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환각을 본 썰(안무서움, 쓸 데없이 길어진 서두문주의)
모태신앙으로 성당유치원을 다니고 학창시절 친구따라 교회가며 군입대까지 신앙생활하던 내가 마주한 군대는 성경교리로 기능하던 세상과 너무나 달랐다.
09년도6월군번… 먼저 견뎌내온 선배님들의 실미도급 군생활도 아닌, 그렇다고 하하호호 꽃동산 군생활은 더더욱 아닌 부조리와 악폐습, 구타가 어느정도 존재했던 군번이었다.
근무한 부대는 105mm곡사포의 독립포대였는데 1개중대급규모가 대대와 떨어져 외딴 섬처럼 되어있는 곳이었다. 간부들이 퇴근하고 출근하기까지 당직사관 한 명을 제외하면 병사들만 있는, 사관 눈을 피해 병사들의 상상가능한 모든일이 기능하던 곳이었다.
나름 혹독한 짬찌생활을 하면서 잠식되며 망가지던 나의 가치관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군특성상 군기를 위해 이런 것이라 방어기제를 되뇌이며 버티던 나에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는 교회를 가려면 하이바를 쓰고 포차를 탑승해 갔었고, 근방에 도착하면 선임들의 하이바들을 받아 포개어 들고 걸어갔었다. 평소처럼 도착하고 하이바를 받고있던 나는 하이바 하나를 두돈반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평소라면 죄송하다 말하고 얼른 주워 흙을 털어내 다시 들고가면 끝날 별일 아닌 일이었지만 그 날은 조금 달랐다.
그 전날 비가와서 두돈반 바닥은 흙탕물이었기에 얼룩이 진다는 점, 그 하이바의 주인은 상꺾실세 이상부터 할 수 있는 전투모쓰고 하이바쓰기를 한 상태라 하이바를 건네주면서 끼어있는 모자를 꺼내려다 떨어졌단 점이었다. 내 심장과같이 몸도 철렁 내려앉아 바로 주웠으나 이미 다 뒤집어쓴 흙탕물은 내 미래도 얼룩지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털어지지 않는 흙탕물을 손으로 탈탈 쳐내고 선임에게 죄송합니다 말씀드리려 했으나 죄송까지 나오던 대가리는 외부에서 날아온 물리력으로 합니다를 못하고 돌아갔다. 내 폐급짓의 희생양이었던 군종병 정상병이 순간적인 화로 인해 손바닥으로 뺨을 걷어올렸고,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돌아보더니 목격한 간부가 없음을 인지하고서 내게 부대복귀하고 보자는 짧은말을 남겼다.
그리고 시작한 종교행사. 나는 하나님께 내 죄를 빌고 이 사건이 원만하게 끝나길 빌었다. 그 선임은 앞에서 다른 포대 군종병들과 목사님을 도와 웃으며 찬양을 진행하고 있기에 부대복귀하면 몇마디 이야기를 들으며 끝날지도 모른단 희망을 품고서 부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부대복귀하고 목관물대에 장구류를 놓자마자 정상병은 1번포상으로 가자 말하고 나를 데려갔다. 1번포상은 막사에서 제일 먼 포상으로 그 안에서 그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끌려가 활동복 바깥을 제외한 옷으로 감춰진 모든 곳에 주먹질과 정강이 조인트를 맞고 복귀했다. 날 깔쌈하게 줘패고 종교행사안간 다른 선임들에게 썰 풀 생각에 기분이 풀린 군종병과 같이 돌아가는 길에 회색빛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하나님은 이 일을 어떻게 보고계실까. 이게 맞는건가, 계신다면 이런일이 일어나게 그저 방관하는게 말이 되나, 이게 시련이라면 이런 어줍짢고 하찮으며 추접한 방식의 시련을 내리는게 정상적인건가.. 난 그날 이후로 종교를 버렸고 본 적없는 사후세계 귀신같은 것도 안믿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부사관을 지원해 기갑부대에 근무하게 된 나는 어느날 환각을 보게 되었다. 평소처럼 일과 이후 저녁 점호하기 전에 막사를 한바퀴 순회하며 특이사항이 있는지 확인도중이었다. 인원 두 명이 내 앞 몇걸음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다 p.x로 들어가기에 나도 지나가는 김에 담배나 사가자 생각하며 문을 열려니 문이 잠겨있었다. 순간 이상함을 느낀 나는 맞은편에서 걸어와 지나쳤던 다른 병사들에게 내 앞에 병사들 p.x들어가지 않았냐 물어보니 그런 인원은 못봤다는 말이 내 등뒤의 소름과 함께 왔다. 문에 노크를 하고서 기다리니 p.x병이 청소하다 잠긴 문을 열고 나왔다. 병사에게 미안한데 잠시 담배 좀 사러왔다하고 결제하는 중에 지나가는 말투로 방금 청소할 때 병사 두 명 들어온 적 없냐고 물어보니 청소하던 몇 분동안 중사님 말고 아무도 온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정반에 들어와 생각했다. 그 병사 두 명은 누구였을까. 분명 둘이서 뭔가 말하던 것도 생생히 들었고 그들의 별다를 것 없는 외관을 보았는데 그게 허깨비 환청이란 거였을까..
그 이후 지금까지 몇년이 지났지만 환청이나 환각을 다시 경험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이나 사후세계, 귀신같은 비지각적인 것은 없단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본건 일과 이후에 피곤했던 내가 잠깐 지나치던 병사무리를 보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덕분에 아직까지 보지 못한 것 뿐, 혹시 있을지 모를 알 수 없는 존재에대한 무서움이 그 별 것없이 평범했던 그 두 명으로 인해 많이 희석되었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