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 3

미방
최근들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도 모르는 이상함.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있고
모든 것이 바뀐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존재가 스쳐지나간듯
조금은 달라보이는 그런 풍경.
옛날이라면 아무런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몇년동안 스토킹에 시달려왔던 나로선
불안감은 방구석에 시커먼 곰팡이마냥 나타나서 사라지지질 않습니다.
어쩌면 밤마다 그 여자가 나타나
내 머릿가에 앉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 돋을 정도입니다.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몇번 했으니
이제는 더이상 나를 찾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여자는 아직 나에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걸까요.
어제는 옆집 여자가
'밤에는 재발 영화소리 좀 줄이세요!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잘 때 그런 소리가 들리면
얼마나 신경쓰이는지 아세요?'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TV가 켜져있는 것을 보았지만
어제도 그제도 잠이 오질않아 수면제를 먹고도 술을 마신터라
당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술마신 자리를 치우고
이부자리에 몸을 누인 것뿐입니다.
TV따위는 튼 기억이 없는데....
나는 며칠전 설치해놓은 블랙박스를 떠올립니다.
밖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지만
수면제를 먹고도 잠이 오지않을 때 술을 마시면
집안에서 물건을 잊어버립니다.
네네. 어이없는 일이란 걸 압니다.
출근해야되는데 열쇠를 찾지못해서 결국 지각해버린 날도 있습니다.
어지간한 물건이라면 돌아와서 찾을 작정으로 출근해버리지만
열쇠의 경우는 매우 난처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경품으로 받았던 블랙박스를 떠올렸지요.
차를 사면 달아놓으려고 했지만
방구석에서 방안을 촬영하고 있다니.... 씁쓸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선 집이고 직장이고 버려야했으니까. 어쩔수 없지요.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모두에게 내 상황을 전하기도 해봤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가족도 나를 믿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도망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쓰려와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병 꺼내옵니다.
별거 아닐꺼야.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초조합니다.
컴퓨터를 켜고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을 불러옵니다.
영상을 살펴보니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과 그리 다를거 없는 모습입니다.
순간 긴장이 풀려 허탈한 웃음이 나옵니다.
'거봐. 어제도 술마셨구만.'
술이 거나하게 취한 영상속의 나는 술상을 치우고 불을 꺼버립니다.
불이 꺼져버린 화면에 무엇하나 녹화될리 없습니다.
나는 영상을 닫아버리고 소주한잔을 들이킵니다.
이대로 잠들은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켜져있던 TV가 떠올랐습니다.
그럼 TV는?
순간 술이 확 깨버린 나는 영상을 빠르게 돌렸습니다.
어둠속.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블랙박스의 위치를 모르는 듯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화면은 온통 까만색이라 내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화면에 언듯언듯 스쳐가는 그 무언가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그 여자다. 그여자야.
어떻게 알아낸거지?
나를 어떻게 찾아낸거지?
도대체 저기서 무엇을 하는거야!
...하지만. 아직 TV가 켜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TV 화면의 빛을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영상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맥주잔에 따른 소주가 벌벌 떨립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소주를 들이킵니다.
그리고 번쩍.
TV가 켜졌습니다.
TV는 켜졌지만 TV에서는 영화따윈 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리고 번쩍.
방의 불이 켜졌습니다.
방에 서있는 것은 바로 나.
영상속의 나는 방의 불을 켜고
집 한구석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얼마 걸리지않아 조그마한 상자를 찾아내고
주저앉아서 상자의 내용물을 바라봅니다.
화질이 낮아서 알아볼 수는 없지만....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합니다.
나는 영상을 끄고 영상속의 내가 뒤지던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곳에 놓여진 조그마한 상자에는
썩어버린 피가 말라붙어있는
그 여자의 주민등록증이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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