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피곤한 신

미방
'네가 나를 벌할 자격이 있긴 있어?'
'왜 날 막지 못한 건데! 나에게 그런 낌새가 나타나기 전에 날 막았어야지!'
길거리에서 웃으며 총을 갈겨 사람들을 죽였던 그가.
아무렇지 않게 생명을 죽이며 자란 그가 신에게 한 말.
자신이 했던 짓을 그대로 돌려주어 처벌하며 몸을 되돌리고를 반복할 때 그가 신에게 한 말.
'신이라면 내가 그 미친짓을 하기 전에 막았어야지! 왜 날 진작에 막지 못한 건데!!!!'
그를 바라보던 작은 신은 한숨도 쉬지 않았다.
그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조그만 손으로 제 얼굴을 폭 덮고 짧게 혀를 찼을 뿐이다.
도대체가 자기가 한 짓에 반성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긴 한 걸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생명들을 해하고 자신은 즐겁게 지내길 바라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하며 신은 얼굴을 감쌌던 손을 내리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난 그냥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렇게 된 피해자라고 응?'
'.......'
작은 신은 순간 욕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꾸욱 삼켰다.
'넌 신이니까 알 거 아냐? 난 그냥 방치되어 큰 불쌍한 녀석인 거.'
'.......'
'왜 범죄자들은 대부분 알고보면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됬다고 하잖아? 예를 들면 학대라던가, 인간 관계라던가....나도 알고보면 세상의 피해자 중 하나라고'
온몸에 구멍이 뚫려 피를 쏟으면서도 잘도 새치혀를 놀리는 그의 말에 신은 처벌을 잠시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이 작은 신은 알고 있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이혼.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
그를 대신 키우던 조부모에게도 애정은 없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개미였다.
방치되어 크던 그가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아주 작은 생명이었다.
손톱으로 개미의 배를 터뜨려 죽이며 그는 희열을 느꼈다.
그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곤충, 그 다음에는 물고기, 그 다음에는 햄스터.
그의 조부모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 중 누구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천천히 단계를 올라가서 그가 여드름이 올라오는 사춘기가 되어.
개와 고양이를 잡아다 죽이는 수준까지 가버렸을 때.
그에게 정상적인 인간 관계는 불가능 하였다.
조금 더 커다란 것들을 죽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그런 생각을 하며 히죽이는 그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피하였다.
그는 혼자였다.
그렇게 자란 그는 뒷발을 잘라내어 기어서 도망치는 개를 총으로 쏘며 즐거워 하였다.
그리고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개를 보고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저것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저렇게 발버둥 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바란 그는 총을 든채 밖으로 나갔다.
'누구라도 나를 말려줬다면 난 평범하게 살았을 거야, 이건 내 책임이 아니잖아? 응?'
'......'
자신이 저지른 짓을 뻔히 알면서 죄책감도 반성도 그 어떠한 감정도 없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그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핑계 대지마, 네 죄는 죄야.'
네 말대로라면 온 세상이 너같은 놈으로 들끓겠다라고 작게 중얼이며 신은 그를 보내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넌 신이지?'
'...그래, 그리고 말 놓지마.'
그가 히죽히죽 웃으며 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 어린 신에게 이정도의 미친 존재와 대면하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정도로 최악인 존재는 처음이다라고 막연하게 느꼈다.
'너 같은 놈한테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좋은 존재로 태어나길 바라는 줄게'
'내가 사람들을 죽인 거랑 네가 내 몸을 찢어발기는 걸 반복한 거랑 뭐가 다른 거야?'
'.......'
신은 처음으로 들은 그 말에 그의 이마에 손을 대려다가 멈추었다.
'너도 나와 다를게 없어'
'.......'
신은 잠시 멈추었다가 그의 이마에 손을 대었고 그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너도 나와 다를게 없어'
신은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곱씹었다.
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작은 아이의 몸뚱아리에 우울한 감정이 차올랐다.
문득 죽어서 신으로 선택되기 전의 자신은 어떤 존재였나 고민하였다.
"......"
그러나 고민해봤자 그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강 죽었을 때 열 살 전후의 어린 남자아이였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신이니까 완전한 존재일까?"
누구도 듣지 않는 혼자만의 질문.
어린 신은 짓누르는 듯한 감각을 애써 밀어내고 그네에 앉아 발을 휙휙 놀렸다.
"....피곤해..."
몸이 아닌 마음에서 지쳐 신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어차피 생각할 가치도 없는 한심한 그의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신은 그것을 조금 깊게 받아 들였다.
자신에게 정말 이럴 자격이 있긴 한 걸까?
"하아....."
좋은 존재가 오면 나쁜 존재도 온다는 것을 신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다음에 오는 것이 조금 전 그보다 훨씬 더 밑바닥인 존재가 올수도 있다.
보자마자 아까 그놈은 차라리 나았어라고 생각될만큼 더욱 최악인 것이 자신에게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은 쓸데없는 바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좋은 존재가 오길 바라였다.
영혼에 처벌을 내릴 필요가 없는 존재.
동급생을 때려 죽인 학생, 아이를 화장실로 끌고가 죽인 남자 등이 아닌 그냥 단순히 반갑게 맞이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존재.
"이 다음에도 저딴 놈이 오면 난 진짜 쓰러질 거야...."
어차피 쓰러질 일이 없는 신의 몸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에.
이 작고 어린 신은 아까보다 더 크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출처 http://todayhumor.com/?panic_8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