기 전에 한번 사그러들기를 기다리세요. 이 때는 다리를 꼬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하시면 됩니다. 괄약근 끝에 똥을 잔뜩 걸쳐놓고 허리를 숙이면 그 때 지립니다.

마무리하며…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나열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급똥 대처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오늘도 급똥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의 안녕을 빕니다.

-달릴 수 있으면 달리세요. 달리면 몸의 근육이 수축되기 때문에 똥을 참는 데 도움이 되고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방구를 내보내세요. 내장의 압력을 내리면 심판의 순간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똥인지 방구인지 구분이 안되더라도 첫 번째는 99프로 방구이니 자신감을 갖고 천천히 내보내기 바랍니다. 

-세이빙 스폿을 기억하세요. 공공화장실이나 개방화장실을 기억해두고, 자주가는 식당이나 카페 건물 화장실 비밀번호를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정신력을 유지하세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노래는 Dragonforce의 Through the fire and flame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