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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下

돌이마
24.02.16
·
조회 1709
출처 : 원글 : 스레딕(삭제됨) / 2차 출처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06392

 

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무당이 할수있는 구명의식은 퇴마굿 같은거라 고명한 스님들이 하는것과는 틀리다했어. 


뭐라고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안나네. 


아무튼 할수있는건 일단 영가를 불러내 원하는걸 해주고 좋은곳으로 가길 구슬리던지

 

자꾸 버티고 못살게 굴면 신령님들 힘좀 빌어서 강제로 내보내는수밖에 없는데

 

후자같은경우 내가 입는 데미지도 크고 쫒아냈다 싶다가도 잠깐 피해있다 다시와서

 

더 악랄하게 괴롭힐수도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전자쪽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근데 이것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그냥 통째로 나를 먹겠다는 심뽀라 만에 하나 수가 틀리면  강제로 쫒아내야하니

 

마음의 준비정도는 하고있어야할거라고. 

 

 

 


얘기가 끝나고 목이말라 거실로 다시  나가려는데 아까같은 상황이 또 생겨났다. 


방 밖으로 나가는걸 누가 막기라도 하는듯 어지럽고 구역질이나서 속이 답답하고 


타는것같이 괴로워서 뒹구는데 순간 내몸이 내것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오감이 다 닫힌 것처럼 눈도 귀도 느낄수있는 감각이

 

전부 전원을 갑자기 끈것마냥 다 꺼져버린듯한? 내가 내몸에서 갇혀버린듯했다.

 

단지 내 의식만이 깨어있는것 같은 이상한 경험이였지.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의식만 붙잡고 두려움에 떨길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것 같은데

 

갑자기 전원이 탁 켜졌고 난 방에 누워있더라고.


혼이 쏙 빠진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팔다리가 부자연스러운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였다.

 

선월과 아줌마는 내 눈을 빤히 보더니 한시름 놨다는듯이한숨을 내쉬었어. 

 

 


후에 두분이 하는 얘기를 듣고 난 경악했다. 


내가 암흑속에 갇혀있었을땐 내몸을 그것이 대신 쓰고있었다고 말야. 


내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고꾸라진후 나를 부축하려 아줌마가 오자 엎어진 상태에서 눈만 굴려 아줌마를 쏘아보더라고.

 

그륵그륵 가래끓는듯한 소리를 내며 계속 치우라는 악다구니만 쓰는데 누가봐도 그 존재는 내가 아니라는 걸 알수있었다고 해.


아무도 내몸을 누르거나 하지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뭔가에 눌려있는듯 버둥대는게 


그것이 속박당하고 있다는거 그건 부적의 영향이 크다는걸 두분은 당연히 알수밖에 없었을테니까.

 

 

 

 

 

선월이 다가가서 그것에게 물었다고해.

 

무슨 원한으로 어린애몸에 붙어 패악질을 하는건지.

 

더이상 발악하면 천도는 커녕 구천을 떠도는 짓도 못하게 멸해버릴 꺼라며 엄포를 놓자

 

그것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며

 

혼자 좋게 가지는 않을거니 어디한번 누가이기나 해보자며 깔깔 웃더란다.

 

그리고는 이내 몸이 늘어졌고 그제서 내 의식이 돌아온거라고했다. 


그소리를 들으니 온몸이 덜덜 떨렸어. 


그것이 내몸에 상주하고 있다는것도 소름 끼치는일인데 그것이 지배할때는 내몸을 불쾌하게도 내 의지대로 할수없다는것이.. 


이미 한번 겪은 그 암흑상태가 너무 충격적이였기에 두번다시 겪고싶지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코마상태에 가깝다고 하는게 맞는것같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식물인간들이 나같은 상황을 깨어날때까지 지속적으로 겪고있는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잠깐이였지만 너무 끔찍했어.

 

 

 

 

 

아무튼 내 생활이 지극히 정상도 아니였지만 더 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됬으니

 

다급한 마음로 아줌마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두분에게 도움을 청한건 처음이였다. 난 그정도로 간절했어. 


그동안은 괴롭힘 당할때마다 죽고만싶었는데 


내가 죽은 후에도 괴로울 삶이던지 영혼도 없는 존재가 될바에는 살아서 하는데까지 해보자 다짐했었다.

 

그리고 선월이나 아줌마의 삶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행복한 처지였으니까.. 


선월은 그런 날보고 멋지게 웃어주었어. 


아줌마나 나도 마찬가지로 기가 넘쳤지. 난 그들로 인해 많이 변해가고 강해져가고 있었으니까. 그건 나 뿐만 아니라 그 둘도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 

 

 


아줌마는 하루빨리 의식준비를 하는게 낫다며 


선월에게 이것저것을 말해주었는데 한참을 듣던 선월이 자기는 나와 따로 할일이 있으니 굿판은 장군할머니랑 같이 준비좀 하라고 했다. 


아줌마가 이유를 묻자 나와 같이 서울에 좀 가야하겠다고 했어.

 

이왕이면 연관인들을 만나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니 아줌마도 공감하는듯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도 그곳에 가며 뭔가 자세한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거야. 하는데까지 해보자며 선월이 싱긋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안도가 됬어. 셋이라면 무엇도 겁나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 제일먼저 엄마의 지인을 만나러갔어.

 

 

 

생각보다 어렵지않았던건 같이 일하던 아줌마라 어렸을때부터 엄마 외근 따라다니고 해서 얼굴도 익숙하고

 

회사나 직함 도 잘알고있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의 일과 내 처한 상황을 얘기하는데 처음에 엄마 일로 눈물바람이더니 후에 내 상황은 비웃었어.

 

그아줌마도 교회 권사였거든. 물론 쉽게 믿어주지않을것 같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기분나쁘고 화가나는건 어쩔수없더라.

 

그리고 내옆에있는 선월에게도 어린나를 꼬여내서 이상한일 벌인다고 뭐라고 하며 정 힘들면 자기가 목사님께 알아보겠다는둥 비아냥거리며

 

헛소리를 자꾸해서 참지못하고 쏘아붙였다. 


내 처한상황 되보지않고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라고 그리고 나한테 붙어있는 그것 분명히 아줌마 동생일꺼라고 꺼내줄테니 얘기좀 해볼라냐며

 

당신동생 이름 박순자 아들 하나 남편 세 식구아니냐며 소릴지르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엄마땜에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보고 정신병원에 가보는게 낫겠다고 했다.

 

그리고 선월에게 이 책임 꼭 지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는 아빠한테 연락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길래 뭔가 이상하게 된것 같아 당황했다. 


순간 뇌리를 스친건 두사람의 이름이였어.


그 아줌마 성씨랑 그 것의 성씨랑 다른게아닌가

 

아주 간단하게 찾을수있는 일이였음에도 당연히 장롱을 그아줌마가 동생꺼라 얘기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간과하고 넘어간것이다. 


내가 어버버 거리며 어찌할지 모르니까 선월이 대신 입을 뗏다.

 

믿든안믿든 이 아이가 위험에 처한건 사실이고 우리는 그걸 막으려 노력하는것 뿐이니

 

도움이 될게 아니면 그걸 막지만은 막아달라고 말을 했다. 


아줌마는 그래도 요지부동으로 아버지를 찾니 경찰에신고를 하니 하며 말이 안 통하길래 


난 어쩔수없이 아빠의 끔찍한 체벌 상식밖의 행동 자식은 짐덩어리로 생각하는 부성애 제로의 모습을

 

비참하게도 이야기할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얘기를 들은 아줌마도 말이 없었고 선월은 숨소리조차 내질 않았다.

 

어짜피 이젠 나혼자의 몸이고 이제와서 부모를 원망할마음도 없으니 나에게 벌어진 일은 내 스스로 처리해나가겠다고 했어. 


아빠도 친가도 내겐 전혀 도움이 되질않으니까 그냥 없었던일로 해달라고 했다.

 

오늘의 무례는 용서해달라 사과하고는 그 자리를 일어났다.

 

아줌마는 어디로 갈꺼냐 묻길래 대구에 아줌마댁으로 간다고 하곤 선월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때로는 무관심이 도움이 될수 있는거라며

 

내가 아줌마를 원망할 일은 안하시길 바란다고 꾸벅 인사하곤 나왔다. 


그녀는 어린애가 너무 당돌해서여인지 기도 안찬다는 표정으로 내 모습을 지켜볼뿐이였다.

 

 

 

우리는 그곳을 떠나 그전 내가 살던 반지하방 으로갔다.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있었고 

 

살림 하나없이 이사갔다는 얘기만 들어서 장농의 행방은 영원히 알지도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무런 수확도없이 돌아와야했고 그얘길 들은 아줌마는 강경책으로 가자며 준비되는데로 식을 하자고했다. 


어짜피 내가 매개니 굿장소는 상관없다했어.

 

한가닥 잡고있던 실마리마저 없어져서 괜히 의욕이떨어지고 침울했다. 역시 하늘은 내편이 아닌가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무 도움이 못됬기때문에 뭘 돕고 할 처지가 아니라서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굿준비가 쉬운일은 아니였던것 같았다. 

 

 

 

 


시골에 계신 장군할머니의 스케줄을 맞춰야 했고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아서 바쁜와중에도

 

나는 자주 헛소리를 하고 기절하고 몇번씩이나 그 끔찍한 경험을 했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월이 손님이 올거라고 했어. 만났던 아줌마의 지인이라했고 마침 이쪽으로 출장올일이 있어서 나와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더라고.

 

아마도 그 장롱에 관한일인듯 했는데 그걸 미끼로 아빠가 올 가능성도 있었어.

 

선월은  현명했기 때문에 약속장소를 연고없는 곳으로 잡았으니 아줌마에게 해가 될일은 없을거라며 날 안심시켰다.

 

우리 아버지란 작자는 분명히 나를 빌미로 아줌마나 선월에게 돈을 뜯어낼수 있을정도의 악랄한 인간이였으니까 걱정이 안될수가 없었다.

 

그딴일로 이제껏 입은 은혜 갚지는 못할망정 피해는 주기싫었다. 

 

 


며칠후에 그사람을 만나러 선월과 나갔다. 약속한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인사를 나눴는데 순간 입에서 헉소리가 났다. 


분명 그날 꿈에 나왔던 박순자의 남편이였다.

 

꿈에서 본것보다 많이 마르고 수염이 거칠어 그런지 더 늙어보였지만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그 남자를 보니 가슴 한켠에서 요동치는 느낌같은게 들었는데 난 아무렇지 않은듯 있었어

 

우린 한참 말없이 앉아있었고 남자가 가까스로 입을 뗀건 내 나이를 묻는것이였는데 난 얼른 대답해내곤 단도직입적으로 묻기시작했다. 


당신의 아내의 이름이 박순자고 다큰 아들이 하나있지않냐 라고 하니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렵게 입을 열어 맞다고 대답하더니 나보고 무당이냐고 물었다. 


난 아니라고 무속인은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이고 아무래도 그 사건에 필요한 일들이라 자꾸 행방을 찾고있었던거니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얘기했다.

 

 

 

남자가 천천히 지난날 일들을 이야기했다.

 

본인과 박순자 그리고 다큰 아들 하나 이렇게 세사람이였는데 젊어서 엄청고생해서 어렵사리 집장만을 했고 


그때 몸도 마음도 집안살림도 모두다 새것으로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너무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때산 장롱이 내가 아는 그 장롱이냐 묻자 남자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장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했어. 

 

 


일단 그 아줌마의 동생이 가져간 장롱은 남자의 소유였고 우리집까지 치면 총 세번째인거지. 


앞서 말했듯이 그 장농은 새 살림을 장만 한거면서 새로 산거였고 얼마안되어 박순자가 죽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족들은 망가지기시작했는데

 

그래도 젊은 아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자며 하나하나 정리를 시작했다고 해.

 

그러던중 새로산 장롱에까지 버리자 말자 옥신각신했는데 태우기에는 도심에서 그러기에 쉽지가 않았고 새거인데 그냥 버리기도 좀 그래서 팔자고

 
결정이 났었는데 생활정보지에 내놔도 이상하게 물건보러와서는 새거인데다 가격이 싼데도 사람들이 그냥 가서 이상했다고.. 


그러던중 후배들과 술자리를가졌는데 그 중 하나가 와이프가 지병으로 고생하는데 변변찮은 살림하나 못해줬다며 푸념하자

 

좋은일이라도 하자싶어 그 장롱을 주겠다고 했어. 후배는 고맙다고 술값 계산하는걸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얼마후 트럭을 가지고와서 가져갔다고 연신 새거고 너무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갔는데

 

얼마지나지않아 그집 와이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고...

 

 

 

남자는 장롱에 귀신이라도 붙었나 할정도로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아녔다고 했다.

 

왠지 그래서 장례식도 안가고 부주만 전달했다고 해. 

 

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그간 잊고있었는데 장롱을 가져간 후배가 술한잔 하자고 하여 나간자리서 이상한 얘기를듣게되었다고.

 

후배의 처형 즉 엄마의 지인인 그 아줌마가 내 얘기를 우스갯삼아 했는데 가족들과는 다르게 기독교를 믿지않던 후배가

 

그냥 넘어갈일이 아니라 생각했다고 내가말한 가족관계며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생각하던중 선배가 떠올랐다며

 

돌아가신 형수님이름이 박순자 아니냐 하며 나에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듣자마자 가슴이 쿵내려앉는것 같았다 한다. 

 

 


그래도 남일이니 크게 신경 안쓰고 싶었지만 잠을자도 일을해도 자꾸만 생각이나고

 

정말 아내의 영가가 애꿎은 아이의 장래까지 망친다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거라고 생각이 되서 여간 찝찝한게 아니였다고 했다. 


나도 나지만 아내가 편하게 저승으로 간것도 아니고 무슨 원한으로 구천을 떠도는지

 

그게 사실인건지도 왜인지도 알고싶고 해서 이렇게 연락했다며 도울수있는 일은 다돕겠다고 했어. 대신 아내를 꼭 만날수있게 해달라며..

 

 

 

나는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동안있었던일이며 그것과의 첫만남. 그리고 며칠전의 일까지 한참을 설명하자 남자는 어쩔줄 몰랐다.

 

아내를 잃고 초라해진 중년아저씨의 모습은 왠지 작아보였는데 내 얘기를 듣곤 더욱 그 어깨가 움츠러든것 같았다. 

 

열쇠고리 얘기가 나온순간 남자는 깜짝놀랐다. 유골함에 넣으려고 그렇게 찾아도 없던 게 내손에 있었다는게 신기했고 


그것때문에 내가 괴롭힘을 당했을거라는 추정에 또 한번 놀랐다.

 

가구가 들여지고 그날 파티를 할때 아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준선물이라 애지중지 닳는다고 잘 모셔뒀다고 했는데

 

며칠안되어 그렇게 가버렸다며 끝내 참던 눈물을터트렸다.

 

 

 

나와 선월은 그모습을 보며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듯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길래 이렇게 된이상 굿판은 그쪽 집에서 하는게 맞다고 선월이 말했고 남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일정이 잡히면 연락달라고 하고 악수를 청했다. 아저씨의 푸근한 얼굴로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라고 대신 사과했다.

 

사과를 받는것도 굉장히 뻘쭘한 상황이라 그냥 인사만 꾸벅하고 헤어지게되었다.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니 아줌마가 활짝 웃으며 잘되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인연과 과거의 업은 어떻게든 얽혀있어서

 

필연을 만들어내는것 같다고 생각치도 않은 의외의 수확에 선월에게 엄청 칭찬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장군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말씀드린 아줌마는 한참을 네네 거리더니 수일내로 올라오시라는 말을 하곤 끊었다. 


아주머니 첫 굿이니 신어머니 도움을 받아야하기에 계속 시간이 맞길기다렸는데

 

날짜가 정해졌다고 오시기전에 준비를 다 해놓자했다.

 

 

 

가닥이 잡히니 일은 일사천리로 쉬웠다. 


굿판 날이 정해지고 선월은 그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자세한 얘기를 하고 채비를 하라고 했다.

 

일주일후 선월과 나는 전날 미리 그곳에서 하루묵기로 하고 그집으로 갔다. 

 

 


연신내역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 동네였는데 이상하게도 늘 가던 길인냥 자연스럽게 그집까지 해메지도않고 가더라.

 
도착하니 집엔 아들이있었는데 대학생쯤 되보였다. 

 

꿈에서는 이목구비가 약간 흐리게 나오긴했지만 그 집 아버지처럼 한눈에 알아보게 되었어. 보자마자 맘이 뭉클해졌다.

 

그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닌듯 했어. 뭐랄까 얼굴을 빤히 보는순간 애잔함?

 

가엾은 그런 감정들이 뒤죽박죽 되면서 어 뭐지?하는 순간 울어버렸달까.

 

나도 그 오빠도 많이 당황했어. 그렇게 말없이 서있었는데

 

선월은 그런 우릴 안중에도 없이 이방 저방을 다니면서 뭔갈 부지런히 하고있었다. 


새집 장만을 했다 들었더니 집이 지은지 얼마 안된 빌라라서 깨끗하니 좋았는데 확실히 남자들만 살아서 그런지 공기가 매캐했어.


근데 그 매캐함은 단순히 홀아비 냄새로 다가 아니였나보더라.

 

 

 

선월은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로 이곳저곳을 응시했는데 그때마다 어깨와 목이 들썩거리며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런모습이 기분나빴는지 그집 아들이 내어깨를 툭 치며 선월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길래 


무속인이라고 했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그럼 저행동은 무어냐고 또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좋지않은게 있어 그런것 같다고 했더니 콧방귀를 뀌며 나지막히 비웃었다.

 

그런상황이 불쾌할거란거 이해는 가지만 지금 이게 누구때문인데 하고 울컥했다. 


물론 그 오빠의 잘못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너희 엄마때문인데 라고 계속 소리지르고 있었어. 

 

 


잠시후 선월이 하던일을 멈추고 돌아왔다. 


내가 왜그러냐 묻자 대답않고 서있더니 아저씨가 오면 이야기좀 나눠봐야겠다고했어. 


난 뭔가 불쾌한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방에 짐을 놓으려 들어가자마자 등골이 서늘 한걸 느꼈다.

 

말이 안방이지 작은 티브이하나 어수선한 패턴의 싱글침대하나가 다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삭막하고 기분이 좀 그랬다.

 

방을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내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겁에 질렸는데 머릿속에선 계속 도망가야된다라는 단어같은게 머리를 휘젓는것 같았는데 너무 혼란스러웠어.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꼿꼿해지더니 누가 내 머리를 세게 치는듯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내의식조차도 없었는데 깨어나보니 선월이 내 다리를 주무르고있었고 그 아저씨도 와있었다.

 

아저씨의 아들인 그 오빠는 내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내 눈을 피하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아저씨도 선월도 썩 좋은 얼굴은 아니였다. 난 직감적으로 그것이 또 나와서 난리를 쳤겠구나했는데

 

한가지 의아한건 그것은 지네 집인데도 해괴한짓을 하나 싶고 이해가 안갔다.

 

선월에게 무슨일이냐 묻자 아저씨가 대신 입 을 열었는데 선월은 됬다며 아저씨말을 가로막았고

 

나에게 그저 쉬라고 하고선 두분이서 할얘기가 있는지 같이 밖으로 나가드라.

 

 

 

기분이 더러운건 난데 그 기분나쁜 눈초리를 보이던 그 오빠가 굉장히 불쾌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방에서 나갔어. 


내가 화장실 문을 열때쯤 기다렸다는듯이 오빠방의 문이 열렸고 눈이 마추쳤다.

 

굉장히 경계하는 기분나쁜 눈초리에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괜한 분란 일으키기 싫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어.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를 불러세웠다. 


왜그러냐고 묻자 다짜고짜 정체가 뭐냐고 물었어. 


정체가 뭐겠냐고 사람이지 하며 피식 웃고 지나치려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막말을 하기시작했어. 


자기엄마 팔아서 등을처먹는다나 뭐라나 그거말고도 뭔가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나도 내가 사기꾼이였으면 차라리 좋겠다며 화를 냈어. 

 

니가 1분이라도 내몸에 들어와 있어봤으면 그딴말 못할거라고 나도 같이 쏘아붙이며 해서는 안될 말을 했어. 


어짜피 니 에미도 곧 있음 이승에서 못 볼텐데 지금 실컷봐두라며 악다구니를 쓰니까 뺨이 철썩 하더니 불이 붙었어. 


난 오빠를 노려봤고 그 오빠도 날 노려본채로 한참을 서있었다. 

 

 

 

 


소란에 아저씨와 선월이 밖에서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고 우리 둘의 상황을 보더니 선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리는 아저씨를 밀어붙이며 오빠가 말했다. 


저 사기꾼들이 우리 처지 이용해서 돈이나 뜯어낼 심산일거라고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냐고 막말을 하니까

 

아저씨가 오빠의 뺨을 후려쳤어. 버릇없이 구는것도 정도껏 하라며 선월과 나에게 사과하라고하니 방문을 확 닫고 들어가버리더라. 


나와 선월은 뻘쭘하게 서있었고 아저씨가 대신 굽신굽신 사과하고 오빠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 


얼핏 들은 내용으로는 내가 아까 기억을 잃었을때 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엄마가아니잖아!! 아니잖아!! 이런 소리를 들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선월은 마른침만 삼킬 뿐이였지. 


선월이 피곤할테니 방으로 들어가자 하길래 나는 선월의 팔을 밀쳐내고 계속 안의 이야기를 엿들었어.

 

내가 기억을 잃었을때 내 몸에 들어와있던게 박순자가 아니라는 내용.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 나는 선월을 말없이 쳐다보았어.

 

선월은 난감하다는듯이 머리를 쓸어올렸는데 내가 이 이야기가 뭐냐 라고 묻자 내일 아줌마 일행 오면 이야기 하자며 얘기가 길다고 했어.

 

지금 당장 이야기 하라고 화를 내니까 내일이면 다 알게될테니까 하루만 참아보라며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선월이 내 이부자리와 자기 이부자리를 피더니 먼저 누워서 자버리더라. 


얘기 안해주려고 수 쓰는것 같아 이를 박박 갈고 내일 일어나서 보자 하고 나도 잠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일찍 우리는 아줌마 일행을 마중나갔다. 장군할머니와 벙어리 중년여자, 아줌마 셋이 차에서 내렸다. 


굿 을 한다면서 왜 셋만 오는지 이상했다. 분명 그전에 얘기 하는걸 들었을때는 북쳐주고 꽹가리 쳐주는 아저씨들이랑

 

상차림 도우는 분들이랑 인원이 엄청 들어간다고 얘기 들었는데 온건 세분이 다니 궁금했어.

 

장군할머니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이였고 인사만 겨우 받아줄뿐이였다. 


아줌마가 어서 들어가자며 집으로 들어갔고 마지못해 인사하는 오빠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던 아저씨가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었어. 


나는 앉자마자 아줌마 와 선월에게 빨리 숨기는걸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아줌마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였고 선월은 헛기침만 해댔지. 


어제 일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모르는게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장군할머니가 이제 이야기 해줘라 얼마 안남았으니 됐다. 이러더라고.. 


선월이 먼저 입을 열었어. 난 그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플러그가 나간듯 했다.

 

 

 

 


그 이야긴즉슨.

 

내 몸에는 박순자와 이름 모를 남자 영가 둘이 있는데 나만 빼고 모두 알고 있었더라고.. 


아줌마나 선월 모두 처음부터 두 존재를 느꼈는데 보통 한 몸에 두 영가가 들어가면 세력다툼 으로 사이가 아주 안좋은데 


나 같은 경우는 희한하게도 박순자가 돌아다니면 그놈이 아주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었는데

 

기운이 느껴지기에는 표면상 박순자가 쎄보여도 알짜배기로 힘을 축적하고 있던건 그놈이라고 했어.

 

마치 박순자를 조종하면서 나쁜건 박순자한테 다 시키고 자기혼자 실속은 다 차리는듯한 


마치 자기는 눈에 띠면 큰일이라도 나는듯이 아줌마와 선월이 오면 멀리 피해있다가 뭔가 불리해질라치면

 

박순자를 방패삼아 나오고 그랬다며 아마도 내가 제일 처음 조우한게 그놈이고

 

계속 그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가 이 집에 와서 눈에 띄게 박순자가 돌아다닌 거라고 얘기했어. 

 

 


뒤죽박죽이라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는데 결론은 내 몸속에는 박순자 혼자가 아니라

 

그놈이랑 두마리가 같이 있다는 거잖냐고 하니 맞다고했어.


이제껏 이야기를 안한건 그놈이 설치고 다닐만큼이 되어야 떼어내기도 쉽다고 일부러 서울까지 와서 그놈을 끄집어 낸거라고

 

내가 이집에서 정신을 잃었을때 그놈이 이곳에서 완전히 정체를 들어낸데에는 뭔가 확실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했어.

 

우리에겐 박순자에 대한 실마리 뿐이였고 그놈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가 없으니까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지. 


박순자는 날 괴롭히는 횟수에 비해 힘이 너무 없고 그놈은 갈수록 기세가 등등해져서

 

아마도 박순자는 그것에게 뭔가 매여있는게 있다고, 지금 알수 있는건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대충 끝나고 아저씨와 오빠가 들어왔다. 


오빠는 뻘쭘한 표정으로 어제 일에 대해 사과했고 나는 못들은척 그냥 넘겨버렸다. 둘이서 무슨말이 있었는진 몰라도 그 오빠는 나에게 굉장히 미안해 하는 표정이였어.

 

불현듯 아줌마가 그 오빠 손을 붙잡고 나지막히 이야기 했어.

 

너도 편하진 않았겠구나 하면서 어깨를 툭툭 두번 털어주는데 내눈에 뭔가 희미한 연기같은게 보였다.

 

굿은 이집에서 안할거라고 얘기 했어. 내가 그 이유를 묻자 어짜피 이집에서 굿 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 그저 와본것 뿐이라고

 

박순자와 그놈 모두가 이곳에 연관이 되있으니까 당연히 와야 했던것 뿐이고 생각외로 이곳에서 뜻밖의 단서가 있다고 했다.

 

장군할머니가 오빠를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오빠가 그 기세에 눌렸는지 주눅이 든것 같았어.

 

장군할머니가 너는 왜 쓸데없는짓을 해서 이 분란을 일으키냐 라고 말했어. 그 오빠는 영문도 모르고 혼이나니 얼이빠졌는데 장군할머니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혀를 쯧쯧 찼어. 


아저씨가 장군할머니에게 무슨 뜻이냐고 거듭 묻고 또 묻자 한참만에 할머니가 대답을 했다.

 

 

 

 

 

니놈이 다 달고 와서 니에미도 죽고 집안이 쑥대밭이 됬구만. 한놈도 아니고 두놈 세놈 집구석이 사람의 집인지 귀신의 집인지 알수가 없다 라고 호통쳤어.

 

나와 아저씨 그오빠 셋은 입이 떡 벌어졌지 그건 또 뭔소린가 싶어서.


아줌마와 선월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였고 뭔말인지 물을려고 하니 시간없으니 빨리 일어나자 라고 하고 휭 하니 나가버렸다. 


일행들이 다 나가고 나와 오빠 아저씨 세명만 반쯤 넋이 나가서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어.

 

벙어리 아줌마가 회색봉고차를 끌고 집앞에다 댔고 우리는 다 그 차에 타서 이동했다.

 

한 30분쯤 달린것 같았는데 서울 근교에 이런 시골같은 곳이 있었나 싶은게 꾸불꾸불한 도로를 계속 가더니 커다란 간판으로 굿당이라고 써있는 곳에 도착해서 내렸다.

 

벙어리 아줌마는 능숙하게 차를 주차하곤 우리를 따라왔는데 굿당이라고 해서 난 엄청 쌀벌한 곳일줄 알았는데 그냥 시골집 같이 생겼다.

 

그집 마당에는 엄청나게 큰 아름드리 나무가 있었는데 보기만해도 을씨년스러운게 아마 계절탓도 있겠지만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한 회색빛 나무가 아주 흉물스럽게 생겼었어. 


한참 그 나무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장군할머니가 뭘 넋놓고 있냐며 호통을 쳐서 죄송하다 하고는 얼른 집안 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거실에 앉아있었고 아줌마와 할머니 선월은 다른 방으로 가서는 한참후에 선월만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오빠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했어.


오빠는 쭈삣쭈삣하더니 아저씨가 고개짓을 하자 그제서야 들어갔어. 


방에서 말소리 같은게 들리더니 우당탕탕 소란이 났다. 아저씨가 놀라서 방문을 열려고 하니까 방문이 잠겨서는 열리지 않았고 계속 그 오빠의 이름을 부르면서 괜찮냐고만 소리쳤어.

 

아저씨가 문을 부술듯이 치자 가만히 앉아있던 벙어리 아줌마가 아저씨 등을 툭 치며 시끄러우니 잠자코 있으라고 했어.

 

순간 난 그쪽으로 쳐다보며 아줌마 벙어리 아니네요? 라고 말해버렸다.

 

그 아줌마는 씩 웃으며 쓸데없는 말 하려고 달린 입이 아니니까 라고 짤막하게 얘기하고는 다시 앉아있었다. 


아저씨는 계속 얼굴이 하얘져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후 방문이 빼곡 열리더니 얼굴에 온통 땀범벅을 한 오빠가 나왔다.

 

쓰러지듯이 자리에 앉아서는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호들갑을 떨며 괜찮냐 무슨일이냐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선월이 뒤늦게 나오자 아저씨는 또 선월에게 매달려서 무슨일이냐 하니 세 분이 쪼로록 나와 자리에앉아서 이야기를 했어.

 

 

 

 

 

그 집에는 귀신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오빠의 어깨위에 늘 붙어다니고 하나는 안방에서 아주 눌러있는데 아직까지 큰 해는 안끼치고 살았나보다라고 했어.

 

그중에 하나가 방에서 튀어나와서 소란을 피고 도망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세분이 꾹 누르고 있어서 도망도 못가고 쭉 이야기를했는데

 

자기네 들은 친구라고 원래는 셋이였는데 한놈이 나가버려서 그동안 쭉 둘이였다고

 

따로 해끼치지도 않았고 있는듯 없는듯 잘 있었는데 왜 자기들을 내쯪으려고 하냐고 사정하더란다.

 

그래서 아줌마가 니들 셋이 박순자 죽이지 않았냐 라고 하니 펄쩍 뛰면서

 

우리는 아니라고 자기들은 그저 이곳에서 머물고 싶었을 뿐인데

 

셋중 하나 나가버린놈이 원래 죽기전부터도 성질이 고약하고 못됬었다고 그놈이 수 쓴거라며 핑계를 대더란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받혀서 셋다 그자리에서 죽었다고

 

그렇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흉가에 자리 잡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맛있는 냄새 가 나서 간곳에 이집 오빠가 있었다고 했어.

 

친구들이랑 담력시험 한다며 귀신을 부를거라고 쑈를 했는데 나름 상차림도 하고 아주 몸에 씌여주길 바라는듯이 무방비 상태였다고 했어.

 

셋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우고 술에 취해 헤롱거리는 오빠몸에 셋이꾸물꾸물 들어가서 왔다고. 


그 말을 하던중 오빠가 멈칫하더니 그맘때 일정이 더 남았었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아파서 자기 혼자 먼저 집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아저씨는 그런얘길 첨 들었는지 깜짝 놀란 눈치였고 오빠는 많이 놀랐는지 몸을 가끔 떨뿐이였다.

 

우린 아무말없이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장군할머니가 내일 밤에 시작해야겠다 한마디 하시니 모두가 끄덕였어. 


내가 굿이요?하니 선월이 고개를 까딱했다. 


아저씨네에 붙어있는 귀신들은 세가 약해서 크게 걱정안해도 떨어져 나갈거라며 천도굿 으로 원한없이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동안 먹고 싶은거 세상구경 다 했으니 크게 미련같지 않아도 되지않겠냐며 오빨 보고 씨익 웃으니 오빠는 왠지 고갤 푹 내렸어.

 

아마도 오빠에게 붙어있는 놈중 하나에게 하는말이였을거라고 생각했다.

 

 

 

 

 

할일이 많았는지 그날 밤부터 준비가 시작되었는데 나나 아저씨가족은 별 도움이 안되서 각자 방에 들어가 쉬기로 했어. 


내일 있을 의식때문에 체력도 비축해둘겸이니 미안해하지말고 쉬라길래 들어오긴 했지만 영 신경쓰이고 잠이 쉬 들지않았어. 


밖은 뭔갈 옮기는소리 뚝딱거리는소리 놋그릇 부딪히는소리등 부산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소리가 점점 멀어져가늘거 같더니 잠이 스륵 오더라.

 

 가수면 상태? 라고 하나 잠은 자고있는데 모든감각이 살아있는 느낌.

 

불쾌한 느낌은 아닌거보니 가위는 아닌것 같은데 잠을 자고있는거같은데도 눈과 귀가 열려있는상태였어.

 

보통 그런 경우엔 몸이 안움직여 지는데 희안하게도 손과발이 꿈틀댈 수가 있더라고.

 

그게 뭐라고 신기했던지 난 손에 모든 감각을 집중해서 손가락을 한 개 움직이면 두번째를 움직이고 해서 한손을 잼잼 할수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창문에서 써늘한 바람이 휙들어오더니 얇은 면커텐이 펄럭.. 

 

 


자연히 그쪽으로 시선이 따라가게 됬는데 면커튼 사이로 희미한 형상이 보였다.

 

순간 느낌이 좋지많아서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손만겨우 움직인터라 몸은 못에 박힌양 꿈쩍도 하지않았어.

 

입에서 으으으 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는데 다시 시선을 돌리니 커튼쪽엔 아무것도 없는게 아닌가.. 헛걸봤구나하고 마저 이 가수면상태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후

 

반대편 손을 움직이려고 얼굴을 돌리는순간 긴 치마단이 손끝에서 보이는게 아니겠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떴는데 그자리 그대로 치마단이있었다. 치마단은 공중에서 약 10센티정도 떠있었는데 그정도 틈이면 발이 보여야하는데 없었다.

 

사람심리가 참으로 고약한게 무서움을 느끼면 자기도 모르게 눈을감아 상황을 피하려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으면 굳이 안봐도 되는걸 보려고 하더라..

 

공포영화에서도 꼭 안봤으면 될걸 꼭 궁금해서 봤다가 명을 단축시키는걸 보면서 멍청하다고 했는데..

 

나도 역시 그바보중 하나였어. 치마단을 따라 시선이 쭈욱 올라갔는데 날 내려다보는 여자의 얼굴이 들어 왔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지만 외상으로 더럽혀진 얼굴은 아니라 비교적 깨끗하게 볼만했다.

 

 

 

늘 내앞에 나타나던 존재는 심연의 구덩이같은 뻥뚫릴 두 눈, 너덜거리늘 살점 지독한 냄새를 동반하거나

 

내 기를 빨고 형체가 잡힌 모습이였어도 늘 흉측한모습 그대로였는데 이번엔 뭔가 다른듯했어. 


이곳에있는 지박령인가? 생각한순간 그것이 곧 부서질것같은 입을 떼어 얘기했어. 

 


"하지마. 다죽을거야 하지마" 

 


다짜고짜 뭘 하지마란거야 생각하는데 얼굴이 많이 낯이 익는거야. 목소리도 어디서 들은것 같았는데 순간 그게 박순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심호흡을 크게 쉬고 입술에 감각을모아 한자한자 또박또박 이야기했어. 마치 재활이라도 하는듯 힘들었지만 말이다..

 

박순자가 맞냐고 물으니 그것은 날 내려다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어.

 

묻고싶은게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머릿속미 정리가 되질않았는데 박순자가 다시 얘기했다. 

 


"멈춰. 도망가. 나오면 다죽을거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날 가르키고 방문이 스르륵 열렸는데 오빠와 아저씨가 묵는 방쪽으로 손가락이 향했어.

 

순간 굉장히 슬픈얼굴로 변했는데 내가 다시 물었다. 나와 오빠가 다친다는거냐 묻자.

 

 

짧게 "죽어" 라고 얘기했다. 

 


어째서 우리가 죽냐고 하니 그놈을 건들이면 다 죽을수밖에 없다라는 말만 하고는 미끄러지듯 방문앞에 섰어.

 

마치 뭔가에 갇힌것처럼 더 나아가질 못했는데 굉장히 슬픈 뒷모습이였다.

 

날 괴롭혔던 그 미움은 어디로가고 내가 그리워했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동정심이 샘솟았는데 순간 몸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이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어. 몸을 일으켰는데 몸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라 날아갈것만 같았는데

 

그녀 뒤로 선 내 발끝이 사뿐해서 신기해 이리저리 몸을 돌려본 순간 난 충격을 먹었다. 


내가 그대로 자리에 누워있었으니까... 당황한 나는 그게 유체이탈이라는걸 알았지만 다시 들어갈방법을 몰라서 어쩔줄모르고있는데 


순간 내몸으로 박순자가 빨려들어갔다. 

 

 

 

 


뒷통수를 쎄게 맞은 느낌으로 당했다! 하고 느끼는 순간 누워있던 내눈이 번쩍 떠지더니 일어나는게 아닌가.

 

내몸을 돌려달라 소리쳤지만 전혀 개의치않은듯 무표정으로 일어나 자연스레 방문을 나갔다.

 

난 쫒아가고 싶었지만 박순자처럼 뭔가가 막고 있는 것 처럼 몸이 움직여지지않았어. 


내몸을 뺏겼다는 게 충격이였지만 내영혼이 이방에 갇혀있다는것도 굉장히 미칠거같았다. 


머릿속엔 난 이제 어찌 되는건가 선월은 날 알아보겠지? 유령인 날 알아보겠지 하며 별생각을 다하고있는데

 

아저씨네 방문이 삐걱 열렸어. 이상하게도 마당쪽에 사람들이 있어서 불빛이 있을텐데도 매우 컴컴했고 어스륵한 달빛만 들어올뿐이였다.

 

심지어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 그 부산한 소리는커녕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방에 들어간 내몸, 그러니까 박순자는 한참을 누워있는 오빠와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봤어.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바닥으로 내리더니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는게 보였다.

 

한참을 어루만지고 훌쩍훌쩍 우는거 같더니 아저씨 쪽으로 가서 손을 부여잡는거 같았어.


이윽고 고개를 떨구더니 펑펑 우는게 아니겠어. 


그정도로 우는데 두사람이 깨지 않는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순간이라도 내 몸을 뺏긴걸 잊을정도였어.

 

그 오열은 내 평생 두번다시 못볼 보고있는 나까지 자연스레 눈물이 떨어질거같은 슬픔이였다.

 

그 울음소리는 내몸에서 나왔지만 내것이 아니였어. 


그러더니 두사람의 이부자리를 매만져주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나에게 고맙다는듯 눈인사를 하고는 내몸에서 빠져나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몸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났어.

 

 

 

 


그리고 눈을 떴는데 꿈인지 현재인지 분간이 안가서 박차고 방문을열고 나갔는데 바깥은 아까처럼 부산함 자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꿈이였구나 하고있는데 입에서 짠맛이 났어. 


거울을보니 눈과 입이 엄청 흉하게 퉁퉁 부어있었는데 진짜 내몸으로 박순자가 울었던건가 싶었다.

 

그게 진짜였다면 꿈이아니였다면 난 진짜 그렇게 몸을 뺏길수 있는건가 하는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다.

 

난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달려나갔다. 


붉은빛의 가로등과 마당으로 연결되어진 백열등 여러개가 빨래줄에 걸쳐져 낮처럼 환했다.

 

그에 대조 되는듯 나무로 무성한 굿당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이여서 더 으스스 했던거 같다.

 

마당에 있던 흰 고목앞에 큰상 이 하나 놓여있었고 바깥에 딸린 구식 부엌 에서는 상차림 준비가 한참이였다.

 

왠지 아줌마와 선월 은 보이지않고 장군할머니 일행만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던중

 

누군가 내어깨에 손을 얹어 깜짝 놀란채 뒤를 돌아 보았더니 선월이였다.

 

 

 

선월은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웃더니 안자고 왜 나왔냐고 물었다. 난 아까 전에 겪었던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고

 

선월은 왠지 놀라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담담히 듣기만 했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난후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 나누듯이 그랬구나 알겠다하고는 별일없을테니 이만 들어가 자거라 했다.


선월이 그렇게 말하는게 이상했지만 그가 대수롭지않게 이야기하는거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게 되는게

 

선월은 나에게 그저 큰 믿음 그 자체였나보다.

 

왠지 아까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흔들어깨우는 느낌이나서 눈을 떳을땐 다음날 아침이였다.

 

밥먹으라는 소리와 함께 선월과 거실로 나가자 벌써 모두가 일어나서 식사준비였다.

 

다들 자리에 앉자마자 부산히 밥을 먹었는데 왠지모를 긴장감에 밥이 잘 넘어가지않았다.

 

우리와 오빠네 일행외에 의식을 돕는 여럿이 더 자리에 함께 했고 

 

그중에 북을치는 새치 가득한 나이좀 있어보이는 아저씨는 내가 나오자 에구 어린것이 고생이 많구나 하며 혀를 쯧쯧찼다.

 

장군할머니 는 눈을 흘기며 입방정 떤다는 표정으로 쏘아봤고 아저씨는 겸연쩍어하며 마저 숟가락질을 했다.

 

아무말없이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다과가 나오자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가을이니 해가 금방 떨어진다며 해지기전에 일을 끝내야하니 준비는 다됬고 1시간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얘기했어.

 

나를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빛이 잠시 일렁이는거 같더니 식이 시작되면 많이 힘들꺼라며 시키는데로만 집중 잘하면 큰일은 없을거니 안심하라고 했다.

 

안도하라는 말이였겠지만 난 무척 긴장했고 벙어린줄 알았던 제자아줌마에게 이끌려 방에 들어갔다.

 

 

 

입으라 하길래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국민학교 2학년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장례식때 엄마몰래 남은 소복 줏어입다 혼난 기억이나서 피식 웃었더니

 

제자아줌마가 웃는거보니 이제 제법 강심장이 된거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난 아줌마도 말못하는 벙어린줄알았더니 말도 잘하신다며 말대꾸를 했다.

 

아줌마는 피식웃는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옷 매무새를 잡아주면서 나지막히 속삭였다.

 

행여 네 몸에서 벗어나게 되거든 멀리 떨어지지말고 손이라도 붙잡고 있으라고 했다.

 

당황하다가 그자리를 벗어나게되서 영영 못돌아올지 모를거라면서 말이다.

 

아마도 어제 겪었던 유체이탈을 얘기하는것만 같아 마른침이 삼켜졌다. 


뭔가를 더 얘기하려다 됬다며 그냥 휭 나가버리는 아줌마가 좀 찝찝했지만 바쁘니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늙은 고목에 티브이서나 보던 서낭당 처럼 오색 띠가 매달려있었고 각종 무구와

 

돼지머리를 비롯한 음식이 가득한 큰상에 북이며 꽹가리등 악기를 들고 큰 멍석에 하나둘씩 앉아 준비를 하고있었다.

 

시장통처럼 정신이 한개도 없었는데 집에서 화려하게 치장을한 아줌마가 나왔다.

 

가뜩이나 매섭게 생긴 눈초리가 진한 화장을 해서 그런지 더 날카롭게 생겼고 요상한 꿩깃털을 꼽은 모자에 알록달록한 색동옷을 몇겹씩 입은것 같았다.

 

아줌마의 얼굴도 그닥 평화로워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더니 장군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선월과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런 아줌마를 넋을 잃고 봤는데 그런우리를 봤는지 아닌지 눈길 한번 주지않고 너른마당으로 나섰다.

 

잠시후 모든 준비가 다 끝났는지 서있던 아저씨와 오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오빠를 불러세웠다.

 

예상보단 담담하게 그곳으로 불려나간 오빠는 얼굴에 긴장한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써 참고 있는듯 했다.

 

오빠는 죄인같이 멍석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아저씨는 불안함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줌마의 헛기침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에 식이 시작된듯하다.

 

 뭐라뭐라 알쏭한 주문처럼 한참 뭔가를 말을 하는데 대충 듣기로는 아줌마 몸에있는 조상님을 불러내는듯 했다.

 

한손에는 무구를 쥐고 다른 한손에는 버드나무같은걸 쥐고 있었는데 그걸 높이 쳐들자 북치는 소리가 둥둥둥 울렸다.

 

북소리가 점점 거세지자 갑자기 급사해 죽었다던 그 두남자를 부르는듯 했다.

 

 

 

아줌마가 불러낸 두 남자 중 한남자가 몸에 들린듯 했다.

 

그는 연신 아퍼아퍼 이랬는데 아프다고 할때마다 부들부들 떨었다.

 

너는 누구냐 하니 이름석자를 이야기 했는데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했다.

 

자기는 머리가 깨져서 바로 죽었는데 본드를 불고 술을 먹고 달리다가 트럭 과 정면으로 부딪혀 죽었다고 했다. 


선월이 물었다 어찌하여 구천을 떠도는 것이냐 본디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할것 아니냐 하니

 

처음에 붙어온 오빠한테서 장난좀 치고 가려했는데 젊은놈 몸안에 있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눌러앉기로 했단다.

 

학교도 가고 살아생전 좋아하던 술도 먹고 너무 재밌었다고 이젠 가도 좋다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줌마 몸에서 나갔는지 부르르 떠는 사이 북소리가 몇번인가 둥둥 거렸고 이내 하나가 더 들어온듯 했다.

 

그 남자는 첫번째 남자와 달리 불만이 많았다.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계속 질러댔는데 목이 아프다고 했다. 


맨뒤에 타있어서 멀리 날아가서 죽으며 목이 부러졌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아줌마 목이 덜렁덜렁 거리는 듯 덜컥 거렸는데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소름이 다끼쳤다.

 

불만 많던 그남자는 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은데 왜 가야하냐며 안가겠다고 버티니

 

선월이 너희때문에 박순자도 죽고 가정이 파탄 났는데 구천을 떠돌 생각을 아직도 하는 것이냐며

 

호통을 치니 나는 아니야 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자기는 박순자 죽음에 관여가 없다고 하더니 이름 석자를 무서우리만큼 빠른속도로 되뇌였다.

 

그 이름이 나머지 하나의 이름이냐 물으니 갑자기 딱 멈추고 히히 거리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웃는 소리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림이 커서 내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오빠는 그런 모습을 보며 덜덜 떨고있는것이 보였고 아저씨는 눈을 질끈 감고 앉아있었다.

 

선월은 웃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계속 큰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놈이 박순자를 죽인것이냐 하니 그남자는 나는몰라 나는몰라 하며 이죽거렸고 이내 몸에서 튕겨져 나간듯 했다. 

 

 


아줌마가 돌아왔는지 헛기침을 두번하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때부터 그 두 남자를 위한 의식이 시작됐다.

 

아줌마는 빠른말로 한 남자씩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오빠의 어깨를 버드나무로 내리쳤는데 오빠가 휘청거리는게 보였다.

 

그리고 또 한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버드나무로 오빠의 남은 한쪽 어깨를 쳐냈더니 오빠가 휙 쓰러지더라.

 

아저씨는어깨를 부축해 자리에 뉘였고 아줌마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주문같은 말을 계속 읇조리며 그들이 좋은곳으로 가기를 빌었다.

 

아저씨도 같이 두손을 비비벼 기도를 했고 그렇게 그 두남자는 간듯했다.

 

두시간 가까이 그런 행위를 해서 그런지 아줌마는 무척 지쳐보였다.  그런데도 물 한모금 들이키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것 같았다.

 

귀신이긴 해도 젊어 객사를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게 안쓰러워서 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끝이나는지 알았는데 그렇게 하고도 뭔가 의식이 굉장히 길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 끝이 난게 아니였는지 아줌마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몸과 팔을 흔들어댔다.

 

북과 꽹가리 소리가 점점 커지고 굉음을 내는 순간 아줌마의 입에서 박순자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며 가슴이 쿵쾅 거렸는데 뭔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앞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서 일어나질 못하겠는데 선월이 다가와서 날 부축하며 일으켜세웠다.

 

앞이 흐릿하고 뿌얘서 비틀거리며 어찌저찌 일어섰는데 불호령같은 노파의음성이 아줌마의 입에서 터져나왔고

 

박순자의 이름을 다시한번 외치자 내 몸이 갑자기 꼿꼿이 섰다. 


난 몸에 힘을 하나도 주지 않았는데 막대기 처럼 뻣뻣이 서있는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몸을 내려다봤는데 내가 발끝으로 서있는게 보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난 발레도 하지않았는데 발끝에 체중을 실어서 설수있다는게 가당치도 않으니.

 

내 입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내 울음소리가 아니였다. 


중년여자의 울음소리 박순자의 울음소리였다.

 

그 당시 내 몸은 나와 박순자를 둘다 담아 이야기 할수가 있었던것 같다. 


나이자 동시에 박순자라고 하는게 맞다. 


내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그것은 박순자이고 나는 내 의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 느낌은 지금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글로 푸는건 위 설명이 고작이고 표현력이 부족해서 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아니 박순자가 울고 있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박순자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것이다.

 

 

 

박순자가 꺼이꺼이 울자 노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줌마의 조상신이 이야기 하는 것이였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쿡쿡 찔릴정도로 기가 세다고 해야하나 말에도 짓누르는 무게가 있었다. 


너는 어찌 이 아이의 몸안에서 해괴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냐 묻자,

 

박순자는 울음을 멈추고 꺽꺽 대는 매이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이야기했다.

 

제가 한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아줌마는 더 큰 목소리로 호되게 호통을 쳤다.

 

무슨이유로 어쩔수 없었다는 것이냐 아무렴 어떤 이유로든 네가 이 아이의 몸속에서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거냐 라고 묻자. 박순자는 말을 머뭇거렸다. 


아줌마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세웠고

 

박순자는 더이상은 안돼! 라고 큰소리로 소리를 질르며 나동그라졌다.

 

나역시 같이 나동그라졌기때문에 몸에 둔탁한 충격이 났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듯 몸이 찌르르 거렸는데 순간 전날밤과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넘어진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몸에서 내가 튕겨져나왔다. 


어 하고 내 몸으로 가려고 하자 뭔가에 부딪히듯 막히는 느낌이였는데 갑자기 제자아줌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멀리 안떨어지기 위해 손을 잡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내몸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순간 내몸에서 검은 연기같은게 너울거렸는데 그것이 갑자기 공중으로 쫙 뻗는것이 보였다. 


당황한 나는 뒤로 몇발자국 사뿐 날아 피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도 그 검은 아우라도 보이지 않는가 싶었다.

 

아줌마만이 눈빛이 달라졌는데 순간 내 손이 내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이 보였다. 


주위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쩔줄을 몰랐는데 할수있는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선월이 내 몸으로 다가가 억지로 목에 있는 손을 때려고 다가갔는데 내 몸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선월을 밀쳐내서 나동그라졌다.

 

안되겠는지 아줌마가 내몸을 버드나무로 쎄게 후려치니 잠시 비틀거리며 손이 풀리기에 나는 내몸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몸으로 다가서자마자 빨려들어가듯 몸에 들어갔는데 그뒤로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눈을 떴을때는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아줌마도 지쳤었는지 제자아줌마와 선월이 부축하고 있었고 내 옆에는 장군할머니가 계셨다.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할머니가 건내준 물한잔을 벌컥벌컥마시고는 다 끝난것이냐 물었다.

 

장군할머니는 말이 없었고 깨어난 나에게 선월이 다가오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기운이 다 빠졌으면 두놈 보내고 다음에 할 것이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거느냐고 난리를 쳤다. 


까딱하면 나도 죽고 아줌마도 죽을뻔 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쫄아있을 뿐이였다. 


그날 의식은 일단락 된듯 하여 파하는 분위기 였는데 다들 얼굴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선월에게 불어보았으나 선월도 대답을 하지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좀 쉬라는 말만 하고는 선월이 날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고

 

제자아줌마가 내가 자리에 눕자 따듯한 차를 한잔 내왔는데 너무 써서 먹지를 못하고 뱉어내자 다 먹어야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 거리며 억지로 들이키라했다.

 

나는 오만상을 쓰며 그것을 다 마시곤 쓴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하나둘씩 집안으로 들어왔다.

 

도와주시는 분들만 밖에 남아 이것저것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안에 누워 거실에 모인 아줌마와 선월 장군할머니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는데 다들 아무말이 없었다. 


제자아줌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있으라는 제스춰만 취하고는 거실로 나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선월의 말소리가 들렸다. "보통 어려운게 아닌것 같네요" 


장군할머니는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걸 괜히 건들여놔서 이 사단이 난것 아니냐 못난년아" 라고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선월은 장군할머니에게 이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냐고 조곤조곤 물었고 


장군할머니는 쨍 하는 말투로 "어쩌긴 뭘 어째 이판사판으로 가야지 달래긴 글렀다!" 라고 소리쳤다. 


다시 거실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고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레주 나와보거라"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벌떡 일어나 나가니 아줌마가 앉으라는듯 방바닥을 톡톡 쳤다.

 

나는 선월옆에 앉아 어찌된 일이냐 물었다.

 

아줌마는 미안하다며 자신이 일을 좀 어렵게 만든것 같다며 빠른기일내에 다시 일을 치뤄야 할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정신을 잃었을때의 일을 말해주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나서 내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는데

 

눕자마자 아줌마가 내몸을 발로 밟고 박순자를 불러내었더니 나오라는 박순자는 안나오고

 

그것이 튀어나와서는 가래끓는소리로 발을 치우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줌마는 더욱더 힘을 주고 내몸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쳤더니

 

그것이 분에 못이겼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아줌마를 밀치고 목을 조르더니

 

아줌마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일거라며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는데 기운이 빠진 아줌마가 그걸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내몸을 졸랐던 손은 그것이였다.

 

박순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 였는지 그것이 튀어나온것 같았다고 했다.

 

아줌마의 한방에 세가 조금 꺾이는 찰나에 내가 들어와서 그나마 힘이 약해진 것이여서 그틈에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보통 녹록치않은 것이여서 역습을 당한것이라고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강한 원귀라고 했다. 


아줌마가 체력이 딸린 상태라 더 그랬던것이라고, 본인 잘못이라고 하며 말을 더 잇지 못하시길래 아줌마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도 예상치 못하게 몸에서 튕겨나가고 어쩔줄을 몰랐다고 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수가 없었는데 아줌마 덕에 다시 들어간것이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하자고 이야기 하니 아줌마가 생긋 웃었다.

 

스레주 참 많이 강해졌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일내에 다시 일을 치룰거니 그때까지 수련을 더 하시겠다고 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장군할머니가 입을 떼셨다. 


스레주 너는 내일부터 밥많이 먹고 정신좀 똑바로 챙기라며

 

그렇게 몸에서 자꾸 떨어져나갔다간 두번다시 못들어 온다며

 

니몸을 니가 나가서야 되겠느냐 라고 호통을 치셨다.

 

나는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쭈그러져 있으니

 

아줌마에게 너는 내일부터 나하고 산에좀 가서 기도좀 더 하고 와야겠다 하고 선월에겐 아줌마가 없는동안 나를 잘 보살피라고 하셨다.

 

선월은 말없이 엷은 미소로 대답을했고 장군할머니는 다시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일에 좀 끼어야겠다며 한심한 것들끼리 놔두니 뭔일이 되겠냐며 혀를 쯧쯧 차셨다. 


아줌마와 선월은 깜짝놀란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고 뭘 그리 쳐다보냐며 소리를 빽하고 지르니 제자아줌마만 빙긋이 웃을뿐이였다. 


장군할머니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방에 들어가버리고 아줌마도 씻으러 가셨다. 


선월은 나에게 방에 들어가자며 일으켜세우더니 자리에 눕히고는 내가 잘때까지 곁을 지켰다.

 

 

 

 

 

잠이 잘 들지 않아 뒤척거리는데 선월이 왜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선월에게 내가 왜 몸에서 튕겨져나가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안튕겨져 나가는지 물었다. 


나는 특수한 경우라 그런데 영가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서 자꾸 그러는거라고 했다.

 

게다가 그것이 내 기를 빨아 세가 아주 큰놈이라 어찌보면 니몸이 니 전부의 소유가 아니라며

 

아까처럼 의식중에 영가가 튀어나올때 내 세력이 가장 약해지는데

 

그때 자신을 놓게 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하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박순자가 나왔을때 내가 문득 박순자가 하고싶은데로 하게 두자 하고 맘을 놓고 있었던게 생각이 났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방심하고 있던게 잘못인거 같았다.

 

박순자가 폭주했을때 그것이 튀어나오면서 내가 튕겨져 나갔을거라고 추측했지만 선월에겐 그냥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다.

 

말하면 왠지 좋은소리 못들을것 같아서였다. 다음부턴 어떻게든 정신차리고 있어야지 하는 다짐 뿐이였다.

 

선월은 그런 날 보며 나는 다안다는 표정으로 느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어서 자라며 이불을 발끝까지 덮어주며 


뒤돌아 눕길래 선월의 너른등을 보고있자니 뭔가 안도가 되서 잠이 스르륵 들었다.

 

너무 힘든 하루였었는지 기절한것처럼 어떻게 잤는지를 모를정도였다.

 

 

 

 

 

아줌마와 할머니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산에가셨고 남겨진 우리 넷은 무료하게 시간죽이기를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스텐샷시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나오셨다 .


세수를 하러 마당 수돗가에 나오신듯 해서 오빤 뭐하냐고 물으니 어제 후유증이 컸는지 아직도 누워있다고 해 걱정이 살짝 들었지. 


방문을 열어 오빠를 나지막히 부르니 돌리고있던 등이 움찔하는게 보이길래 안자면 잠깐 나오라 하니 부스스 일어났다.

 

근처 약수터가 있다고 하기에 그곳으로 물을 뜨러 걸어가자 하고 오빠를데리고 굿당을 나섰다. 

 

 


오빤 얼굴이 영 초췌하고 푸석했다.


반신반의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서 쇼크가 컸나보더라.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영가가 되어 내몸에서 튀어나오고

 

나를 상처입혔다는 것도 피할수 없는 악몽이였을거라고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먼저 오빠에게 말을 걸어 그마음을 좀 풀어줄까 생각이 들었는데 오빠가 먼저 이야기를 건냈다.

 

쭈삣쭈삣한 말투로 "너 참 많이 힘들겠다 생각했어." 하고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별로 안힘들다 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빠의 엄마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오빠의 표정이 더 좋지 않아졌다. 


나는 그런 오빠에게 말하지못했던 그제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순자는 악한영가가 아니라며 오빠와 아저씨를 보며 그리 슬피 우는데

 

내마음이 다 아플정도였다고 분명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테니 


실마리가 풀릴때까지는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건 조금 기다려보자 했다. 


오빠는 나를 힐끗 보더니 어린아이 답지 않다며 자신보다 더 누나 같은 말만 골라한다고 했다.

 

원래 내 불우한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걸 꺼려했지만

 

왠지 오빠한테는 이야기해주고싶어서 지난 이야기를 쭉 해줬는데 오빠의 얼굴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듯 했다 .


얘기가 길어져서 인지 우리는 약수터는 온데간데 없이 엄청 외딴곳으로 걸어갔는데 작은 돌무리가 보였어. 


그건 동네주민들이 해놓은건진 모르겠지만소원을 빌때 쓰는 돌무더기탑이였다. 


나는 너른돌과 작은돌들을 집어 하나둘씩 쌓기 시작했고 오빠도 그런 나를 보면 따라했다.

 

둘이 작은 탑을 하나씩 만들어 조용히 기도했다.


나는 어서 이 모든 악몽이 끝나길 기도하곤 마지막 작은 돌을 하나 올리고 뒤돌아섰는데 오빠가 말했다. 


무슨 소원빌었냐고 묻길래 난 비밀 이라며 웃었고 오빠는 그런 내 뒤에 대고 이야기했어. 


"난 너와 우리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1주일남짓 지나서 아줌마일행이 돌아왔다. 


난 그동안 그 무엇에게도 시달리지 않았고 장군할머니 말대로 밥도 잘먹고 산에도 다니며 체력을 키웠다.

 

그 며칠사이에 뭔 장족의 발전이겠냐만은 그땐 그런듯 했다.

 

오빠와도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는데 남매처럼 잘 지내서 아저씨와 선월이 꼭 친남매 같다며 흐뭇해 하셨던거 같다. 


돌아온 아줌마도 장군할머니도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것이

 

그 호랑이같던 장군할머니가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정분이 나려고 저지랄들이라며

 

훈계조의 농담을 던지시기도 하고 그덕에 다들 언제 딱딱하게 인사치례만 했던 사이였냐는듯 하하호호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짐풀세도 없이 우리를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실게 있다며 말씀하셨다.

 

아줌마는 3일 후부터 다시 식을 진행할것인데 이번에는 천도굿이 아닌 퇴마굿을 할것이라고 하셨다. 


강도도 쎄고 엄청 힘든 의식이라 내가 제일 힘들거라고 걱정했다. 


나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가늠할수 없었기에

 

힘내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지만 왠지 무서운건 어쩔수 없었는지 손에 땀이 흘렀다.

 

장군할머니는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식을 진행하는 내내 집중하라고 당부하셨고

 

행여 내가 무슨일이 생기거나 할때를 대비하여 선월과 제자아줌마에게 나를 챙길것을 신신당부 하셨다. 


선월은 웃음기가 쫙 빠진 얼굴로 그러겠노라 했고 오빠와 아저씨는 본인들이 할일이 없겠냐고 물으니

 

그냥 잡다한 일이나 도우라며 심드렁하게 말하시곤 내일부턴 바빠질테니 다들 오늘은 푹 쉬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때부터 긴장이 많이 됬는지 마른침이 다 삼켜지는데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걱정말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선월은 뭔갈 준비할게 있다며 종로에 좀 갔다오겠다고 하기에 나랑 오빠는 나도 가겠노라 서로 이야기 했는데 선월은 그냥 여기있으라며 나갈채비를 했다. 


풀이 죽어서 나와 오빠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난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박순자가 나왔다. 

 

 


박순자의 몰골은 흉하기 그지없었는데 다급한듯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입이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서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손짓으로 마당을 가르켰다.

 

마당에는 큰 돼지가 한마리 있었는데 그걸 죽이라는 뜻 같았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꿈에서 깼고 밖은 아주 깜깜한 것이 저녁때가 된듯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선월이 짐을 분주히 풀고 있었다.

 

부적을 쓰는 노란종이에 연지같은 염료 등 잡다한 것이 쏟아져 나와서 이게 뭐냐물으니 내일 필요한 것이다 라고만 했다.

 

난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는걸 그만두고 선월에게 박순자 꿈을 꿨다며 꿈얘기를 쭉 하니 선월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선월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난듯 장군할머니의 방으로 가서 두분이서 한참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선월은 아줌마가 있는 방으로 또 들어가서 한참동안 나오질 않았다. 


나는 무슨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방문에 귀를 갔다 댔는데 그때 선월이 나왔다. 


부적을 써야되니 방해가 되지 않게해달라고 해서 그럼 내방으로 들어가 쓰라고 하곤

 

오빠방으로 들어가서 아저씨와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새벽쯤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서 선월이 굿당 이곳저곳에 새끼줄을 치고 땅 몇군데에 못을 박았다. 못엔 노란종이가 감겨있엇는데 부적인듯 했다.

 

선월은 못을 박은 주위에서 잠시 서성이며 뭔갈 중얼중얼했고 또 다른곳에 같은행동을 반복했다.

 

장군할머니가 나와 그걸보더니 일이 다 끝나는 대로 연락해두었으니 가서 가지고 오라 하였다. 


선월은 대충 말하는 장군할머니의 말씀도 콩떡같이 알아들었는지 짧게 네 하고는 여전히 분주했다.

 

장군할머니는 나에게 그러고 서있지말고 방에 들어오라하셨다.

 

할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뭔갈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어주셨는데 가느다랗고 빨간 새끼줄이였다. 


손을 내라 하시더니 새끼줄을 새끼손사락 끝에 돌돌 감아 매듭을 묶고는 절대 빼지말라고 하셨다.

 

식중에 내가 잘못됬을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하시며 나가보라고 했다.

 

다시나가보니 할머니의 심부름을 갔는지 선월이 없었다.

 

선월이 박은 못 주변으로 살그머니 가서 뭔지 보려고 손을 가져다 댔는데 손을 대는 순간 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깜짝놀라 앉은채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장치도 없었는데 감전이라도 되듯 뜨겁고 쩌릿한 충격때문에 얼얼한것이 전기충격기가 그런느낌인가 했다. 


겁이나서 그 근처는 갈 엄두를 더이상 못냈는데 마침 오빠가 나와서 뭘하냐 물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고 오빠는 그럼 나도 한번 볼까? 하며 다가가기에 만류를 해도 겁없이 손을 댔다. 


내가 더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게 뭐? 하며 유유히 걸어갔다.

 

오빠에겐 아무런 충격이 없었던것 같은거 보니 나에게만 적용되는듯 싶었다.

 

아니 내 안의 것들에게 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얼마후 선월은 커다란 돼지를 한마리 데려왔다. 


왠 돼지인가 했는데 꿈에서 박순자가 말했던 그 돼지 때문인듯 했어.

 

그게 뭔가 도움이 됐을것이 분명하니 장군할머니가 선월에게 심부름을 시켰을거라는 오빠의 얘기대로 그 가엾은 돼지는 다음날 명을 달리했다. 


선월이 곳곳에 못질해논 부적과 새끼줄 사이로 지난번보다는 조금 협소한 상차림이 마련됬다.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멍석을 한겹 더 깔고는 묶어둔 돼지를 올려놓고 그 옆에 내가 앉았다. 


아줌마는 화려한 차림은 벗어두고 아주 수수한 감복을 입고 나왔고

 

할머니는 백발과 잘 어울리는 하얀 두루마기 같은 옷을 걸치고 나란히 섰는데 장군할머니의 모습이 흡사 신선 같았다.

 

 

 

얼마가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꽤 오래 그렇게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더듬는 사이 갑자기 뜨거운 뭔가가 아랫배에서 부터 목구멍까지 한번에 쑤욱 올라와서 탁 걸리더니

 

우웩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갈 토해냈다. 


구토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세상이 환해지고 아까와처럼 다시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 


눈을 제대로 뜨곤 토해낸 자리를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옆을 보앗는데 시커먼 털뭉치 같은 것이 내 옆에서 빙글빙글 돌고있어서 깜짝놀라 넘어졌다. 


넘어짐과 동시에 그 털뭉치가 내 몸쪽으로 순간 날아들어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텅 하는 둔탁한 느낌이 나더니 나와 털뭉치가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나는 가슴을 맞아 켁켁 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털뭉치는 그대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 다시 내쪽으로 날라들었다.

 

방금전 처럼 똑같이 튕겨지곤 약이오른것처럼 털뭉치가 푸르르 떨더니 이내 크게 변했다. 


얼마전 의식에서 내가 내몸에서 떨어져나갔을때 보였던 검은연기같은 아우라가 그 털뭉치에서 뿜어져나오더니 갑자기 엄청난 크기로 커지는걸 보았다.

 

둥둥 북소리가 나고 아줌마가 워밍업식으로 천천히 방울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다. 


방울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무구소리들이 요란해지니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빨리 뛰고 귀가 멍하더니 몽롱해지는것 같았어. 


머릿속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나고 식은땀이 계속 흘렀다.

 

걱정스러운 모습의 선월이 흐릿하게 보일때쯤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흡사 불덩이가 내 몸안을 휘젖는 느낌이였는데 주위에 그 요란한 굿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고요했고

 

온몸은 용암을 삼킨듯 점점 타들어가서 괴로운데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무기력했다. 


눈앞에 뿌얀 무언가가 내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형체는 아줌마인듯 했지만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아

 

 뭐라고 하는지 입을 뻥긋거리는걸 보려고 애를 써도 전혀 알수없을 지경이되서 포기했다.

 

그건 크기가 커진것이 아니라 몸을 찌그러트리고 있다가 몸을 피면 몸이커지는것 처럼 보이는 것이 맞았다. 


털뭉치가 몸을 쭈욱필때마다 시커먼연기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는데 지독한 악취와 함께 였다.

 

나는 그 익숙한 냄새로 내 몸에 기생하는 그것임을 확신했다. 


그것과 조우 하는 순간 그동안의 다짐이 다 무너져내리는 공포로 덜덜 떨 뿐이였다. 


머릿속엔 온통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뿐이였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진해왔고 나는 무기력하게 그것에게 내몸을 내주게 되었는데 쑤욱 하며 혼이 밀려나가는것 같더니 이내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끼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장군할머니가 손가락에 해준 붉은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매듭이 뭔가 제대로 역활을 한게 아닐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씩씩 거리더니 털뭉치사이로 뻘건 눈알을 드러냈다.

 

그것인지 박순자인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몇번 씩이나 봤을때는 구멍이 뻥 뚫렸거나 줄줄흐르도록 문드러진 모습이였는데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뻘건빛이 나는 눈은 처음 보는 것이였다. 


희번득 거리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륵대는 목소리로 크게 '죽인다' 라고 소리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순간 쩡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번쩍하더니 그것이 순간적으로 피하는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빠른속도로 이곳저곳을 날아들더니 고개를 180도로 꺾어 뒤를 돌아본 순간 사라졌다.

 

사라진 그곳에는 가지런히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아줌마가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것과 나만이 그 공간 안에 있었던거 같은데 내가 정신이 나갔다가 돌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자리에 그대로 였다. 


감각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든것은 그 당시에 제자리로 다 돌아온듯 했다. 


아줌마는 숨도 쉬지 않는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런 아줌마를 뒤에서 장군할머니가 내려다보고 서서 가만히 계실뿐이여서

 

난 마음이 다급해져 아줌마를 도와야한다고 소리치려한 순간 그 찰나 아줌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으로 번뜩였고 나는 그것이 아줌마에게 붙었다는걸 직감했다. 

 

 


뭔가 잘못됬다 생각에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아줌마가 아니 그것이 스윽 일어나서는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한발. 목을 잠시 비틀더니 또 한발 을 내딛고는 기름칠하지 않은 로봇의 머리가 돌아가듯

 

까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의 머리가 돌아갔다. 

 

 


머리가 향한 곳은 장군할머니 쪽이였다.

 

아줌마의 몸인데도 그렇게 정 반대로 목이 돌아간다면 아줌마는 죽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장군할머니는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아주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이셨는데 눈가에 번뜩이는 안광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것이 장군할머니를 바라보고는 가래끓는 목소리로 큭큭 거리더니 


"할매가 안되니 영감이 나왔네?" 하며 이죽 거렸다.

 

장군할머니의 눈썹이 잠시 씰룩 거렸지만 아무일도 없듯 조용히 입을 떼셨다. 


"네 이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것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잡귀놈이 분명하구나" 라고 하자

 

그것이 여전히 이죽거리는 말투로 장군할머니를 계속 조롱했다. 


침착함을 잃지 않고 천천히 그것에게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이런짓을 하느냐' 라고 물으셨는데

 

그것의 대답은 아주 예상밖으로 의 황당한 대답이였다. 


"재밌어서." 


장군할머니의 눈이 번뜩였는데 아주 화가 많이 난듯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것이 자랑스러운냥 이야기를 했는데 시초는 박순자의 아들, 즉 오빠였고

 

오빠를 따라 앞서 간 친구들과 셋이 집에 왔는데 마침 집에는 박순자가 마련해논 귀신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상은 박순자가 내집마련을 하고 나서 어디서 줏어들은 풍월로 터주신에게 인사를 올리는거라며 상을 차렸는데 


그것이 제대로 정성을 올리는 상이 아니라 잡귀들 먹고가는 상차림처럼 허술함에 터주신에게 인사는 커녕

 

오히려 화만 불러 일으켜 객귀가 셋이나 왔는데도 쫒지않고 그냥 놔둔모양이였다. 


그 귀신상에 배불리 먹고 그집 안방 눌러서 신나게 노니 평소 기가 약한 박순자는 급살을 맞아 죽었다고

 

이야기하며 연신 키득대는데 갑자기 아줌마의 얼굴에 심한 경련이 일더니 흉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계속 싸우는듯 몸이 계속 뒤틀리며 심하게 괴로워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아줌마의 몸이 갑자기 허리가 딱 꺾이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 거리더니 흑흑 흐느껴 울기시작했다. 


알수없는 상황에 혼란스럽기 시작했는데 울음을 훌쩍거리는 아줌마에게

 

장군할머니가 나지막히 박순자의 이름을 부르니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것과 싸워서 박순자가 몸으로 나온 모양이였는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이 아닌 잿빛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박순자라 확신했다. 


박순자가 제일 먼저 이야기 한 것은 '도와달라' 였다. 


그러면서 그것의 뒤를 이은 이야기를 더 했는데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괴로운 표정이 왔다갔다 하는게 그것에게 방해 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긴즉슨 본인이 급살을 맞아 죽고 그 억울한 한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안방에 그놈들 셋이 있어서그 등쌀에 못이겨 쫒겨나 문앞에서 며칠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놈 손발이 양쪽 다 없고 가슴이 다 찢긴 흉악하게 생긴 것 하나가 다가오더니

 

집에 머무는 조건으로 시키는데로 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구천을 떠도는것도 모자라 그런 악한 놈들에게 당할수는 없어

 

몇번이나 노력했지만 힘이 없는 박순자는 번번히 실패했고

 

문밖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은 어깨에 머리가 덜렁대거나 으깨어진 놈들이 붙어 나가는걸 보곤 했는데

 

억장이 무너져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갈수록 초췌해지는 남편의 모습까지 볼때면 세상이 다 무너지는 마음이였고 그럴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고 


결국은 그것에게 굴복하고 집안 한구석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이 장롱 한구석에 있는 아들의 선물 즉 열쇠고리였다고 했다. 

 

 


그것은 야망같은게 있었는데 구천을 떠도는것도 성불하는것도 싫고 생전처럼 육체를 가지길 원했다고 한다. 


힘을 키우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했는데 손발이 없어 박순자를 시켜 고양이등 미물들의 혼을 먹기 시작했는데

 

늘 양에 차지 않아서 화를 내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자신의 아들과 남편을 노리는 놈들이 무서워서

 

원하는대로 계속 시키는 일들을 했는데 어느날 장농이 다른집에 가게 되었다고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것들이 모여 이야기를 했는데

 

두놈은 집에 들어앉아 박순자를 이용할동안 허튼짓을 못하게 아들과 남편을 볼모로 잡고있기로 했다고 한다.

 

 

 

박순자는 떠나기 싫었지만 모든일이 다 끝나면 순순히 그집에서 떠나기로 약속했고

 

아들과 남편에게는 절대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장롱이 첫번째로 옮겨진 곳에서 여자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조금 힘을 키운 그것이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경로였다.

 

 

 

 

 

나는 기가막혀 입이 떡 벌어졌는데 이야기를 더 하려는 박순자가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아줌마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는데 코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눈알이 빠질듯 커졌다. 


아줌마의 몸이 부러질것처럼 못이겨내자 박순자가 순순히 사라진것 같았다. 


아마도 아줌마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였을것이다.

 

본인이 버틸수록 고통스러운건 아줌마의 육체일테니까.

 

 

 

박순자가 들어갔지만 아줌마의 몸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중간중간 아줌마의 의식이 돌아오는것 같았는데 아마도 그것과 싸우는듯 싶었다.

 

점점 얼굴이 하얘지고 지쳐갈때쯤 그것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기력을 많이 써서 지쳤었는지 많이 쇄한 느낌이 들었는데

 

장군할머니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뭔가 결심을 한듯 주먹을 꽉 쥐었다. 

 

 


장군할머니가 상 쪽으로 성큼성큼 가더니 커다란 창을 꺼내왔다. 


창은 아주 길고 날이 푸르게 서있었는데 마치 삼국지에서 나올법한 모습이였다. 


창엔 용이 전체를 휘감은 장식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그 창을 드니 기세가 엄청나지는게 느껴졌다.

 

위압감에 난 목덜미가 소름이 끼치도록 오한이 들었고 그것도 순간 움찔하는듯 했다. 


장군할머니는 잠시 부들 떨며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모습은 그대로 였지만 할머니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번쩍 뜨니 마치 본적은 없지만 부리부리란게 용의 눈 같았는데 할머니의 천천히 말하던 입에선 근엄한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시리게 했는데 너무 말의 무게가 무거워 정신이 혼미해져 무슨말인지 들을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 비틀거리는 찰나에 아까와 처럼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아줌마의 몸을 허공에서 베는 창의 모습이 보였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가 멍석 위로풀썩 쓰러졌고 그걸 보는 내 눈앞에 다시 시커먼 털뭉치가 갈라진 배의 내장처럼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괴로움에 몸부림 치듯 발광을 했는데 푸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았다. 


순간 선월이 어디선가 뛰어와서 손을 합장하고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는 듯한 행동을 했는

 

 끼아아악 하는 괴음이 들리더니 그것이 허공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졌다.

 

몸이 점점 타들어가는 것처럼 연기가 산화 되는듯 모습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럴때마다 공중으로 낮게 튀어올랐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더니 있는 힘을 짜낸듯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뭔가를 보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기시작했는데 묶여있던 돼지로 향했다.

 

아마도 선월이 해놓은 부적이 붙은 못이 결계같은 역활을 했던건지

 

그것이 뭐에 갇힌듯 갈팡질팡하다가 돼지로 뛰어든거 같은데

 

돼지의 몸에 들어간 그것도 내몸이나 아줌마의 몸에 들어갈때처럼의 기세가 없었는지 꿀럭꿀럭 하며 돼지의 구멍이란 구멍에 다 세어들어갔다. 

 

 


아줌마는 여전히 쓰러져 있었고 선월은 돼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돼지가 심하게 발버둥을 치자 네발을 묶은 끈중에 앞발 쪽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지만 뒷다리가 묶여서 이내 쓰러졌고 선월이 돼지의 코를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자 돼지의 입에서 끄륵 하는 가랫소리가 났다. 


그것이 돼지에 들어가는 소리였다. 


장군할머니가 그 연세에 걸맞지 않게 쐐기처럼 날아들더니 그 큰 창으로 한번에 돼지의 목을 내리쳤다. 


푸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피가 공중으로 샤워기처럼 쏟아져 나왔고 내몸이며 그근방에 온통 피바다 였다. 


멍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때쯤 돼지는 목이 잘린채로도 한참을 발버둥 치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죽은 돼지의 잘린 목에서 스물스물 검은 액체가 쏟아져나왔는데 선월이 그 물위에 검은재를 뿌렸다. 


재를 뿌리자 스스스 하는소리와 함께 그 검은액체가 공중으로 흩어졌고 그게 끝이였다. 


나는 돼지의 잘린 목 과 내몸에 묻은 피 때문에 그자리에서 졸도 했고 깨어난건 이틀 뒤였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을때 꿈을 꾸었다. 


꿈에는 박순자가 나왔었는데 표정이 아주 평안해 보였고 예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박순자는 왠지 말이 없었다.

 

나는 몇번이나 말을 시켜보려 했지만 내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난 아직 궁금한게 많은데 처음 그것과 조우한날 어떻게 나에게 나타나게 된건지 나는 왜 쉽게 죽지않았는지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너무 많은데 물어볼수가 없었다.

 

그저 편안한 표정의 박순자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사라지듯 없어지는걸 본게 다였다. 


이윽고 이어진 꿈에는 아주 큰 산이 두개가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크 큰산 양쪽 봉우리를 기둥삼아 그네가 매달아져 있었다.

 

그 그네에 갑자기 내가 타 있었는데 한발을 크게 구를때마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너무 재밌어 더 크게 발을 굴렀는데 한참을 올라가자 멀리 큰 강이 보였다. 


강에는 작은 나룻배가 있었고 나는 카메라 줌인을 하듯 그 먼 강과 나룻배가 점점 선명하게 보였고 나룻배에 누군가가 타고 있는것도 보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팔을 크게 휘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찌푸리자 점점 얼굴이 보였다. 

 


아줌마 였다. 

 


아줌마는 정말 환한 얼굴로 나에게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우린 다시만날꺼니까!" 아줌마가 처음에 날 만났을때 했던 인사였다.

 

난 너무 반가워 나도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난 너무 기뻤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계속 났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축축한 느낌에 눈을 떴다. 

 

 

 

 


난 굿당의 내방 천정을 보고 있었다.

 

방에는 나 혼자 뿐이였고 잠시 멀뚱하게 있었다.

 

순간 뭔가 쎄한 느낌에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급격한 어지러움에 이내 쓰러졌다.

 

쿠당탕 하는 소리를들었는지 방 밖에서 여러 발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부셔지듯 열고 제일 먼저 들어온건 오빠였다.

 

오빠는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기시작했고 오빠의 뒤를 이어 선월과 제자아줌마 장군할머니가 들어왔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아줌마는요? 


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뭔가 잘못됨을 느껴서인지 나도 아무말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멍하게 있었다.

 

난 한동안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모두 검은 상복차림이였고 뒤늦게 들어온 아저씨의 표정이 확실한 답이였다. 


어째서인지 묻지 않았다. 


무조건 나 때문이니까, 왜 인지는 중요하지않았다. 


내 표정을 보고 다들 하나둘 눈을 피했다. 


장군할머니만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광이며 서슬퍼런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자식잃은 어미의 흐트러진 모습 만이 장군할머니의 전부였다. 


할머니는 덤덤한 말투로 나에게 짧게 한마디 한후 밖으로 나가셨다. 


"딸 년있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니라" 


선월은 그말을 듣고 나지막히 흐느꼈고 아저씨도 오빠도 제자아줌마도 울기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울음이 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굿당은 장례식장으로 변해있었다. 


상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니 많은 사람이 와있었다.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우는사람들 모두 아줌마를 배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였을테지.

 

나는 그때까지도 실감하지않았다.

 

아줌마는 이제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영정사진을 모신곳으로 걸어갔다. 


내가 쓰러질까 오빠와 선월이 부축했지만 난 꼿꼿히 잘 걸어갔다. 


난 두번 절을 하고 향을 꽂곤 맥없이 주저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아주 젊었을때 예쁜모습의 사진이였다.

 

그 예쁜모습 그대로 딸이 있는 곳으로 갔겠지?

 

그 업이라는거 이렇게 풀고 가셔야했던걸까?

왜 하필 나때문에? 라는 의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딸이야? 라며 웅성거릴 정도로 울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3일장이 끝나고 아줌마는 딸이 있는 선산으로 옮겨졌다.

 

딸은 화장을 해서 선산에 묻었다고 했다. 아줌마도 똑같이 화장해 딸 바로 옆에 묻혔다. 


그곳에서 아주 행복하리라 믿는다.

 

 

 

 

 

그 후로는 난 더이상 시달림을 받지 않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이 모든것이 아줌마의 덕이다. 


그리고 장군할머니. 선월. 제자아줌마. 아저씨.오빠.박순자의 덕이기도 하다. 


오빠와 아저씨를 제외한 다른분들은 연락하지 않는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오빠는 지금의 남편이, 아저씨는 이제는 돌아가신 시아버지, 박순자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난 오늘도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고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댓글
정사민수
24.02.16
아~ 2분만 빨리 올리지~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708014417911-0zf9cgm0xvr.png
해리제이
24.02.16
꾸며쓰라고해도 이렇게 못쓰겠다.. 어서 이 글을 곡성 나홍진 감독님에게 보내주새요 영화화된거 보거싶네요
애국불숭이
24.02.21
흑흣흑
뭅스베베
24.02.22
이거 고전명작인데 다시보니까 됬 이거 은근 거슬리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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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끼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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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무로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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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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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보기만 해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연예인 3
웃음
창을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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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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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졸린 햄스터 1
무로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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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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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