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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엘과 시사라,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캔버스에 유화, 1620

우기98
23.10.21
·
조회 621
출처 : 본인

나치 독일로부터 도망쳐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인 미술사학자 에르윈 파노프스키는 미술 작품을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을 [모자를 들어올리는 신사]의 이미지에 빗대어 설명했어요.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합니다. 중년의 백인 남성이 쓰고 있던 중절모를 손으로 살짝 들어올리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일련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모자를 들어올리는 제스쳐는 중세의 기사들이 투구를 들어올려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며 적의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던 관습으로부터 유래한 인사법입니다. 저 사람은 지금 제게 인사하고 있군요!

 

마지막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 봅시다. 저런 종류의 인사법은 세월이 흐르며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죠. 저 사람은 제게 웃음을 주려 일부러 장난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네요.

 

아래 그림을 보고, 위에서 이야기한 3단계 분석을 바로 적용해 봅시다.

무엇이 보이나요?

땅바닥에 한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습니다. 입고 있는 제복과 발치에 널부러져 있는 칼을 보아하니 군인인 것 같아요. 오른쪽에는 여자 한 명이 보이는데, 한 손으로는 남자의 머리에 정을 대고 다른 손으로는 망치를 들어 금방이라도 내려칠 기세입니다. 두 사람의 뒤에는 기둥 하나가 보이는데, 그 위에는 라틴어로 ARTEMITIA LOMI FACIBAT MDCXX 라고 적혀 있어요. “아르테미시아 로미가 1620년에 이걸 만들었다” 라는 뜻입니다. 

 

이 장면은 무엇을 나타내고 있나요?

그림의 제목은 [야엘과 시사라] 입니다. 이 둘은 구약성경의 판관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인데,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또다시 눈에 거슬리는 악행을 일삼자 하느님은 가나안 땅의 왕 야빈과 그의 장군 시사라의 손에 그들을 팔아넘겨 스무 해 동안 고통받게 만들었어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잘못을 뉘우치며 도움을 청하자 하느님은 시사라의 군대를 와해시켜 그들을 구합니다. 난리 도중 시사라는 제 한 몸만 빼내어 도망치다 모세의 자손 헤베르의 아내 야엘의 천막으로 숨어드는데, 야엘은 우유와 모포를 내어주며 그를 안심시켜 잠들게 한 뒤 천막 고정용 말뚝으로 시사라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 죽여버립니다.

 

화가가 이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로마에서 여섯 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어요. 그녀는 열두 살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고 화가였던 아버지 오라찌오의 일을 도우며 그림을 배웠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반종교개혁의 여파로 성당 보수나 재건축과 같은 일거리가 넘쳐났었거든요. 딸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챈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같이 일하게 된 스타 미술가 아고스티노 타씨에게 딸의 과외를 부탁했는데, 이는 커다란 실수였음이 곧 드러납니다. 아고스티노는 당시 트롱프뢰유 화가들 중 제일가는 실력자였지만 인성이 글러먹었기로 유명했는데, 허구한 날 크고 작은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차례 살인교사와 같은 강력범죄도 저지른 이력이 있는 쓰레기였어요. 그는 아르테미시아에게 몇 번이고 같이 관계를 가지자고 집적거렸지만 전부 거절당하자 오라찌오가 없는 틈을 타 그녀를 강간합니다.

 

이후 아고스티노는 아르테미시아와 결혼해 서로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오라찌오를 구슬렸지만, 얼마 안 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이제 와서 격분한 오라찌오는 교황 바오로 5세에게 고발장을 보내 사건을 공론화합니다. 재판 끝에 아고스티노는 “꽃을 꺾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내려진 형벌은 약간의 벌금이 전부였어요. 그에게는 5년 동안 옥살이를 할 것인지, 아니면 로마를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는데, 영구 추방형을 선택해 놓고는 죽을 때까지 로마를 떠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그의 고객들, 소위 빽들이 그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덕이었죠. 아르테미시아는 비록 법정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아고스티노가 매수한 증인들로 인해 자신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문의 이름도 더럽혀졌다는 사실에 괴로워했어요. 한동안 로마 시내에는 그녀를 음탕한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노래가 나돌아다니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로마를 도망치듯 떠나 피렌체로 향하는데, 그곳에 사는 삼촌 아우렐리오의 소개로 코시모 2세의 눈에 들게 되고 빵빵한 후원을 받으며 재능을 꽃피우게 됩니다. 

 

그림을 다시 볼까요? 야엘은 적장을 죽여 민족을 구했어요. 여인의 몸으로 뭇 남성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죠. 당시 여성 화가들은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 격차에도 시달렸는데, 어렵게 아카데미에 입학해도 중요한 수업은 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남성 누드나 해부학 등). 아르테미시아는 그러나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성공했어요. 자신의 재능, 그림을 통해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워 이긴 거에요. 

댓글
우기98 글쓴이
23.10.21
1단계에서는 순수한 개인의 경험이 분석의 깊이를 좌우합니다.
2단계에서는 기록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에 쓰여진 책이나 편지와 같은 기록물에서 정보를 얻어내야 하죠 (여기선 성경이었네요).
3단계에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당시의 시대상, 작가의 삶, 지리적 특징과 정치적 상황까지 줄줄 꿰고 있어야 정확한 분석을 내릴 수 있어요. 오직 끝없는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저희 교수님이.......
침하와와
23.10.21
예술의 이유 채널 보는 것 같습니다 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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