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이 쳤던 장난들
1 )웨이트리스(접객원)에게 팁을 줄 때 파인만은 물잔에 물을 가득 채운 뒤 그 안에 동전을 넣고 카드로 물잔을 막고 나서 물잔을 뒤집어 테이블에 세운 뒤 카드를 빼냈다. 팁을 얻기 위해서는 물잔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막상 물잔을 들면 물이 쏟아져 나오니 접객원은 매우 화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물잔을 2개나 준비했는데 그 이유가 하나만 있으면 물이 쏟아지고 끝이지만 2개라면 한 번 당한 뒤 고민할 거라는 것이다. 이에 화난 웨이트리스가 다음 날 따지자, 파인만은 "나 같으면 물바가지를 준비한 후 책상을 기울여 조금씩 조금씩 컵을 움직이고 쏟아지는 물은 물바가지에 받겠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날도 똑같이 뒤집은 컵에 팁이 들어있는 것을 본 웨이트리스는 파인만이 조언한 대로 했지만, 이번에는 빈 컵이었다. 결국 다음 번에 파인만이 그 식당에 갔더니 담당 웨이트리스트가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2 ) MIT 학부생 시절, 수학 스터디 동아리의 '문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과 매번 조금의 소음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부원들의 예민함이 짜증났던 파인만은 아예 그 문을 떼서 숨겨버렸다. 이에 동아리 모임이 소집되었고, 이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모두가 심각한 회의를 진행했다. 다들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에서 파인만 차례가 되자 "당신은 충분히 똑똑하고 지적으로 우월합니다. 자, 우리가 인정했으니 이제 문을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연히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에 동아리 회장은 한 명 한 명에게 '네가 문을 훔쳐갔나?'라고 묻기 시작했다.
회장: 앨런, 네가 문을 훔쳐갔나?
앨런: 아니요, 저는 문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회장: 조지, 네가 문을 훔쳐갔나?
조지: 아니요, 저는 문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회장: 리처드, 네가 문을 훔쳐갔나?
파인만: 네, 회장님. 제가 문을 훔쳐갔습니다.
회장: 장난치지 마, 리처드! 상황 파악 좀 해. 그럼 다음은... 마이클, 네가 문을......
나중에 진짜 파인만이 문을 훔쳐갔다는 걸 알게 된 부원들이 파인만을 향해 "넌 거짓말을 했다."라고 따졌지만, 파인만은 "난 진실을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단지 자신은 대부분 진실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을 때 진실을 말한다고 했다.
3 ) 로스 앨러모스에서 맨허튼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도 이런 장난은 계속되었다. 동료 물리학자의 자료가 필요해 방에 들렀는데 친구가 없는 걸 보자 간단히 자물쇠 번호를 유추해 열어[30] 서류를 꺼냈다. 하지만 그대로 나오기 아쉬웠던 그는 살짝 장난을 쳤는데, 첫 번째 서랍부터 세 번째 서랍까지 차례대로 '이것도 다른 것만큼 열기 쉽군 - 현명한 사람', '서류 빌려간다 - 금고털이 파인만'[31], '번호가 다 똑같으면, 다른 것도 열기 쉽다 - 같은 사람'이라는 세 장의 메시지를 넣어 두었다.
이윽고 친구가 도착하자 파인만은 친구의 놀라는 얼굴이 보고 싶어 같이 방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그가 세 번째 서랍부터 열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메시지를 본 친구는 산업 스파이에게 서류를 도둑맞은 줄 알고 기겁했다. 파인만은 이때를 "사람이 놀라면 진짜 얼굴이 초록색으로 변했다가 회색빛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회고했다.[32] 그 다음에 연 건 또 첫 번째 서랍. 친구는 진짜로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고, 두 번째 서랍을 열기 전에 파인만은 재빨리 복도로 빠져나왔다. 진짜 진지하게 맞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다행히 친구는 두 번째 서랍을 연 후, 분노보다 안도감이 더 커서 그냥 얼싸안고 말았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 이후로 시설 내 보안이 개선되었다.[33] 자물쇠를 푼 걸 보여줌으로써 보안을 높이도록 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으나 이 양반이 장난끼가 워낙 많아 진위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