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도시' 에리두의 현재 모습

[에리두의 상상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도시중에는 에리두(Eridu)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일명 ‘세계 최초의 도시’라는 칭호로 유명한데 고고학적으론 훨씬 오래된 도시인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가 있지만 이 에리두는 신화상에서 지혜의 신 엔키(에아)가 만든 최초의 도시라 전해지기 때문이죠.

이 신화가 생길 만큼 수메르 문명 시대의 에리두는 최초의 도시이자 가장 번성한 도시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에리두는 길가메쉬로 유명한 우루크(Uruk)와 또 다른 메소포타미아의 대표적인 도시 우르(Ur)의 이웃 도시이기도 한데 한때 에리두는 당시 정치적, 종교적 거점의 역할을 하면서 무역과 기름진 토지로 인해 농사도 풍년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죠.

하지만 오늘날의 에리두는 기반만이 간신히 남고 사람들도 떠나 폐허가 된지 오래입니다. 에리두가 몰락한 이유에 대해선 전쟁, 정치적 상황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강조되는 키워드는 ‘기후변화’와 ‘관개농업’입니다.

기원전 1000년경부터 동지중해 일대가 기존의 온난다습한 환경에서 건조한 기후로 변하기 시작하고 강의 흐름도 바뀌며 에리두의 핵심이었던 수운 무역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수천년간 이어진 관개농업으로 인해 메소포타미아의 토지들에 염도가 축적되며 흉년이 일어나고 땅이 사막화되며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결과 에리두는 ‘세계 최초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못하게 현재는 황량한 사막속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