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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대죄악 중 최악의 죄는 무엇일까?

라그나로크
24.02.27
·
조회 2201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peccatum proprium)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 즉 교오(驕傲, 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김), 간린(慳吝, 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함), 미색(迷色, 성욕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함), 분노(忿怒 · 憤怒, 분에 겨워 몹시 화를 냄), 탐도(貪饕, 음식이나 재물을 탐하여 지나칠 정도로 먹고 마심), 질투(嫉妬, 우월한 사람을 시기함), 나태(懶怠,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함) 등이 칠죄종이며, 이것들을 사람이 죄를 짓게 하는 원천으로 보며, 그래서 죄원(罪源)이라고도 한다.

 

-가톨릭사전 '칠죄종'

 

 

칠대죄악(Seven Deadly Sins) 혹은 칠죄종(Septem Peccata Capitalia)은 기독교의 철학적 개념으로 '인간이 살면서 저지르는 모든 죄들의 근원이 되는 부정적 감정이자 또 다른 죄'들을 칭하며 워낙 그 전달력이나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창작물에선 아예 이 칠죄종의 속성을 토대로 캐릭터나 세계관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칠죄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래 칠죄종은 서기 4세기 이집트의 수도사였던 에바그리우스(Evagrius)가 '수도사를 타락시키는 여덟가지 마음'이란 이름으로 처음 그 개념을 구상했는데 ‘여덟가지 마음’이란 표현에서 알수있듯 당시엔 저 구성에서 슬픔(Tristea)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다가 6세기 무렵 ‘대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저기서 슬픔을 제외한 '칠죄종'을 정립하면서 처음 기독교에서 명문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칠죄종과 상징 악마를 모티브로 창작된 디지몬의 7대마왕>

 

각 죄악에 대응되는 악마는 16세기에 독일의 신학자가 대중의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추가로 붙인것이라 악마들은 고정적이지 않고 변동이 강한 편입니다. (벨페고르 ↔ 아스타로트 / 아스모데우스 ↔ 릴리트 / 마몬 ↔ 베엘제붑)

 

그런데 간혹 이런걸 보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칠죄종 중 가장 부덕한 혹은 가장 최악인 죄는 어떤걸까?"

 

사실 이 죄들은 딱히 서열 같은게 매겨지지 않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어린 아나킨에게 "두려움이 분노를, 분노가 증오를,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라고 충고했던 것처럼 죄들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영향을 주어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질투) 때문에 분노로 폭력을 저지르거나 혹은 열등감을 잊기 위해 돈을 낭비하거나 폭식을 하는 식으로 다른 죄를 부추긴다고 여겼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와 비슷하게 과거에도 "칠죄종중 최악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은 있던걸로 보입니다 그것도 칠죄종이란 개념이 처음 생겨난 서기 4세기에도 말입니다.

 

현대에 칠죄종 중 최악의 죄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분노, 교만, 색욕』중 하나를 고를겁니다.

 

특히 기독교 성향인 경우엔 보통 '교만'을 고르는데 이는 개신교등에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행위를 감히 인간으로서 신의 자리를 넘보려는 행위, 즉 『교만』으로 여기기 때문이죠. 가톨릭에 비하면 약하지만 개신교에도 칠죄종이란 개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분노는 더 말 할 필요가 없고 색욕은 도박과 함께 폐가망신하기 딱 좋은 지름길로 여겨지죠.

 

그렇다면 중세 유럽에선 어땠을까요? 중세가 천년 가까이 되는 워낙 넓은 시기였고, 기독교적 가치관이 질서로 자리잡은 시기였기에 중세 유럽에선 시기마다 칠죄종에 대해 여러 관점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그중 중세 말인 14세기의 작품인 『신곡』을 통해 간략하게 그 인식을 옅볼수 있습니다.

 

두란테 알리기에리 혹은 단테(Dante)가 집필한 서사시 ‘신곡’에선 칠죄종 중 최악의 죄는 당연히 『교만』이었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현대 기독교의 관점과 동일한데요. 교만으로 인해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는 원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곡의 『연옥편』에서 연옥은 칠죄종에 따라 7층으로 이뤄져있는데 연옥의 맨 밑바닥이자 가장 고통받는 1층은 교만의 층입니다. 이 곳의 죄인들은 자신이 생전에 교만했던 만큼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 벌을 받게 되죠. 반면 천국과 가장 가까운 7층은 색욕의 층인데 불의 장막을 지나가며 죄를 정화받는 벌을 받지만 교만보다 오히려 죄인들이 살만한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지옥편』도 어느 정도 칠죄종이 반영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신곡에서 지옥은 9개의 원호로 구성된 구덩이의 모습이고 이 구덩이의 각 층 별로 특정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벌을 받고 있는데 지상에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웠고 지하로 내려갈수록 죄질이 나쁘고 부도덕한 죄악으로 여겼습니다.

 

1층인 림보(변옥)은 사실상 지옥이 아니기에 제외하면 첫번째 지옥은 여기서도 색욕 지옥(Lussuriosi)이고 지옥의 최심부는 배신 지옥(Cocito)입니다. 그 직전 사기 지옥(Malebolge)은 신곡에서 가장 넓은 지역으로 묘사됩니다. 배신과 사기는 칠죄종에 대응되지 않는데 이는 두가지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의 결과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흔히 편견속 중세 시대는 ‘금욕적인 시대이며 욕망을 부정하게 여겼다’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세인들은 색욕, 탐식등의 욕망에 속하는 죄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로 여겼던겁니다.

 

이런 배경엔 단테가 딱히 부동산 전세 사기 같은걸 당해서 그런건 아니고 나름의 근거가 있는데 단테를 비롯해 동시기 중세의 지식인들은 죄는 크게 세 종류가 있었다고 여겼습니다.

 

첫번째는 색욕, 탐식, 탐욕, 나태가 속하는 부절제의 죄, 두번째는 시기, 분노, 신성모독등이 속한 부도덕의 죄, 그리고 세번째가 사기와 배신의 죄입니다.

 

당시 인본주의적 가치관이 처음 생겨나면서 부절제와 부도덕의 죄는 사람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저지를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생겨났고 때문에 이 죄들은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반면 ‘사기’ 그리고 ‘배신’은 앞서 두가지와 달리 자신이 죄를 저지르는걸 알면서도 저지른다는 점이 컸기에 이 죄를 특히 큰 죄악으로 봤던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배신과 사기는 공동체가 서로 의심하게 만들고 결속력을 와해시키는데 외부의 적에 맞서 하나된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던 당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피렌체 공화국 출신이던 단테에겐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는 이 죄들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편은 조만간]

 

참고자료

  •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 신곡
  • 가톨릭 사전
댓글
라이부
24.02.27
7대 죄악만 보면 떠오르는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재미있네요
라그나로크 글쓴이
24.02.28
사실 다음화에서 강연의 호문클루스도 참고 이미지로 쓸 생각이었습니다 흐흐흐;;
라이부
24.02.28
@라그나로크
에프제플린
24.02.27
와 악마들 디지몬 같다 했는데 진짜 디지몬이네요 ㅋㅋㅋㅋ 신곡은 뭐니뭐니해도 지옥편이 제일 재밌는거 같아요. 림보에 있는 살라딘을 보면서 살라딘을 진짜 높게 평가하긴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지옥 하나하나도 특징있게 만들었고 마지막 층의 루시퍼가 배신자들을 야금야금씹는다는 표현도 재밌어요
배추살땐무도사
24.02.27
2편이 넘나 기대되잖슴!
SCHreiber
24.02.27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는 죄종 중에서 교만이 가장 큰 죄라고 설명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유는 교만이 다른 모든 죄의 근본이자 공통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당대 철학, 즉 중세철학에서 인간의 행복은 자력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의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선은 신에게 스스로의 행복을 의탁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고, 인간의 죄와 악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려 함에서 발생한다는 겁니다. 신을 저버리고 스스로의 행복을 쟁취하고자 하는 성향이 바로 교만이고 그런 의미에서 교만은 (선악과로 상징되듯이) 모든 죄의 근본이 됩니다.
SCHreiber
24.02.27
그래서 신학대전에서는 악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악한 것은 아니라 스스로의 힘에 따라 행복을 쟁취하고자 하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인간과 공유하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SCHreiber
24.02.27
아 신학대전이 아니라 악론(De Malo)입니다 착각했네요
@SCHreiber
딱지코모리
24.02.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 편들도 올려주세요!
내가왜
24.02.27
흥미롭네요 잘 봤습니다
사과밭
24.02.28
사기와 배신이 이단과 배교랑 연결되어 있어 제일 큰 최악이라 본 것 아닐까요?
라그나로크 글쓴이
24.02.28
신곡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단자와 배교자는 6층 이단 지옥(Eretici)이라고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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