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DP 전역자의 잡설
여름의 폭염이 그리워지는 한파 속을 몇 시간째 방황하고있다.
입대 전엔 아무도 입지않던 롱패딩이 갑자기 유행을 탔나.
어설픈 사회인 흉내를 내는 더벅머리 청년 두 명은
롱패딩의 숲 사이에서 XXX일병을 찾고있다.
꼬깃꼬깃 서류봉투에서 탈영병의 파일을 꺼낸다.
주름도 안잡힌 빳빳한 베레모를 눌러쓴 채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너.
나는 너를 찾고싶다.
봉투에서 싸구려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한
너의 다른 사진을 꺼낸다.
너의 가족이 보낸 사진이다.
분명 두 사진 속 너는 모두 너다.
그런데 난 왜 두 사람으로 보이지?
그날로부터 10일이 넘게 너를 찾아다닐 줄은 몰랐다.
지금의 나와, 내가 인식하는 너 사이엔 3일의 시차가 있다.
나는 오늘 3일 전 너의 행적을 따라가고있다.
나는 너를 만나고싶다.
너가 남긴 잔상들과 나란히 걷는다.
너와의 시차를 줄이기 위해 오늘도
인천 시내 곳곳의 CCTV를 보았다.
거친 화질 속에 너의 실루엣이 보인다.
화면 속 너를 향해 미래의 너의 안부를 묻는다.
너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는 인천에 가본 적이 없다.
친척도 없다.
그래서 의아해하신다.
그러나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기존의 세계에서 너는 안식을 찾지 못한 탓이구나.
이것은 좋은 징조이자 안좋은 징조다.
널 찾는 두 남자는 끼니마저 거르며 시간을 뛰어넘는다.
시끌벅적한 피시방에서
비로소 너를 찾았을때
너는 우리를 알아보곤 두 팔을 내밀었다.
너는 너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발부한
종이쪼가리를 멍하니 응시했다.
그 사람은 너의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을 허락했다.
나는 너의 권리를 고지했다.
롱패딩의 숲에서 세 남자가 나란히 걸어간다.
그 날 너는 내게 물었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물음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여러 해가 지나고 나는 지독한 폭염 속을 지난다.
오늘 나는 그날의 한파가 그리워지는 폭염 속에서 방황하고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