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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겪은 인간의 아름다움

돌이마
24.02.23
·
조회 1164

네이버 블로그 - 골방철학가님의 글입니다.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그녀와 중국여행을 하고 있었다

쑤저우의 한적한 식당에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별 생각없이 밖을 바라보니 남루한 행색의 노인이 길바닥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같은 인간이었고 충분히 느껴졌다

저 노인은 춥고 배고프구나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공리주의니 효율적 이타주의니 따위의 이론에 심취해 있었다

머리속으로 저 노인을 도울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시적인 음식제공이 저 노인의 인생에 근본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나 스스로의 도덕성을 뽐내기 위한 오만함이 아닐까

또한 내가 노인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 어쩌면 노인에게 무례한 것이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뭐 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내 필명이 무엇인지 다시 봐주길 바란다

결국 온갖 생각을 다 한 끝에야 노인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움직이자는 결론을 내렸다

주문을 마치고 온 그녀는 내 곁으로 왔고 창 밖의 노인을 보게 되었다

내가 노인에 대해 말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이미 그녀는 노인에게 걸어가고 가고 있었고

사양하는 노인을 데리고 와 앉혔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낼 수 없다더니 정말이었다

벙쪄있는 나를 향해 그녀는 할아버지가 안타까워서 그러니 같이 먹자고 했고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노인에게 손녀마냥 살갑게 대했고 노인도 사양했지만 내심 그것이 싫지 않았던 듯하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얼굴에서 미소를 숨기지 못했으니까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둘의 대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때때로 나에게 이야기를 통역해줬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다

끽해봐야 고향이 쑤저우가 아니고 텐진이라는 것이며 뭔가 잘 안풀려서 여기 남게 되었다는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쑤저우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와 대화가 더 잘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인 역시 현지어를 잘 못하는 이방인이라서 그런걸까

 

나는 대화 내내 노인의 눈과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길거리에 앉아있던 죽은 눈은 어느새 생기 가득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을 정도로 자애로웠다

그렇게 식사는 끝이 났고 노인은 감사와 미안함을 표하며 사라졌다

난 도대체 어떻게 노인을 생기있게 만들었는지 궁금했고 "어떻게...?"라고 물어보았는데

그녀는 '어떡해'로 이해했는지 이렇게 답했다

"그냥 한그릇 더 시킨거고 얼마 안해"

잘못된 대답이었지만 옳은 대답이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뭐가 공리주의고 뭐가 효율적 이타주의란 말인가

그냥 밥 한번 같이 먹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자 왜?라며 날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기도 했지만 그때의 감정은 분명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온전함에 대한 존경이었다

어쩌면 내가 평생 찾아다닐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대한 대답이

누구나 알지만 현실에 깎여 사그라드는 온전한 인간성이

내 눈 앞에 이렇게나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글을 썼으며

중국에서 찍은 사진을 끝으로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댓글
두부왕
24.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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