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上

십여년 전 스레딕이라는 사이트에 댓글로 연재된, 길이가 매우 긴 글입니다.
여러 사이트에 퍼져 있는데 줄글 그대로 퍼져있어 줄바꿈만 했습니다.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건강해보이는 등치에 비해 골골거렸던 나는맨날 아프다는소리때문에 친구들이 싫어했지.
그렇다고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많이 없었어.
게다가 가정불화로 인해 엄마는 돌아오질 않았고,
아빠라는 작자는 한달에 두어번 집에와서 천 원짜리 몇장 던져놓고 가는게 다였다.
그래서 늘 집에 혼자 있거나 인근에 살던 친한 친구집에 놀러가는게 다 였어.
그러다 학교 근처에 있는 교회를 같은반 친구가 전도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친가 외가가 다 크리스찬이고 친가는 목사집사권사 다 있는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교회가는거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기독교인들의 오지랖 같은게 늘 밥맛이였고 그들의 모순에 의구심을 많이 품다보니
그 친구와 가는 교회활동은 그저 여러사람 사이에 끼고싶 었던것 단지 그것 뿐이였다.
아빠가 몇 주후 집에 왔다.
엄마가 집을 나간 지 약 세달이 채 되지않았을때
한쪽 다리를 저는 여자를 데려와서 그 단칸방에서 같이 살게되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이 더 우울해졌던거 같았다.
난생처음 집을 나가서 갈곳이 없어 혼자 교회 지하실에 갔다.
지하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도 있었고 예배보는 곳에 방석도 있고
그래서 쌀쌀한 추위는 면하고 잘수있겠다 싶어 들어갔지.
그리고 교회라면 왠지 혼자 있어도 기분나쁜무언가가 나타나진 않았을거 같았다.
그시간엔 아무도 없을테니까 피아노 발판에보면 소리죽이는 게 있었는데
소리를 죽이곤 이것저것 쳐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떼웠어.
그러다 위에서 발자국 소리같은게 났어.
황급히 피아노쪽 형광등을 내리고 숨죽이며 강단 뒤로 숨었지.
왠지 들키면 집에 보내질것 같아서 말야. 그시간에 올 사람은 없을테고.
조그만교회라 경비도 없는데 예배당은 지하실과는 독립적인 별채라
학생부 외에는 잘 들어오지않던곳이라 내가 있는걸 들켰나 싶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지하실 문쪽에서 멈춘것 같았다.
끼익하고 둥근 쇠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는데 너무 조용해서 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어.
계단으로 누군가가 조심조심 내려오더니 거기누구요! 하고 작게 외쳤다.
목사님 인것 같아 계속 숨어서 나가길 기다렸지.
몇번인가 배회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나가는 소리가 들려서
그대로 방석을 모아 깔고는 숨어있던 그 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형광등도 못키고 하니 엄청나게 깜깜해서
지하실 문에 비치는 가로등의 붉은빛이 계단으로 반쯤 내려오는 거에 의지해서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했는데 왠지 모를 한기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어.
무섭다 생각을 해서 그런것 같아 애써 태연한척 하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에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줄 알았다.
비명을 가까스로 참고 고개를 들었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어.
소리가 난쪽을 계속 응시하니까 조금씩 주위가 밝아졌는데 그게 피아노 뚜껑이 내려간 소리더라고.
흰건반이 안보였으니까 확신했지.
한시름 놓고 다시 누웠는데 갑자기 온몸의 털이 다 섰다.
그 육중한 뚜껑이 것도 두번 접히는게 스스로 닫힌다는게 이상하잖아?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됬다.
구석구석에 속삭이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소리같은게 들리고 등쪽이 갑자기 시려워졌다.
사라지는것도 누군가 내머리카락 한올을 당기는 느낌.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공포분위기에 누구나 느껴지는 상황들 이겠지만
그땐 그 낯선 공포가 너무 두려웠다.
왠지 뒤를 돌아보면 큰일 날것 같아 서서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양쪽으로 갈라진 예배의자 사이의 통로 측에 거무튀튀한 뭔가가 기대어 있는것 같았다.
순간 너무 놀라서 헉소리가 났는데 그게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것 같아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주위를 더듬었는데 무언가가 탁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났고
위쪽에서 빠른 발걸음소리가 들리더니 지하실 문이 열렸다.
눈을 뜨니 그 형체는 없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예배의자 밑에 숨었는데
또 거기 누구요 하는 소리에
마른침을 삼키고 엎드려있었는데 저벅저벅 발소리가 내쪽으로 점점 왔다.
내가 죄지은것도 아니고 이렇게 까지 숨어야하나 생각이 드는동안 내앞에서 발소리가 탁 멈췄다.
그래서 나는 나갈요량으로 발소리가 난쪽을 응시했는데 발이 안보였다.
분명 이쪽에서 소리가 났는데 발이 없다는게 이상했거든.
아무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져서 몸이 떨려오는데
나지막히 끄그그그그하는 소리가났다
염통과 항문이 같이 쪼그라드는게 진짜 눈물이 막 터져나왔다.
나무를 쥐어뜯는소리? 이를 가는 소리? 같은 그 괴음이 날 피말리던 중에
엎드려서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내 머리가 갑자기 차가워지는걸 느꼈다.
순식간에 머리를 확 처들었는데
시발 내 눈앞에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린 뭔가랑 눈이 마주쳤는데
헉소리도 안나오게 무서워서 그대로 기절했던거 같다.
일어나보니 엄청 뜨거운 방에서 내가 자고 있었고 목사님이 정리하러 내려왔다가
의자밑에 다리가 반쯤나와서 누워있는 날보고 안채에 데려다 노셨다고,
깨어난 나에게 묻길래 그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이해해 주셨다.
근데 목사님이 날 발견한건 아침이였다고 해서 새벽에 안오셨냐니
그시간엔 자지않겠냐며 말씀 하시기에
분명 그 시각 추정하건데 3시에서 4시정도에 발소리도 나고 누구있냐소리도 들었다 하니
그시간에 교회올사람은 아무도 없다길래 더 오싹해지더라.
그리고 나는 며칠 안채에 얹혀있으며 학교를 나갔는데 아빠는 찾으러오지도 않아서
그렇게 한동안 다니다 스스로 겨들어가 매타작을 3시간 당하고 나서야 용서받았다.
후에 아빠가 데려온 여자가 아빠한테 맞아서 머리통이 터지고
그 피가 벽지에 묻을정도로 싸우고 나선 그 둘도 집에 안들어오더라.
차라리 잘됬다 치고 중2 여름방학 까지 그집에서 거의 혼자 살았는데
그후로도 자꾸 뒤꼭지가 간질간질 하다던지
다 자는 시간에 방바닥에 발이 쩍쩍 붙는것 같은 발소리
잘때 틀어놓던 어린왕자 내레이션 카세트테이프가 스스로 감긴다던지
도마가 혼자 떨어지거나.. 스스로 우연이라고 일축하면서 그 공포를 이겨내곤 했다.
여름방학 시즌이 시작했을때 였나?
그때 당시 티비에서 토요미스테리가 엄청 인기였는데 그날이 아마 3화 였던가 그랬을거다.
어김없이 혼자 누워서 시청을 하는데 잠이 든건지 뭔지
아리까리한 느낌때문에 정신이 좀 들었는데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나는 지금 자고 있다 라고 인지하는것 같았는데 티비소리 밝은불빛등이 다 보였고
고개가 돌아가는 건지 아님 눈만 돌아가는건진 알수없지만 방 전체가 다보이는 이상한 경험이였다.
티비 맞은편에 5단짜리 서랍장이 있었는데 난 개인적으로 구질구질한걸 되게 싫어해서
모든 가구위에 뭘 올려놓는걸 싫어한다.
근데 서랍장위에 이상한 털같은게 있어서 한참을 노려본 후에야 그게 가발? 머리 같은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조금씩 들썩들썩하더니만 뭔가가 허연게 드러나기시작했는데
허옇게 검은 얼굴같은게 서서히 서랍장에서 솟아나는것 같았다.
그게 다 나온후에야 교회에서 봤던 거지같은 뭔가라고 알아챘고
티비에 푸른 불빛이 반사되서 그 허연얼굴에 뻥 뚫린 눈이 야광파랑처럼 빛나서 더 또렸해졌다.
그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꿈을 꾸는거다 나 자신을 꾸짖었지만 의지대로 되는 상황이 아니였거든..
그것이 서랍장에서 내려왔을때는 키가 거의 천장에 닿을정도로 커져있었는데
그것이 걸을?때마다 엄청난 악취가 풍겨져왔다.
아직까지도 그것에 견줄 악취는 맡아보질 못했다.
그게 소위 말하는 시체 썩는 냄새일까싶은데
어렸을적 할머니댁에서 손질하던 홍어냄새 의 약 50배는 될정도의 휴..
숨을 입으로 들이켜도 냄새가 나는듯하는데 구역질이나고 현기증이 나는데도
나는 몸을 내의지대로 할수가 없었어.
그 무기력함 좌절감은 아 그냥 나는 죽어야겠다.죽는게 더 낫다는 생각까지들게 했는데
그것의 형체는 움직일때마다 물결치는듯 잔상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얼굴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런 현상이였다.
그래서 내 정신이 더 혼미해지는것 같고 점점 내 자신을 놓게 되더라.
그러다 그 것이 길고 막대기같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살짝 그었는데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그순간 나는 그 악몽에서 벗어날수 있었고 일어난 순간
엄청난 두통과 물에 젖은 솜마냥 축쳐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났는데
그 땀이 식으며 스산한 그 느낌이 너무 기분나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불을 켰다.
그 고통스러웠던 긴 시간이 웃기게도 미스테리극장 2부 사연이 막 시작하는거보니
한 5분 정도 밖에 안되는것 같더라.
머리가 너무 아파서 불만켜고 겨우 잠에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것과의 제대로 된 첫대면인것 같다.
그후로 매일 시달리게 되었다.내 생활은 갈수록 피폐해졌고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잠을 제대로 못잔데다, 애비라는 작자가 돈 한푼 주지않고 반찬이며 쌀이며 집에
남은건 하나도 없어서 한동안 매일 굶다시피했고 가끔 오던 인근의 친한친구가 내 몰골을 보고
어머니께 이야기해서 당분간 끼니를 해결해주었기에 그나마 버틸수가 있었다.
그것은 점점 내 생활을 잠식했는데 자고 있을때 깨우는 정도까지 갔다.
악취에는 점점 무뎌진건지 냄새가 나질않는건지
악취가 나지않아도 그것은 내 시선이 닿는곳에 있었고
내 배위에 서서 매우 빠른속도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무엇을 먹는듯한 이상한 행동도 했는데
언제가부터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는데
어느날은 문드러져있던 코와 입이 올라와있는 걸 보게됬다.
그날도 어김없이 티비 불빛에 비쳐 나타났는데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성대가 없는것처럼 이상한 소리였는데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섬뜩해서 아 진짜 이건 이세상의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루가 이틀이 지나고 며칠동안 그것의 소리가 귀에 익숙해질때쯤
뭐 난 거의 미쳐있어서였겠지만
그것이 말하는게 원하는게 뭔지 알수 있게되었다.
문장을 완벽히 구사한다는것보다 단어를 조각조각 맞추는 식이였는데
주로 자주나오는 단어는 불러. 나의것. 양분을. 돕다. 이런거였는데.
내가 끼워맞춘바로는 양분같은걸 주면 돕겠다.또는 너는내것이니 양분을 주는걸 도와라.
뭐 이런식인것 같았다.
매일 본다고 정이 든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대신 보는 횟수가 잦아질때마다 흉측하고 알아볼수 없던 생김새가 조금씩 멀쩡해지고 있어서
구역질나고 소름끼지던게 조금씩 양호해져 가는 것 뿐이다.
그것을 피해 낮에자고 밤에 활동도 해봤는데 우리집이 반지하라서 그랬는지
딱한번 안나왔을뿐 무슨 대수냐는듯 낮에도 할 일에 충실했다.
그렇게 좀 지나고 여름방학이 거의 끝날무렵 아빠라는게 돌아왔다.
밥은 얻어먹고 다녔어도 체중이 오히려 줄어들어 거의 뼈가 앙상했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내 모습에 잠시 놀랐는지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더니 양심이란게 있긴 했는지
그날 고기를 사먹이곤 이튿날 한의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받게 하더군.
아 그리고 그날 아빠가 있을때는 편하게 잤다. 한번도 안시달리고 .
한의원에 가서 맥을 잡는데 눈도 까보고 숨도 쉬어보라하고 이것저것 시키는데
혈순환이 안되서 손발이차고 어쩌고 하며 기가 단전에서 딱 막혀있다나 그래서
양기가 전혀돌지않고 뭐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 시장통에서 30년 해먹은 할배라 이야기도 참 어렵게 하더라.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침을 여러방 맞고 약을 지어왔는데
보약을 해먹이라고 했는데 꼰대가 그런걸 해줄거란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그렇게 집에왔고 나에게 시골 친가에 가서 학교를 다니라는 말을 했다.
이곳에서의 삶이 정상적이지 못했고
학교에다닐 자신이 없었기에 그러겠다했다.
아마도 이곳을 벗아나야 한다는 집념이 커서 며칠새 준비를 하고 친가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도 난 환영받지 못했는데 예전부터 엄마를 달가워 하지 않던 친가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집나간 여편네가 남긴 애물단지였고
난 콩쥐마냥 할머니의 밭 일 부터 집안청소까지 해야만 했다.
그 며칠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몸이힘드니 잡생각이 안나고
그곳을 벗어나서 그런지 악몽에도, 그것에게도 시달리지않았다.
간헐적으로 섬짓한 느낌은 있었지만 큰 위협은 못된듯 하다.
전학을 준비하던중 어느 날
할머니의 통화를 듣게 되었는데 엄마에관한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통화를 끝낸 할머니에게 엄마 욕하지말아달라 부탁했더니
바람나서 나간 년을 엄마라고 부르냐며
그에미의 자식이 어련하겠냐며 악다구니를 쓰는데
말로만 하나님의 자식이냐고 당신은 악마라고 하자 뺨에 불이 붙었다.
그대로 이성을 잃곤 집을 나섰다.
막상 나와보니 어린 나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닥치는데로 일을 구했는데 숙식이 제공되는 곳은 주유소 뿐이였다.
그곳엔 나처럼 가출한 아이들이있었는데
매일같이 숙소에서 본드와 가스를 불어대는데 제정신으로 그꼴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정신이 피폐해지자 위기가 왔다.
그날도 역시 아이들의 담배연기와 술냄새를 맡아가며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잠시 깨니 다들 자고있었다.
어스름한 창밖으로 사람 형체가 서있었다. 순간 등꼴이 오싹했다.
숙소는 주유소 2층인데 누가 창밖으로 서있을수가 없으니까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온데간데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뒤를 돌아누웠는데 익숙한 악취가 났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비명을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옆에자는 아이를 깨우려 손을 뻗으려 했는데 손가락조차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점점 다가와 옆으로 누워있던 내 몸쪽으로 스르륵오더니
사뿐하게 옆구리를 밟고 섰다.
곁눈질로 겨우 그 모습을 봤는데
소름끼치는 뻥뚫린 눈
조금씩 형체를 갖췄던 그 코와 입은 다시 문드러져있는게
어스름하게 들어온 주유소간판 불빛에 비춰져서인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늘 하던데로 밟고 올라서선 빨리감기하는 비디오테잎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제자리 뛰기를 하는데
무게는 전혀 나가지않지만 데미지는 상당했다.
그곳이 너무 뜨겁고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느낌이 들어 괴로워하고 있는데
순간 푸악하더니 코와 입에서 액체가 뿜어져나왔다.
그륵대는 소리만 겨우 내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나를 굴복시키겠다는 표정으로
아니 표정을 읽을수 없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 뜻을 읽을수 있었달까?
계속되는 괴롭힘이 잠시 멈추자 난 으으으 하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옆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더니 한 아이가 일어나는게 보였다.
순간 나는 살았다 라는 탄식을 했고 그 아이는 일어나서 불을켜자마자 소리를 질러댔다.
겨우 입을 뻐끔 거리며 나를 흔들어댔는데 난 그 모습을 다봤는데도 불구하고 잠에서 깬듯 어지러웠다.
비명소리에 야간을 보던 사장님과 일하던 남자가 뛰쳐왔고 나를 보며 깜짝 놀라더라.
의아한 나는 멀뚱멀뚱 봤고 피..! 피! 하는소리에 뒤에있던 전신 거울을 보니
코와 입에서 뿜어져나온 게 피라는걸 알게 됬다.
벽이고 이불 베게고 온통 피였다.
그리고 허리춤이 올라가 있었는지 옆구리를 본 사장님이 누구한테 맞았냐고 난리를 쳐서 보니
아까 괴롭힘 당하던 곳이 마치 며칠째 맞을것마냥 새카맣게 살이 죽어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다그치며 아이들이 널 괴롭히고 때렸냐며 난리가 났고
자다 봉창깨지는 상황에 자다 깬 아이들도 한바탕 난리였다.
난 정신을 추스르고 그런게 아니라며 오해를 풀려했지만 쉽사리 믿어주질 않았고
일단 병원으로 가자며 반 강제로 업혀서 문을 나섰는데
응급실에가면 왠지 친가에 연락이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안간다고 버텼다.
날이 밝고 내소식을 들은 사모님이 일찌감치 와서는 나를 불러서 어찌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그런 사정 얘기는 할수가 없어서 아이들이 괴롭힌건 아니다란 말만 반복했고
나는 몰골이며 피흘린거며 무슨 중병에 걸린 환자취급을 받게 됬는데
사모님과 사장님이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월급 정산 해줄테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더라.
걱정도 됐겠지
나이도 어린데 병걸린 환자 데려다 쓰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분들 입장 엄청 난처했을테니까.
그렇게 그 날 난 얼마간 일한 봉급과
병원비하라며 주신 용돈을 들고 그곳에서 쫒겨나다시피 나왔다.
그렇게 다시 난 거리로 내몰렸어.
어디로 가야할지 여전히 막막했지.
인근의 벼룩시장을 꺼내들고 구인란을 뒤지고 공중전화에가서
면접전화를 했는데 나이가 어리니 다들 딱 자르더라구.
그래서 무작장 외가가 있는 대구로 버스타고 달려갔다.
버스에서 자니 그것도 나타나질 않더라.
싼걸 찾으려고 완행버스를 탔는데 거의 8시간정도를 간거같아.
그동안 아주 푹잤지.
버스에 내리고보니 동대구쪽이아닌 서대구라 전혀 어딘지 모르겠더라고.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었는데 예상밖으로 냉랭한 대답이었지.
그 따뜻하던분들이 엄마와 헤어진 나에게 너무 차갑게 변해서는
어서 돌아가라는 한마디만 남긴채 더 이상 전화를 받지않았다.
하나둘씩 터미널에도 사람들이 사라져갔고
그때는 찜질방도 없었고 아마 피시방도 없었을거야.
오갈데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춥고 가혹한 밤이였다.
이집저집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어느집의 소리가 너무 정겹게 들려서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라.
신이 있다면,
그토록 그들이 울부짖던 하나님이 있다면,
왜 어린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정상적인 생활조차 할수 없게 그것을 벗어나게 못하는지.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울었다.
그렇게 내 정신력이 흐트러지는걸 느꼈을때 다시 마음을 다 잡았고 계속 걸었어.
아침이 올때까지 발은 아프고 배에선 계속 꼬르륵소리로 아우성이었는데
새벽 다섯시쯤되면 목욕탕이 열리니까 가기로 했다.
근처에 대중탕이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에 몸을 적시니 온몸이 간질간질 한 게
노곤해져버려서 아줌마들 자는 휴게실에 누워서 잠이들었어.
한참 잤나 고스톱치는소리가 들려일어나니 여러아줌마들이 화투판을 벌리고있었다.
부스스 일어나다가 그중 부리부리한 눈을가진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 내가먼저 피했다.
탕에 들어가서 몸을 담구고 있는데 그 아줌마가 들어왔다.
온탕에 들어와서 한참을 앉아있는데
왠지 자꾸 가시방석 같아 먼저 일어나려는데
아줌마가 빤히 보더니 너 집나왔지? 하길래
개교기념일이라 쉬는거에요 하며 얼버무렸다.
아줌마가 피식 웃더니
거짓말 하지마 이년아. 이러더라.
다짜고짜 이년저년해서 기분이 나빠져버렸거든.
대꾸조차 하지않고 그대로 탕에나가 사우나로 들어갔어
그런데그곳으로도 쫒아와서 자꾸 말을 붙이길래 화를 냈다.
난 마치 도둑이 제1발저린기분? 이랄까
아무 이유없이 왠지 안절부절 못하고 아줌마한테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가야한다고 화내며 비켜달라고 했는데
그런 내속을 아는지 아무말없이 날 보길래
나도 뭔가 지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똑바로 쳐다봤다.
근데 크고 깊으면서도 부리부리 한 그눈을 본 순간,
뭣모르는 나이에도 기에 짓눌리는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
아줌마가 한참을 길막하더니 내생각나면 다시와라 하더라.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그냥 나왔는데
내 뒤에 대고 금세 만날거니까! 하며 깔깔 웃는데 소름이…
골목을 빠져나와 터미널쪽으로 걷고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노랗고 파래지며 현기증이 막 나서 걸을수가 없었다.
눈앞은 계속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거리에 주저앉아있는데
며칠전 각혈같은걸 엄청난 양으로 했으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가만생각해보니 주유소 나온 이후로 먹은거라곤 소세지 1개가 다였으니까.
식당부터 ?병원부터? 고민하다 병원부터 가기로 했다.
마침 빈속으로 와서 내시경 외에도 다른검사까지 받을수있었는데
예상외로 장기는 아주 깨끗해서 의사가 그정도 피를 뿜을정도면
폐든 어디는 출혈흔적같은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없다면서 코피같은게 넘어가서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별일 아닌데 위염이 약간있다며 약을 처방해줬다.
이상했지만 그땐 뭐 그럴수도 있겠다며 이상없으니 됐지 하고 나왔는데 병원비가 엄청 나오더라.
병원비로 받은걸로도 모자라서 봉급 받은거 에서도 꽤 쓴거같아.
완전 개털이 되어서 터덜터덜 식당으로 향했는데
터미널앞 에서 어떤 아줌마랑 아저씨랑 욕을하며 싸우고 있었는데
얼굴을보니 목욕탕에서 본 그 아줌마였다.
주위사람들이 막 수근거리는데 대충 줏어 듣기로는
아줌마가 터미널에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데
신을 받은건 아닌데 신기가 주체가 안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툭툭 내뱉어서
가끔 저렇게 시비가 붙는다며 또시작이네 하더니 다들 제갈길 가더라.
아저씨도 재수가 없다며 침뱉고 사라지고 남은아줌마만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 아줌마가 날보더니 거봐 또 만난다고 했지?
이러며 내 손을 잡고 당연하다는듯 식당으로 들어갔다.
엉겁결에 주문까지하고 밥한그릇을 다 먹었는데
그때까지 아무말 않던 아줌마가 나지막하게 너 가슴에 뭐 숨겼냐? 말했다.
뭔소린가 싶어 눈만 꿈뻑이는데 이내 모르면 됐어! 밥값은 니가 내라 하는것이다.
어이가없어서 제가 왜.. 하니까 난 돈없는데?화투쳐서 다잃음! 하며 휙 나가드라.
어쨌든 계산을 하고 나도모르게 그아줌마 뒤를 졸졸 쫒아갔는데
그런 내가 싫진 않았는지 빨리빨리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생각하면 참 겁대가리없이 아무나 쫒아가고 나도 참 무개념 이였는데
아마도 그 아줌마에게 위험한 촉이없었기 때문이었을거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대로변 한 속옷집에 멈춰섰다.
점포정리를 하던 가게였는데 속옷을 사려한건지 불쑥 들어가더라.
설마 또 나보고 돈내라는거 아닌가 싶어 그냥 밖에 서있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잠시후에 막 소란이 나더니 문이열리며 아줌마가 쫒겨 났다.
밀려나면서도 욕을 해대며 자기말 안듣는다고 난리였는데
한참을 실갱이 하던중에
이년아 니 어깨에 두 놈! 하나는 투실투실한게 욕심이 잔뜩 붙었고 하나는 젊고 잘생겼는데 발이하나없다! 하니
갑자기 멈춰선 주인 얼굴이 한참 굳더니 정중하게 들어오세요. 하는거다.
이번엔 나까지 끌려갔는데
한참을 둘이얘기하더니 한참후 맨발로 마중까지 나오며 조심히가라고 문까지 열어줬다.
밖으로 나와서 계속 걷는데
아줌마가 야 다왔어 우리집 들어가자 하는데 집이 어마무시했다.
분명 낡은 판자집 같은데서 살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엄청 큰 나무로 둘러쌓인 주택이였다
깜깜해서 잘보이진 않았지만 엄청 큰듯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개 몇마리가 날 향해 일제히 짖기시작했다.
하얀돌같은걸로 지은집이였는데 잘보이진 않아도 좀 낡아보이는 오래된 집 같았다.
실내에 들어가니 입이 떡 벌어졌다.
2층 집이라 천장도 높고 20년은 되보이는 양식 이였는데
벽과 바닥이 모두 니스질 된 나무로 되있었다.
그 집의 역사는 그대로 두고 가구만 현대식 으로 들여진 것 같았다.
가구도 티비에서 보던 부잣집 가구라 연신 작은 탄성만 지었는데
그런 나를 데리고 욕실과 묵을 방을 알려주느라 부산한 아줌마였다.
엉겁결에 따라오긴했는데 갑자기 앞으로 묵을방이라니 좀 신경쓰였지만
단칸방에만 살다가 이런곳에서 살게된다니 좀기뻐서 거절하지 못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앞일은 생각도 안하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졌었던거 같다.
그렇게 그집에서 첫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낯선곳 이라 그런지 자꾸 뒤척이게 되서 잠이 들지않았다.
물이라도 한잔 먹어볼까 했지만
남의 집 냉장고를 막열어보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그냥 꾹 참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는데 불이 갑자기 나가서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순간 코를 쥐어막고 앞을 봤는데
달빛에 비친 커텐 그림자 속에서 길죽하게 가느다란 손이 튀어나와 손가락을 까딱대는데 순간
소리지를뻔 했지만 아줌마가 깰까 겁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집만 벗어나면 해결될줄 알았는데
그것때문에 숙소에서도 쫒겨나고 심지어 이곳까지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게 화가났다.
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것은 계속 손짓하고 나는 도리질만 할뿐이였다.
그러자 인내의 한계가 왔는지 그것이 엄청난 기세로 튀어 나와서는
눈앞에다 그 비틀어진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질러대는데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소리였다.
엄청나게 높은 찢어지는 비명에 난 코를 막던 손을 귀로 가져갔다.
귀를 막아도 그 비명은 그대로 들려서 귀에서 피가 날 지경
갑자기 등뒤에서 뭔가가 확 날아들어 왔다.
촤악 하는 소리와 같이 팥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비명도 그것도 사라져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아줌마가 손에 든 팥 바가지를 내려놓고 나를 꼭 안아줬다.
긴장이 풀리니 눈물이 터져나왔고 나머지는 내일 얘기하자며 날 자리에 뉘여주고 돌아가셨다.
그 상황에도 잠이오긴 오더라.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악몽을 꾸었다.
지금은 그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뭔가에 쫒기는 꿈인데 쫒기는 대상은 없는데도 내가 두려워하며 달려댔다.
어떤 일들이 지나고 교회에 도착했는데
그 지하실로 내가 내려가서 의자밑에 숨어있을때
그것이 확 나타나서 내손을 끌고 가는데 그후부터는 잘기억이 안난다.
악몽에서 깨어나니 거의 한낮이 되는 시간이였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우풍이 있는지 코가시렵다.
어제 그것이 서있던 커텐을 보니 현기증이 났다.
그것이 서있던 자리는 장판이 까맣게 그을려 있는걸보고 섬뜩한게
그게 단순히 상상의 것 또는 환각 같은게 아닌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금이 팍 저렸다.
거실로 나오니 따뜻한 기운에 몸이 녹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겨울이 온것도 아닌데 코가 시려울 정도라니 이상해서 방에 다시 들어갔다.
아까 같은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냥 내 착각이겠거니생각했다.
거실엔 아줌마가 소파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자 싱긋 웃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죄인이 된거같은 기분에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는데
불편한 침묵에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신변에 관한 질문이였는데 우물쭈물하며 말을 잘 못하자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길게 쉬던 당신의 과거 얘기를 꺼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이고 삼십대 후반부터 시작한 무역사업이 잘되어서
그당시 여자로서는 엄청난 지위와 부를 가졌었는데
마흔이 되던해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혼한 남편 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당시 8살.
사업이 무너지면서 가세가 기울때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딸이 쓰러져서 혼수상태, 병명 모르고 48일후 심장 멈춤.
모든재산 백지화 되고 친정의도움으로 현재 집만 건졌다고 했다.
본인은 어렸을때부터 예감이나 꿈이 잘 맞았다고 전업주부에서 이혼후 사업을 벌렸을 때도 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마흔이 되던해 무병이라는게 왔는데
그것 때문에 사업신경도 못쓰고 계약건도 자꾸 펑크를내거나 나서 그때부터 무너졌다고 했다.
사업은 둘째치고 건강이 너무나빠 병원을 다 돌았는데도
병명이 안나오고 조금 몸이 나아지는가싶어 제자리를 잡아갈때쯤 딸이 죽어버렸다고 했다.
아이를 잃고 미친사람처럼 살았는데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계속 가슴과 머리서 타들어가
잠도 먹지도 못해서 다 죽었다고 생각했을때
친정오빠가 굿이라도 해주려고 부른무당의말로 그때처음 신병을 알게되었다고,
자기는 이미 잃을게없다며 신받는걸 계속 거부하고 지금까지 살아왔고
그 넘치는 기운을 못이겨 터미널에서 곧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루종일지켜보곤 했는데
눈앞에서 영상처럼 그려지거나 마음속 깊은울림같은걸로
그사람의 액운이나 행운을 스스로 점쳐지면 자신도 모르게 막 그사람을 붙잡고 떠들어댔다고 한다.
그래서 시비도 붙고 미친여자소리도 들었는데
욕했던 사람은 다 하나같이 1주일도 채 안되서 복채를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많은 액수를 들고 점을 더 쳐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들고온 복채는 앞서 봐준 댓가라며 천원씩만 챙겨놓고 더이상의 점은 쳐주지 않았단다.
본인은 무당이 아니라면서..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전날 있던 속옷가게 이야기를 하니
그 주인 어깨에 남자가 둘 있는데 그여자에게 온 급살을 대신맞아 죽은 남편과 정부라고...
그래서 둘이 그 여자 어깨에 머물며 좋지않은 사이이다 보니 항상 싸워대는데
그로인해 몸이 아프고 장사도 안되는거라며
절에가서 치성도 좀 드리고 이것저것 일러주고 온거라고 얘기해주더니 더 궁금한건 없냐고 물었다.
당연히 제일 궁금한거는 내 문제.
하지만 그걸 물어보면 내 이야기도 해야해서 잠시 망설였는데
그런 속을 꿰뚫기라도 하듯 나를 도울려면 자기가 알아야 할게있다며
귀신이라고 만물을 다 아는건 아니라는 농도 좀 섞어 내 기분을 편하게 해줬다.
심호흡을 크게하고 내 가정환경부터 그간 있었던일을 다 얘기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간 속앓이를 다 풀어내고 나니 가슴 한켠에 막힌 응어리가 뚫리는 느낌이였다.
내 얘기를 끝까지 듣던 아줌마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듯 아무말도 하지않고 앉아있었는데 이윽고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뗐다.
나는 조상을 모실 그릇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것들은 내 곁에 있어서도 있을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단순하게 내가 뭔가 건들이지 말아야 할 어떤것을 건들었다는 것.
부정한 것 더러운그릇을 자의든 타의든 내가 시작해버렸기 때문에 내곁에 있는것이고
그마저도 기가 탁하지 않은 자에게는 붙어있질 못하는데 나는 부정한것이 숨어들기 좋은 안식처 같은거라고 말했다.
사람은 공포를 한번 느끼면 그 공포로 인한 두려움을 낳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자연스레 그런 상황과 연관지서 무서운것으로 만들어버리기때문에
더 겁에 질려하고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것이라고,
이런상황에서 정신력을 얼마만큼 침착하게 컨트롤 할수있냐에 따라 기가 강하다 약하다라고 불리게 되는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기라는 것은 수련을 해서 강해질수 있는 것이고
기가 강한사람도 의지력이약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기가 약해질수도 있는데 아주 간단한 공식같은거라고 말이다.
덧붙여 소위 사람들이 만들어낸 귀신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상화 같은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느끼는 기준의 혐오스러움과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귀신=공포 라는 뼈대에 그 이미지를 삽입할뿐이지
본인이 느끼는 대다수의 영은 그런 괴의한 모습이 아니라고...
가끔 원한이 깊은것. 사념이 강한 것은 형체를 띄기도 하는데 아주 다양한 모습이기때문에 딱 어떤 모습이다라고 말하기가 힘들단다.
그냥 수증기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때도 있는데 그것을 왜곡시켜 형체를 내가 쉽게 인지할수 있는이미지로 바꿔내니까 그런 흉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것 같다고.
내가 공포심을 가질수록 그것은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자라날것이고 두려워 할수록 힘이 강해지고 형체를 가질수밖에 없을것이다.
그것을 쉽게 왔던곳으로 보낼수는 없지만 목적이 달성되서 돌아가는것이 아닌 인력으로 그것을 보내려면 내 스스로가 강해져야만 한다고했다.
(여기까진 기억나는 말들에 약간 살을 붙여 알아듣기 쉽게쓴것이다)
너무 어려운 말들이라 지금에서야 그 뜻을 이해하지 어린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머릿속엔 온통 내가 뭘 잘못만졌을까 하는 생각뿐이였다.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시간이 꽤 오래되버렸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아줌마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내게 대충 옷을 입으라고 했다.
그렇게 밖을 따라나서 찻길을 하나 건넜고 작은 비탈을 하나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허름한 다세대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곳이였다.
희미하게 가로등이 켜지고 어둑어둑한 곳이 밝아지고 있었는데 낡은 철문을 끼익 밀더니 2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 누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하얗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남자였는데 아무말없이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몸을 비켜줬고
나도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길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잔잔한 향 같은게 났는데 난 좀 불쾌한 냄새였다.
국민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큰이모부 장례식에서 맡던 그 향냄새.
땅콩 비린내처럼 비리면서 이상한 냄새라 어린시절 기억에도 맡기 싫어했던게 떠올랐다.
그 남자는 시종일관 아무말도 없이 묵묵하게 찻상을 펴고 방석을 깔고 이상한맛이나는 차를 내왔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이 굉장히 작아서 마치 웃고있는듯 보였는데 어찌보면 여자같기도 어림잡아 이십대 중반쯤 되보였다.
그렇게 말없이 차를 홀짝 대다가 아줌마는 인사같은것도 없이 다짜고짜 나 논산에 갔다 올테니 그동안 얘좀 돌봐줘라 하는것이다.
남자는 약간 놀란듯 했으나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여자같이 비단결같았는데 편하게 선월이라 불러라 했다.
뭔 남자 이름이 그런가 싶었는데 여잔데 남자처럼 생겼나 싶기도 해서
호칭을 오빠라고 해야하는지 언니라고 해야할지 한참 갈등하다 친해지기 전까진 그냥 선월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아줌마는 자기할말만 하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길래 엉거주춤 일어나서 뒤를 따라나섰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그집을 뒤돌아봤는데 익숙한 깃발같은게 대문에 매달려 있었다.
난 조심스레 아줌마에게 그분이 무당이냐 라고 물어보니 아줌마가 너 무당 본적있냐 하고 되물었다.
아니 처음본다 라고 하니 그럼 뭘 보고 무당이냐 다시 묻길래
대문옆에 깃발같은게 있어서 그렇다 했다. 아줌마는 빙긋 웃으며 그래 맞다. 이말만 하고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아줌마가 나에게 당분간 이집에 선월이랑 있으면서 지내라고 했다.
아줌마는 볼일이 있어서 논산으로 간다고 아마도 한달남짓 걸릴거니
그동안 선월이 밥도 챙겨주고 할거고 이상한 사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선월이 어딜가든 항상 따라다니라고 했다.
절대 개인행동은 금물이라며..무슨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꽤 소심해서 어련히 본인 스케줄이 있겠거니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줌마는 씻고 오더니 오늘은 나와 같이 자마 하며 아줌마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줬다.
아줌마는 침대가 없어서 나란히 눕게 되었는데 어색하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자리에 누워 잠을자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괜히 울컥해서 난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저 일개 중학생일 뿐이였던 내 삶이 어느날부터 이상하게 변했고
흘러흘러 모르는사람집에 동거까지하며 보살핌을 받는다는게 신기하고 믿겨지지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토록 미워하던 아빠와 친할머니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그들은 나같은건 안중에도 없겠지 하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쓸쓸했다.
슬쩍 옆을 보니 아줌마는 곤히 잠든듯 했다.
가만히 얼굴을보니 꽤 미인형이였는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서 나이보다 더 들어보였다.
낮에 들었던 그녀의 기구한 인생에 나는 묘한 동질감같은걸 느끼며
지금쯤 살아있다면 내또래쯤 됐을 아줌마의 딸도 그렇게 영이라는게 되어있을까,
아니면 억울하게 죽어서 귀신같은게 되어있을까 혹시 아줌마에게는 딸이 보이기도 할까 수많은 생각을 하다 잠이들었던거 같다.
아침이 왔고 나는 간만에 잘잤다하는 소리와 함께 힘껏 기지개를 폈다.
아줌마는 벌써 일어났는지 나만 방에 남겨져있었고 정갈하게 이부자리를 개서 놓고는 거실로 나갔다.
부산하게 뭔갈 준비하고 있었는데 옆엔 이미 가방꾸러미가 두개나 있었다.
아침인사를 하는 날 보더니 여전히 싱긋 웃는 눈인사로 대신하고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하며 주방쪽을 손가락질 했다.
주방으로 가니 간촐하게 아침상이 차려져있었는데
간만에 먹어보는 아침식사라 그런지 좀 더부룩 하긴 했어도
아줌마의 의외의 음식솜씨에 한그릇을 금세 비워내곤 설거지를 하고있는데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선월이 왔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올라가는데 마당에 개들이 나와 눈만 마주치면 사납게 짖어댔다.
선월이 지나가니 얌전해졌는데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살벌하게 짖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선월이 오자 아줌마는 챙겨논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앞에 세워진 중형차가 있었는데 그게 아줌마 차였나보다.
그녀는 재산이 없는듯 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좋은건 다 가지고 있는듯 했다.
아줌마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월 말 잘 듣고있어라 며 차에 탔고 선월은 여전히 말없이 눈인사만 할뿐이였다.
아줌마가 떠나는 걸 보니 왠지 마음이 훵한게
같이 지낸지 며칠 되지않았지만 굉장히 정이 들어버린 듯 했다.
한참을 밖에 서서 그녀가 간자리를 보고 있자니 팔을 툭툭 치기에 집으로 들어갔다.
딱히 할일이없어 무료하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틀어보고 있는데 선월이 몇살이냐 물었다.
14살이라고 하니 거기서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말수가 적고 작은 체구와 달리 행동이 느릿느릿 했는데
첫대면에도 느꼈지만 모든게 여자같이 조신하고 정갈했다.
그날은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밤이되자 나는 조금씩 불안했다.
아줌마가 없는 집은 굉장히 으스스했고 유난히 넓었다.
그리고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데에 초조해졌서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이들면 그것이지 세상인냥 활개치며 또 내 위에서 몹쓸짓을 하고 날 괴롭힐거 같았다.
아줌마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강하다 두렵지않다 자기세뇌를 했지만 몸으로 한번느낀 공포는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는다.
절대로 자지않을거라 다짐했지만 세상에 감겨오는 눈꺼풀엔 장사 없다더니 잠이 쏟아져왔다.
찌륵찌륵 귀뚜라미 소리가 자장가 같이 들렸는데 점점 그 소리가 늘어진테이프처럼 느려졌다.
쩌--르르륵..쩌------르르르륵
순간 뭔가 왔다 하는 느낌이 들자
어김없이 내 눈앞에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이 이번엔 거꾸로 서있었는데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로 거꾸로였다.
가발같은 지저분한 머리가 내 몸에 닿을듯 닿지 않았는데 서서히 내얼굴쪽으로 다가왔다..
난 가위눌림처럼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고 그걸 그냥 정면으로 볼수밖에 없었다.
입에선 겨우 신음만 흘릴수 있었는데 그건 그런 신음소리가 듣기좋은지 고개를 파르륵 떨었다.
얼굴이 점점 다가와서 내 머리위에 서자 나도모르게 눈이 위쪽으로 향했는데
그것은 위에 나는 아래로 얼굴이 일자로 마주섰다.
나는 지지않겠다는 집념으로 그것의 뻥뚫린 눈을 피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자꾸만 났다.
그것이 그런 날 보며 이상한 소리로 큭큭 거리는거 같았는데..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잡아먹을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나는 아..아 하고 입이 벌어지며 그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진후 아랫도리가 축축 해지는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였다.
깨어난 나는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피로감에 겨우 숨만 쉴정도였는데
여전히 축축한 아랫도리의 느낌에 손을 더듬으니 오줌을 싼것 같았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머릿속엔 어서 이 이불을 치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뿐이였는데 의지대로 되지않는 내 몸이 원망스러울뿐이였다.
그대로 잠이 다시 들었다깨니 오후가 다되었다.
이불과 엉덩이는 이미 말라서 내가 오줌을 싼 흔적도 없었다.
침대 매트리스가 걱정이였지만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난 그제서야 몸을 겨우 일으켜 이불을 들고 조심스레 밖을 나갔다.
거실에는 선월이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듯 했는데 깰까봐 까치발로 세탁실로 걸어갔다.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살금살금 방으로 가선 장농에서 이불을 꺼내 덮어씌우곤 아무렇지 않은척 거실로 나갔다.
선월은 어느새 깼는지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날 보더니 늦잠잤네 한마디 하곤 주방으로 가서 상을 차리더라.
말없이 마주보며 밥을 먹는데 아줌마와 달리 선월은 너무 불편해서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을로 들어가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때쯤 선월의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고
한참의 통화후 설거지를 마친 나에게 같이갈래? 라고 했다.
아줌마가 혼자있지 말라고 했던것도 기억이 나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때문에 당연히 따라가겠노라 했다.
집을 나선후 선월을 작은 동차를 타고 한참을 갔다.
그곳은 공장이 즐비한 곳이였는데 대로변 커피숖에 앞에 차를 세우곤 그곳으로 들어갔다.
난 그냥 뒤따라 갔고 그곳엔 젊은 여자가 선월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게 인사를 하던 여자는 날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눈짓을했다.
선월은 친척동생입니다 한마디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눈치껏 뒷자리에 따로 앉았는데 선월이 내몫으로 파르페를 시켜주곤 그여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안듣고 싶어도 사람귀는 항상 열려있기때문에 본의아니게 이야기를 다 듣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전부터 신월을 알던 사이 같았다.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렇다는걸 알게했다.
인근에서 술집을 하는데 다 망한 가게를 헐값에 인수해서 영업했는데
그녀가 한후로 엄청난 호황이였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서 종업원들도 많이 부렸는데 언젠가부터 장사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고,
그곳에는 숙소같은게 있었는데 거기서 숙식하는 종업원들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아서 일을 못하는날이 부지기수고
매일같이 손님이 왔는데 거짓말처럼 손님이 딱 끊겨서 공치는 날도 생기고 해서 이유를 찾아봐도 별 소득이 없었고
장사가 잘되서 그런곳에 일하는 종업원들 선불을 빌려주는데
돈이모잘라서 돈을 빌려서 마춰주었는데 일은 못하고 장사도 안되고 하니 양쪽으로 죽을맛이였나 보더라.
어느날 갑자기 안되는게 말이되냐며 아무래도 여러모로 이상한일이 많다며 선월에게 도움을 청하는거다.
얘기를 나누던 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처먹지도 못한 파르페를 두고 난 일어나야 했다.
여자는 같이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나를 뒤돌아보더니 오빠 따라다녀 재밌냐며 묻더니 잘생긴 친척오빠둬서 좋겠다 하며 꺄르륵 웃었다.
난 멋쩍게 그냥 웃어 넘겼고 그녀의 가게에 도착했다.
그곳은 지하였는데 술집이라그런지 눅눅한 술냄새와 곰팡이 냄새 같은게 배서 고약했다.
들어가자마자 선월이 한바퀴 휘 둘러보더니 뭐라고 중얼 거렸다.
난 그냥 그게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얼거림을 멈추더니 저기 하고 손짓했다.
사방이 여러 거울이 있었는데 한쪽에 꽃그림이 어지러운 벽지로 마감된 벽을 가리켰는데
여자가 달려가서 보니
이상하게 못이 벽에 박혀있는게 아니라 모서리에 박혀있다면서 이상해! 라고 소리쳤다.
나도 따라가서 보았는데 진짜 아주 작은 녹슨못이 모서리에 대충 박혀있었고
선월이 그걸 손으로 탁 치니 톡 떨어졌다.
구멍이 살짝 나있는걸 보고 그곳에 뭔가로 매꾸라고 하고는
선월은 가겠다며 나갔고 그여자는 봉투를 들고 뛰쳐나와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내려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길에 나는 무당이 그런것도 하는구나 싶었다.
티비에 나오는 무당은 작두같은데에 올라타고 무서운 화장을 하고
굿같은걸 하고 쌀같은걸 뿌리면서 점도 보고 했는데
선월은 뭔가 도사같이 멋있는 일만 하는거 같아서 신기했다.
그건 잠시의 착각이였지만..
집에 도착하니 벌써 깜깜해져서 난 또 마주쳐야할 밤의고통에 한숨이 푹 나왔다.
그런 나를 선월이 봤는지 고민있냐 물어봤지만
그런얘기는 아줌마외엔 할수가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선월은 도사님 같아서 주문 한 방에 뿅 하고 그것을 없애줄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니
아줌마도 별말없었을거란 생각에 잠시나마 의지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는 고개를 가로젓고 방으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 나는 그날밤도 그것과 씨름해야했고
그것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않기위해 고민이라도 하는듯 별 해괴한 방법으로 밤을 괴롭혔고
매번 탈진해 정신을 잃어가며 깨어나길 반복했다.
일주일이 넘어갔을 무렵 내 모습은 마치 미라마냥 피골이 상접해졌고
급기야 밥을 먹다가도 졸도하거나 씻다가 정신을 잃어서 머리가 깨지는 등 여러사건으로 심신이 많이 망가졌다.
그럼에도 선월은 내게 질문조차 하지않았고 그저 곁에 있으면서 상처 치료나 부축정도로 날 도왔다.
기본적인 끼니 챙기기나 그 큰집의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고
계속 전화가 불티나게 오는데도 내가 따라가지못하거나 오래걸리는 일같은건 거절하면서도
병원에 가자거나 약을 지어오는 일은 전혀없어서 난 그점이 아주 이상했고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점점 기억력도 없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버려 반 바보 처럼 생활을 해서
중간중간의 일이 거의 기억이 안나는데
그 날은 선월이 처음으로 내게 질문을 한날이라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가방을 뒤져 뭔가를 꺼내서 내밀었는데
작은 환약같은게 손마디 만한 통에 들어있는걸 물과 함께 주더니 먹으라했다.
무슨약인지 물었지만 그냥 몸에 좋은거니 먹어 하며 다섯 알을 손에 올려주고 난 털어넣었지.
그리고 놀랄만한 질문을 했는데
아주 태연한 말투로 그것과 대화가 가능하냐며
예전부터 당연히 알고있는 일이라는듯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길래 갑자기 짜증이나서 쏘아붙였다.
그렇게 잘알면 직접 얘기해보라고 난 대화고 뭐고 그것과 아무것도 하고싶지않고
이제는 지난밤 무슨일을 겪었는지 조차 기억안난다고 말이다.
북받혀오는 설움에 엉엉 울며 난 정말 그것이 무섭고 두렵다.
언제고 그것이 날 죽일거 같아서 잠을 잘수도 없고 스스로 죽기에는 난 아직 해보고싶은게 너무많다.
내가 왜 이런일을 겪어야 하는지도 난 많이 살진 않았지만
남을 괴롭히거나 고의로 피해준 적 없고 바퀴벌레 빼고는 재미로 뭘 죽여본적도 없다며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퍼부었다.
사실 선월에게 화풀이 할 일은 아닌데 난 그냥 화만 내고 있었다.
그러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제정신이 돌아왔는데 민망해져 버려서 살짝 선월의 눈치를 보았다.
계속 듣기만 하던 선월은 작은 눈을 치켜뜨며 할말 다 끝났으면 이젠 내가 들을 차례라고 했다.
오늘 밤 그것과 대화를 해서 그것이 비롯된 곳이 어딘지 알아야한다고.
그동안 충분히 내 양기를 먹었으니 사념덩어리 같은 온전치 못한 그릇이 형체가 잡혔을거라며
아마도 내 의식으로 대화하고자 한다면 거절하진 않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 피한다면 빙의같은걸로 육체를 얻고 이런 판타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양기만 쪽 빨려서 빈껍데기로 죽을거라고
그럼 구천을 떠돌 에너지 조차 남지않고 그냥 그게 끝이던지
아니면 아귀처럼 다른 양기를 찾아 굶주리며 배회하던지 둘중하나 고르면 된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밤이 지나야만 해줄수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질문은 하지말고 시키는데로 하라고했다.
그렇게 선월과 얘기가 끝나고 잠시 같이 외출좀 하자기에
간만에 집밖에 나가 바람도 좀 쐴겸 나갔다.
이것저것 장을 좀보고 선월의 집으로 갔는데 여전히 역한 향냄새는 그대로 였다.
선월은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질 않았는데 꽤 오래 비워둔 집 치고는 깨끗해서 신기했다.
선월이 나왔고 집이 깨끗하다하니 신당도 있고 해서 계속 방치할수 없으니
아침마다 짬을내서 손질하고 가곤했다고 난 한낮이 되서야 일어나니 몰랐을거라며
별 탈없이 자고있는지 확인하고 나갔으니 아줌마한테는 이르지마라 하며 능청스럽게 굴기에
난 맨입으로는 그럴수 없다했더니 농담도 하고 살만할가보다고해서 칫 하고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몸이 한결 가볍고 늘 짓누르던 피로도 없어서 그런지 머리가 맑고 개운한듯했다.
그런 선월도 평소와 달리 무뚝뚝하지도 않고 웃기도해서 나도 한결 마음이 편했다.
돈벌일도 못하고 그곳에갇혀 내 뒤치닥거리만 해와서
비록 아줌마의 부탁이였다해도 엄연히 내문제이기에 늘 미안했거든.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춥다며 옷도 사주고
붕어빵도 사주며 오빠같이 살뜰하게 챙겨주기에 예쁨받지못한 외동딸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배려에 내 형제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감정도 잠시 싸늘한 밤공기가 귀밑을 훑고 지나갔을때
내 삶의 제 2의 시작점이 될 오늘밤에 대한 생각이 숨이가빠오게 만들었다.
걱정되냐며 어깨에 손을 올리던 선월이 날 보며 작게 말했다.
널 지켜줄 사람들은 많다.
우리가 죽게 내버려두지않아.
코 끝으로 확 들어오는 찬기에 잠에서 살짝 깼다.
이불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으슬으슬 떨리는 추위때문에
비몽사몽으로 가늘게 눈을 떴어.
숨을 쉴때마다 입김이 날 정도로 밤공기가 너무 싸늘했다.
오늘밤은 유난히 춥구나 아직 한겨울도 아닌데 이정도로 춥다니 이번겨울은 엄청 길려나보다 하고 몸을 뒤척였는데
갑자기 침대가 으르렁 대며 떨렸다.
침대와 같이 내 몸도 떨렸는데 추위에 떠는 정도로 이정도로 흔들리나 싶어 의아하던 차에
점점 더 심해지는 진동에 놀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침대 귀퉁이모서리에 서서 빤히 바라보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어.
그것은 엷은 미소를 띄며 날 바라봤는데
언제부터 달려있던건지 그 퀭한 구멍을 대신해 윤기없는 바둑돌 같은 눈같은것이 달려있었다.
흰자조차 없는 그 새카만 눈이 마치 연옥으로 가는 문같았다.
매일 마주하는것이겠지만 도통 그 두려움은 사그러들질 않았다.
오히려 더 공포감은 가중될뿐.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억지로 입을 열었다.
왜 나여야만 하는지
어디에서 온건지..
그것은 말없이 가만히 날 내려다볼 뿐이였는데도 중압감 같은게 느껴졌고
마지막 정신줄만 겨우 잡고 있을뿐이였다.
그것은 슬며시 손을 뻗었는데 가늘고 긴 그림자가 내쪽으로 길게 늘어져왔다.
이마에 순간 찬기가 스며들더니 극심한 추위가 온몸으로 퍼졌다.
귀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점점커지는 소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난 꿈을 꾸는건지 어딘가에 홀로 서있을뿐이었고
주위를 온통 둘러보아도 컴컴한 암흑뿐이었다.
순간 달칵 하는 소리같은게 났는데
주위가 밝아지면서 보인건 예전살던 반지하 집 방안이였다.
조심스럽게 어둠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자 이상하게도 내가 나온곳은 장롱안이였다.
주방에서 달그닥 대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보았는데
믿기지 않게 그곳엔 엄마가 서있었다.
엄마 언제 돌아온거야?
나 지금까지 꿈을 꾼걸까?
혼란스러움을 잠시 뒤로하고 엄마!하고 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처럼 엄마는 설거지를 멈추지 않았고
내입에서 탄식이 나올때쯤 현관으로 내가? 걸어들어왔다.
내가...?또다른 내가 엄마에게 학교다녀왔어 오늘 점심은 뭐야?
하고 웃는데 '우리스레주 좋아하는 된장찌개' 하고 엄마가 방긋 웃었다.
방에 들어온 나는 엄마! 장롱 새거야! 라고 했는데 낯이 익는 광경이였다.
그건 엄마가 집을 나가기 두달 전쯤,
보험회사에 같이 다니던 팀장아줌마네서 얻어온 장롱이였다.
그때 엄마가 말하길 그 아줌마네 동생이 쓰던 장농인데 산지 몇달 도 안되서 돌아가셨다고.
지병이 있어서 계속 아파하셨는데 그분 남편이 이제껏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한번 못사봤다고
한탄하던 아줌마 동생에게 선물한 장롱인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보고있으면 맘아프다고 버리겠다는걸 새건데 아깝다고 엄마생각이 나서 연락해서 줬다고 했었어.
우리집엔 내가 태어날때부터 쓰던 오래된 장롱이 있었는데
아빠라는인간이 술처먹고 열받는다고 주먹으로 쾅 때려서
문이 푹 쪼개져들어간걸 스티커 붙여서 몇년째 쓰고있었거든.
나는 너무 잘됬다고 신나했는데 엄마가 그집 아줌마가 담배를 많이펴서 장농이 닦아도 닦아도 누렇다고
나보고 좀 닦아놓으라고 해서 열심히 닦아대고 차곡차곡 이불과 몇벌 안되는 옷을 예쁘게 개서 넣었다.
그 상황이 그대로 내눈앞에서 벌어졌다.
내가 겪었던 그 상황이 토시하나 안틀리고...
그래 내가 나를 보고있었다.
그게 꿈이란걸 알쯤에도 그 상황의 나는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좋은 장롱이라 서랍장에도 레일이 달려있어서 안무겁게 잘 열린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그걸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따끈한 밥상을 들고 들어온 엄마는 된장찌개에 조기를 찢어주며
토요일인데 우리 단둘이 데이트 하러갔다올까? 하곤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생생한지 난 그자리에서 너무 행복해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않았다.
난 아직 엄마품이 그리울 열네살 소녀였으니까..
스레주야!하고 날보고 밝게 웃어줬다. 엄마는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보고. .스레주야! 스레주야!!!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눈 주위는 축축했고 내눈앞엔 선월이 있었다.
한참을 깨워도 안일어나서 걱정했다며 꿀밤을 쥐어박았다.
나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엉엉 하고 아주 크게...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선월은 꿀밤 때문에 내가 우는줄알고 연거푸 사과 했다.
하지만 내 통곡의 의미는 당연히 그게 아니였다..
아 보고싶은 어머니..내 엄마!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이글을
쓰는 와중에도 너무 그립다.
엄마! 하고 한번만 불러보았으면...
나는 깨작깨작 밥알을 세고 있었다.
선월의 고집에 억지로 식탁에 앉았지만
아직도 그 감정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훌쩍거리고 있었으니까
밥을 먹는둥 마는둥 뒤적거리다 국만 두어번 떠먹곤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괜히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선월이 갈아낸 딸기를 주며 이모 모레 돌아오신다 하고 얘기를 꺼냈다.
이모라함은 아줌마를 말하는것 같아서 아 하고 짧게 대답했어.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선월이 아줌마와의 첫대면을 말했는데 아줌마의 신병을 제일 먼저 안게 선월이라고 했다.
선월은 십대에 신을 모셨는데 그 쪽에서 꽤나 명성이 있었나보다.
다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아줌마의 친정오빠가 선월을 데려왔고
신병을 고치고 집안을 세울려면 신내림을 받아라 하니
아줌마가 욕을 하며 선월을 내쫒았는데 선월은 아줌마의 고집도 고집이지만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그렇게 그집에 들락거리며 신내림을 종용하고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해보고 별수를 다 써도
아줌마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지만 잦은 왕래로 정이들었는지
친정오빠의 사례금 보다 더 많이 신경 쓰고 보살피고 하면서 지금까지 친구역활로 오래시간 지나왔다고.
아줌마가 성격은 까칠하지만 한번 인연이 된 사람은 쉽게 보지않는다며
논산에 간것도 장군 모시는 선월의 신어머니께 간거라고 그의미를 알겠냐. 내게 묻길래
난 앞서했던 말들도 이해를 못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월은 아줌마가 그토록 증오하던 신내림을 나 때문에 받으러 가셨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일이라고 왜 하필 나같은것 때문에 얼마나 안 사이라고 날위해 그분이 희생하셔야 하냐니까
그게 아줌마의 의지니 미안해할필요없다. 그저 모르는척 하라고 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 내가 당연히 거부할거니 비밀로 하라 하셨지만
선월은 내가 알고있는게 앞으로의 일에도좋을거같아 얘기했다한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난 그 많은일을 겪은것도 이런 빼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것도 어린 나에게는 견딜수 없는 시련같았다.
왠지 돌아오는 아줌마 얼굴을 똑바로 볼수없을거 같아서
하루하루가 지나 아줌마가 돌아올 날이 될때까지 신경을 너무 써서 설잠을 자야했고
그것과의 사투로도 굉장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아줌마가 돌아왔다.
보자마자 이년아 잘있었냐 하고 웃으며 볼을 잡아당기는데 어쩔수없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신내림받는라 힘들었는지 얼굴이 좀 푸석푸석해보였지만
그 세파에 찌들은 얼굴이 뭔가 매끈하고 빛이 나는게 뭔가 고통이 덜어진 느낌이라 얼굴이 더 좋아진것 같았다.
아마도 수년간 몸안의 것이 어지간히도 괴롭혔을테지. 같이 지낸동안 이상한 행동같은건 한번도 안보여줬지만
난 아줌마가 힘들어한다는걸 느꼈으니까.
아줌마는 혼자 온게 아니였다.
새하얀 백발을 쪽을지고 연한 옥색 한복을 입은 노파와 5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중년여자와 함께였다.
선월이 어머니 오셨냐며 맨발로 뛰쳐나가 짐을 받고는 팔을 끌어 집안으로 모셨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른이니 인사를 하려 앞에 가 섰는데 노파와 눈이 마주친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요동쳤다.
아줌마는 쨉도 안될정도의 중압감이였는데
눈매가 번뜩이는게 마치 호랑이 같았고 백발까지 선해서 그런지 꼭 산신 같은 느낌이랄까.
어렵사리 인사를 했는데 나같은건 하찮다는 듯이 그냥 가버렸다.
선월은 자기가 더 무안했는지 애써 웃으며 어머니가 좀 애들하고는 영 안친하셔서 하고 웃더니 귓속말로 저분이 아줌마와 자기의 신어머니라고,
장군을 몸에 담아다니신다더니 포스가 진짜 남달랐다.
중년부인은 제자라고 했는데 같이 있는동안 단 한마디도 말을 들어본적이 없어서 아마도 벙어리라 추측해본다.
아줌마는 뜬금없이 선월과 바람이나 좀 쐬고 오라고 했는데 선월은 아무 질문없이 내손을 잡고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그렇게 따라나가 다 저녁때 돌아왔는데 현관을 열자마자 역한 향냄새가..
선월에 집에 늘 가면 나던 냄새가 났다.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날보고 선월이 그랬다.
아줌마 신당때문이라고 그걸 도우려고 신어머니랑 두분 같이 오신거라고 말이다.
그말을 들으니 진짜 실감이 났다.
아줌마가 이제 무당이구나 정말 무당이 됐구나 하고..
아줌마 방에서 뭔가 시끌시끌 소리가 나더니 세분이 나오셨다.
편의상 신어머니는 장군할머니 중년여자는 제자라고 하겠다.
장군할머니와 제자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기도때문에 가봐야한다며 채비를 하셨다.
선월이 피곤한 아줌말 대신해 할머니들을 터미널까지 모셔드리기로 했다.
선월은 바로 집으로 갈거라며 짐을 챙겼고 그사이 할머니가 아줌마에게 당부같은걸 하고 있었다.
인사는 해야할것같아 현관에서 배웅 하려하니 갑자기 날 매섭게 돌아본 장군할머니는 등짝을 쎄게 쳤다.
순간 아픈느낌보다 잠시 어질하더니 컥 소리와 함께 앞으로 코꾸라졌다.
제자는 날 일으켜 부축하였고 어리벙벙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어린것이 짠하다 나머지는 너희몫이다.
하고 돌아섰다.
뭔진몰라도 배웅인사는 해야할것같아 대문까지 쫒아가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
희안하게도 개들이 날보고 짖질않았어.
그땐 그게 우연이라 생각했다.
아줌마가 물좀 달라하기에 갖다주고
소파에 앉아서는 그동안 어땠냐 묻기에 그것에게 시달린 이야기부터 꿈얘기까지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게 전부냐 혹시 꿈에서 그것을 보았냐 뭔가 미심쩍은건 없었냐 묻기에
아니라고 했더니 순간 아줌마 눈이 번뜩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피곤하니 내일얘기하자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져서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아줌마의 말을 곱씹어았지만 난 도통 뭘 놓친건지 뭐가 잘못된건지 알길이 없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은 이집에 온후 두번째로 그것에게 시달림을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어.
내방 창가에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는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날 돌아봤다.
하얗고 예쁜아이였어.
날보고 씨익 웃더니 손을 내밀어 창밖을 가리켰어.
그곳은 그집의 정원이 그대로 보였는데 어느새 그애는 그곳에 가있었다.
제일 큰나무 밑에서서는 날 향해 크게 손을 흔들더니 서서히 모습이 사라져갔어.
이상하게도 그상황이 무섭지않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였다.
그렇게 잠에서 깨니 동틀무렵이였고
이왕깬거 아침이라도 준비하자싶어 주방으로 갔다.
서툰솜씨라도 내가 받은 그 은혜, 미안함 갚을 마음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깟걸로 어림도없지만 할수있는 선에서 뭐든 도움이 되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것 같았으니까.
아줌마는 아직 안 일어난듯했다.
일어나 마실 물한잔을 들고 아침을 같이 먹고 싶은마음에 노크를했는데 인기척이없어 살짝 문을 열었다.
어두운방안 그곳을 밝히는 등과 초들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와 무구를 그녀가 진짜 무당이라는게 실감 났다.
순간 등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고 방을 엿본게 매우 불쾌했는지 혼을냈다.
그렇게 화내는 것도 처음봤지만 서운한 마음도 들어 눈물이 찔끔났다.
그래도 내잘못이니 사과드리고 식사 드시라 하곤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깐 미안했다며 요즘 예민해서 그런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신당이 있는 이유는 이제는 선월같은 무당이 된 것
친가쪽의 조상신을 모시는 만신이된것
삼산돌기?(라고했던가 부모님쪽뿌리 본인 뿌리의 고향을 찾아 조상을받고 뭐 그런거라는데 잘 기억이안남)며 내림까지 하는데 며칠이 걸렸고
나머지는 장군할머니께 신령님 모시는 방법등 무속인으로써의 자세를 배우고
산에들어가 기도하고 뭐 그런것을 하느라 이십여일 걸렸다며
집에 돌아오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고
나에게 얘기할 준비가 안되있는 상황에서 내가 몰래 엿본게 좀 당황스럽다 보니 화를 낸거같다며 오히려 사과했다.
그런 그녀를 보니 더 미안해졌어.
다 알고있었지만 본인입으로 나에게 그말을 하는게 더 가슴아팠다.
난 조심스레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어째서 갑자기 내림을 받으신건지 그이유 알아도 되겠냐고 말이야.
아줌마는 잠시 놀란것같더니 다알고있었냐는 표정으로 숨김없이 얘기해주마 했다.
나를 만나기 며칠전 꿈을 꿨는데 작은 나비가 하나 집으로 날아들더란다.
나비는 날개가 반쯤 꺾여서 버둥대며 아줌마 발 앞으로 떨어지길래,
조심스럽게 들어 손바닥에 올려놨더니 금새 날개가 펴지며 날아가더라고.
나비가 가는걸 한참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토록 보고싶어도 단한번도 꿈에
나오지 않던 죽은 딸이 앞에 서 있었대.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길래 너무 기뻐 안아보려 하니 사라졌고
잠에서 깼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고 며칠후 뭐에 끌리듯 목욕탕에갔고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된거라고.
처음엔 내 모습을 얼핏 보고는 그녀처럼 기구한운명인지 알았는데
전혀 영에 밝은 타입이 아닌데다 그것의기세 가 굉장해서 분명 원혼귀라 생각했는데
몸안의 울림도 같은 생각이였는지 쉴새없이 곧죽겠다 라고 되뇌였다고..
기도 굉장히 약해서 거의 그것의 아우라로 덮여있어 한눈에봐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였는데도
생각보다 내 경계가 심해서 어짜피 필연이면 분명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에 보냈는데
몇시간도 채 되지않아 만나는거보니 니가 나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
내가 생각보다 순순히 따라와줘서 어찌 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그녀도 앞으로 어째야할지 난감했다고..
그리고 그날밤 꿈에 딸이 나와서는 우는 그녀를 가만히 보더니 자기가 죽은건 명이 다해서간거니 그만 슬퍼하라며 달래더란다..
억울하게 요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한 모습에
계속 슬퍼하고 힘들어해서 딸이 극락왕생 하지 못했던거 같아 이제 그만 힘들겠다 다짐했단다.
딸은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응원했고
주먹쥔 손으로 뭔갈 건내주었는데 그때의 나비였다고.
엄마가 지켜줘야해 그래야 우리의 업이 풀리는거야 라는 말을남기곤 잠에서 깼다고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습한기운과 악취같은게 나서 헐레벌떡 내 방으로 달려왔는데
나는 몸이 얼어붙어있었고 그것이 모습을 본순간 내몸에서 분리되서 나온모습은
엄청나게 큰 머리카락 뭉치처럼 생긴 원귀 였는데
(내가 보았던 모습하고는 아주 틀려서 이상했는데 앞서 아줌마가 해줬던말들을 생각해보니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
꽤나 양기를 먹어서 그런지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모습이 갖춰지진 않아 적당히 쫒을수는 있었다고.
하지만 임시방편 일 뿐이고 정식으로 제를 지내거나 구 명시식 이라는걸 하기에는 그녀가 역부족이여서
제대로 만신이 되질 않으면 도울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할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딸의 의지가 한몫 한거지.
내가 불쌍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아니니 부담갖거나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딸의 말처럼 얽힌 업을 풀기위해서니까..
순간 내 머릿속은 스친건 지난밤 꿈에 나온 하얗고 여리여리한 소녀의 모습이였다.
아줌마에게 꿈애기를 하며 혹시 딸의 모습이 이러이러하냐 하니 거의 흡사하다고 했다.
살아생전에도 많이먹여도 살이 안찌고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이여서 불면 날아갈까 화초처럼 키웠다고.
항상 하얗고 매끈한 얼굴로 엄마-하고 뛰어와 안기곤 했는데 한팔에 쏘옥 들어올정도 였다고 하는 그녀의 두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아줌마의 딸이 어째서 인지 모르지만 날 도와준다고 하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그땐 아줌마의 말도 다 이해하지못했었고 이런상황들이 신기하고
내가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느낌에 잠시 넋이 나가있었던것 같다.
도대체 그 업이란게 무엇인지지금도 나는 모른다.
전혀 연고도 없는 사람들끼리 인연과 필연이라는걸로 얽혀사는것도 신기할뿐이고.
정오가 다됬고 선월이 왔다.
그녀와 나는 얘기를 나눈후로 묘하게 더 돈독해졌고
선월은 비상한 눈치로 우리의 얘기가 오갔다는걸 알고있는다는 듯 싸인을 보냈다.
아줌마는 신당관리로 분주했지만 절대 나에게 심부름이나 도움을 청하지않았기에
선월과 나는 방해될까 싶어 장이라도 볼겸 외출했다.
가는길에 지난밤 그것을 못보고 아줌마의 딸에 관한 꿈을 꿨다 얘기하니 장군할머니의 도움이 크다 라고 했다.
그 할머니의 호령 한마(디면 왠만한 영가는 벌벌떨정도로 무서운 장군님을 모시는데
이름이 뭐라했는데 어려워서 까먹었다)
잔챙이들은 위협한번으로도 떨어져나가는데 나같은경우는 의식없이는 없어지지 않기때문에
도움줄수있는건 아줌마와 내가 준비될때까지 힘을 빼놓는것 뿐이라고. 아마 며칠은 잠 잘 잘거라며 웃었다.
지금도 그때도 무속이라는것은 이해가 도통 되질않는 어려운것이다. 역시 그속까지 알려면 직접 무속인이 되는 수밖에.
선월과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 .
마침 선월의 집에 가던 그 술집언니였지.
한참 선월과 얘기를 하더니 자그만 보따리를 주고 돌아가길래 무슨일이냐 물었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가게 다시 잘된다고 ..
한군데 더 확장해서 떡이랑 음식한거 주려고 왔다고 하더라.
선월은 내 생각보다 더 영험한거 같았어..
그나저나 그 언니는 뭐하러 이먼곳까지 왔을까 생각했는데 아마도 선월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몇번못봤지만 하는행동이며 말투며 그런곳에서 일을 하니 그럴수도 있다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이라는게 있으니까.
그걸 얘기했더니 선월이 펄쩍 뛰며 그런소리하지말라고 총총걸음으로 가버리더라.
궁금해졌어 선월의 과거 그리고 현재 그 박수무당의 삶이..
그에게 물었어
선월! 무속인의 삶이란어떤거야?
느린걸음으로 걷더니 그는 얘기했어.
'그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다만 벼랑끝까지 몰려서 더이상 견딜 수가 없을때 죽는것 과 바꾼삶이랄까.
죽기 아니면 신내림 둘중 하나였으니까.
나만 아프면 되는데.. 내가 꼼짝하지않으면 내 주위사람들이 다쳐.
그렇게 동요를 이끌어내는거야 굴복할수있도록'
난 좀 부끄러워졌어. 난 이렇게 아줌마와 딸 선월 등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고있는데도
그것과 마주칠때면 고통이 끝날수있게 죽게해달라 기도했는데
선월은 그 어린 나이에 도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친어머니가 직접 장군할머니에게
보낼정도였으니 그 상처가 이루말할수 있었을까, 나같은건 감히 말도 꺼낼수 없을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선월은 그때의 선택에 더이상 후회는 없다며 지금은 예쁜 선녀님과 같이 사니 더 좋다고했어.
선월에게 여자친구는 없었냐니까 무속인은 평생 혼자 살아야해.
일종의 계약 같은거거든
내가 신령님과 쭉 같이살기로 했으니까 바람피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무당인데도 행실이 천하고 기도도 주기적으로 드리지않으면 영이 탁해져서
무당의 제 구실을 못하고 몸도 마음도 망가지게 된다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무당이 많이 없는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영이탁해 제대로 볼줄도 모르면서
나처럼 원귀나 잡귀같은게 붙은 사람에게 구명의식을 해야함에도
신령으로 둔갑시켜 내림굿을 종용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내림굿도 아니고
상차림만해서 북만 두드리니 온천지 잡귀가 다 붙어서 또 다른 선무당을 만들어내니
신어매도 제자도 다 하나같이 돈에 눈먼 사이비가 되는거라며 열변을 토했어.
그런 얘기를 쭉 듣다보니 좀 무서워졌다.
내가 만약 계속 우리집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목사님의 안수기도 같은걸로 사탄을 내쫒는다며 어디산속에서 감금당하거나
(할머니의 교회에서 그런일이있었다)
아님 아줌마와 선월처럼 좋은사람들을 못만나게되서 선무당이 됬거나...
선월이 그런 내마음을 읽었는지 우린 전생에 분명 인연이였을거야.
내가 분명 선월과 아줌마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을거라고.
그걸 갚기위해 억겁의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야.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설명할수없는 말도 안되는일들이니 그 말이 일리도 있다고 생각됐어.
선월에게 그럼 내 인생도 점쳐줄수 있냐고 물었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넌 아직 어리니까 그럴필요없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말야 돈 많아? 내 복채는 비싼데 하길래 내가 돈이어딨어!하니
그럼 더더욱 안되겠네~하고 농을 치더니 깔깔 웃으면서 집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그래 맞아. 선월 난 앞으로 어떻게될까? 평범한 학생으로 다시돌아갈수 있을까?
집에오니 아줌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있었어.
통화가 끝나고 우릴 불러 앉혀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우선은 내 얘기를 시작했다.
난 한번더 그것과 만나야하는데 거기서 얻은 결과로 구명의식날짜를 정할거라고.
아줌마의 의견으로는 그 장농이 문제라고 했다.
요절해 죽은 이의 물건을 아무런조치도 없이 가져오면 그 물건에
붙어있는 영가도 따라오는데 아마도 엄마가 큰 실수를 한것같다고.
내생각에도 엄마는 크리스찬이다보니 미신같은거엔 콧방귀도 안뀌었다.
당연히 조치같은건 안봐도 비디오겠지.
그런데 문제는 엄마도 아닌 나에게 붙었다는거고 교회에서 있던 일 전에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것도 이상하다고 말야.
그러니 그 원인을 알면 도움이 많이 될테니 힘들더라도 한번더 시도해보자고 했어.
당분간은 장군할머니 덕에 세력이 좀 약해졌으니 빠른 시일내에 끝내야한다고
나도 체력을 좀 키워놔야 그것과 싸우는것도 앞으로의 의식에 버틸수도 있을거라며 말했어.
그리곤 선월에게 몇장의 부적을 건냈다.
내방만 빼고 여기저기 부적을 붙였는데 그것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걸 막기위함이라고.
가뜩이나 아줌마의 신령님이 그것 때문에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
의식 치루기도 전에 그것과 싸움이 나서 꽁꽁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장기전이 될거같아서 붙이는거라했다.
내가 아는건 그것도 다 알게되는거니 몰래 일을 처리해야하지만
어짜피 장군할머니덕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서 약이 바짝 올라있을테니 조만간 모습을 들어낼거라고도 말했다.
어짜피 난 들어도 잘 모르니 그냥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됬고 그것과 만나야하는게 두렵고 떨렸지만 전처럼 나약한 마음은 들지않았다.
내주위엔 날 지켜주는 두분 아니 셋이 있으니까 말이다.
며칠이 지난 밤이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감기기운이 들어서 골골거렸더니 선월이 약을 사다주고 갔어.
잘 채비를 하고 약을 먹고 잤는데 잠깐 잤을까 너무 추워서 약기운이 든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는데
내 머리맡에 그게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는데 약때문인지 몸에 힘이 안들어가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것이 머리를 쓰다듬는데 머리가 마구 울렸고 앙상한 손이 팔을 스치니 팔이 쪼개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온몸 구석구석을 터치하며 고통을 줬는데 겨우 떨어지는 입으로 외쳤어.
난 니가 두렵지않아. 어떻게든 니가 온곳으로 돌아가게 만들겠다 라고 악을 썼어.
그것이 조금씩 동요하는게 느껴졌어. 갑자기 그것이 내얼굴에 그 더러운얼굴을 비벼대며 가래 끓는듯한 저음으로 얘기했어.
내 이름을 찾아줘.. 그리고 불러줘..
그럼 니가 가장 필요한걸 돌려줄게..
온몸에 소름이 돋고 그것이 얼굴을 부빌때마다 얼굴에 뭐가 기어가는듯했다. 악취는 말할것도 없었고..
그것의 얼굴이 뚝뚝 떨어지며 내 얼굴에서 떨어졌는데 너무나도 끔찍했어.
빌어먹게도 터져나오는 눈물때문에 내가 두려워한다는걸 들켜버렸다..
그것이 킬킬 대고 웃더니 다시 얼굴을 들이대고 귀에속삭였다.
쭈그렁 할미가 원하는게 내 본모습이니 보여주마.그대로 전해줘라.
너로 비롯되었으니 너와 같이가겠다고.
눈앞에서 엄청난 속도의 주마등이 지나갔다. 마치 영화필름을 돌리듯이.
굉장히 빠른 속도의 영상이였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머리에 쏙쏙들어오는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도 일일히 다 기억난다.
(내가 본것은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 무성영화같았는데 읽기좋게 풀이해서 쓸게)
그곳엔 내가 있고 그것이 있고 또다른 내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내 삶이 아니였는데
다른사람의 삶인데도 마치 내가 겪은일마냥 머릿속에 박히더라.
우린 단란한 세식구였어. 남편과 나 다큰 아들하나.
생일이였는지 케잌에 불을 껐고 아들이 선물을 내밀었다.
작은 선물상자에서 꺼낸건 열쇠고리였는데 아주 낯익은 거였어.
난 아주 행복하게 웃었어. 순간 원래의 난 뭔가 깨달았지.
내가 놓친게 무언지 뭘 잘못했는지, 어째서 그것이 나에게 온것인지
갑자기 그것이 소름끼치게 웃었다.
내가 깨달았다는거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듯이 그 문드러진 입으로 크게 웃으며 얘기했어.
'내 이름을!!!!!!!!!!!'
난 뭐에 홀린듯 이름을 얘기했어.
'박순자' (이름은 가명임)
순간 몸이 붕뜨는 느낌이였는데 그뒤론 기억이 안나고 깨어났다.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거실에 발을 딛자 마자 구역질이 확 나더니 오바이트를 했어.
너무 놀라서 벙쪄있다가 치워야겠어서 휴지를 가지러 탁자로 가는 한걸음에 또 머리가 빙빙돌면서 구역질이 나는데
한발자국도 못움직이겠드라.
결국은 방문에 기대서 겨우 앉아있는데 아줌마가 나와서 내 몰골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셨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디는게야!'
라고 소리를쳤는데 마치 노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서의 기억은 없다.
내가 눈을 떴을땐 선월과 아줌마가걱정스러운 얼굴도 보고있었는데 일어나니 두통도 엄청심하고 온몸이 다 아파서
마치 심하게 급체한 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내 몸상태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선월이 지난밤 일을 다급하게 물었어.
어쨋든 난 그일을 기억나는 선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선월이 그 이름이 누구의 이름이냐 묻길래.
사실 그이름의 주인공은 모르는데 그꿈에서 나온 그여자의 이름 같다고
그것이 이름을 부르라길래 정말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다니까 선월은 정색한 표정이였고 아줌마는 한숨을 푹쉬었어.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한걸까생각했는데 그럼 그 열쇠고리는 뭔지 묻길래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엄미가 나간후 남겨진 옷가지의 체취로 엄마를 대신했어. 아직까진 냄새가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다 그모습을 아빠한테 들켰는데 집나간 엄마를 욕하면서 주정을 부리길래
너무 화가 나서 엄마가 나간건 다 아빠가 남긴 빚때문이라고 대들었다가 기절할때까지 벨트로 맞았어.
맞다 깨길 반복했는데 다 불태운다고 난리를 피더니 옷을 가지고 나가버리더라.
장롱에 남은건 옷걸이 뿐이였어. 화가나서 서럽게 울다가 혹시라도 남은게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뒤지던중에
장롱 맨밑 작은서랍장안에 검은 벨벳원단으로 돌돌말린 작은걸 발견했는데 그걸열어보니 열쇠고리가 있었고 꿈에서 본 그거였다.
달걀모양 공에 작은보석알갱이들이 색색으로 박혀있는 장신구였는데 난 당연히 엄마의 것이라 생각했고 매일 가지고 다녔다.
집에놔두면 아빠가 또 버릴것도같고 예쁜게 맘에 쏙들어서 지갑에 매달고 다녔는데 지갑을 안가지고 다니는 날이 많아서
열쇠에다 같이 매달아서 벨트고리째 매고 다녔거든 .
교회안채에서 깨어난후 학교를 갔는데 장신구만 쏙빠진채 고리만 달랑대고 있어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그것을 보기전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던게 기억이나서 교회에 며칠 머무는동안 이리저리 묻고 찾았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는 청년부언니가 지하실에서 장신구를 보았고 다 깨져버려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길래
처음엔 엄마라도 잃은냥 슬퍼했다가 장신구에 큰의미 부여해서 가뜩이라 피곤한 삶 스스로 더힘들게 만들지 말자싶어 그동안 잊고있었다.
근데 그게 꿈에 나온걸보면 엄마의것이 아닌것 같다 라고 쭉 얘기했더니 아줌마가 혀를 끌끌차며 이제알겠다는듯이 얘기했다.
그 장신구의 주인이 그 꿈의 여자.
즉 박순자의것이고 아마도 장롱의 원주인 요절한 그 여자이자 그 것인것같다고 얘기했어.
요절한 영가는 이승의 남긴것에 대한 애착이커서 미련때문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머물던곳이 다른곳에 가버려 객귀가 되버리니 얼떨떨했을텐데 소중한것까지 왠놈이 가져가버리고 깨버렸으니
화가 났을법도 한데 마침 그 장본인인 내가 허약체질에 그맘때 밥도 잘 못먹고 방황하고다녀서
기가 쇄할데로 쇄해있으니 들러붙기 딱좋았을거라고.
그말을 듣고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어.
가만히 듣던 선월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름을 짓거나 불러줄다는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는일이라고.
그럼 단순히 붙어있는것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하겠다는 의사표시기때문에
내몸이 그것이 아주 씌이는걸 허락하는 일이 되버린거라 일이 아주 어렵게 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