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 - 2

미방
나는 내 아이가 왜 이랗게 우는지 알 수 없었다.
나와 내 아내의 아이는 태어날 적 부터 쉬지않고 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아이는 누군가가 꼭 안아줄때는 조용히 잠들었지만
품 안에서 벗어나면 금세 깨어나고 쉬지않고 울곤 했다.
처음에는 단지 방금 태어난 아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1년이 지나고 보니 이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1년간 나와 내 아내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기 전보다 5kg이상 야위어 버렸다.
심지어 가끔은 아기가 죽이고 싶을만큼 미울때도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난 이후로 2시간 이상 잠든 적이 없다.
심지어 그는 먹다가도 울곤한다.
난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의사를 찾아갔다.
왜 이렇게 아이가 우는지 그 원인을 알고싶었다.
더 이상 있다가는 나도 아내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의사는 여러가지 검사를 시도했다.
MRI, CT, 초음파 등등...
하지만 그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심지어 의사는 다른 아기에 비해서 아기가 월등히 뛰어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마저 지껄였다.
네가 키워본다면 알겠지.
나는 병원에는 다시 가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병원에 가면 아기는 정말 죽을만큼 울어댔으니까.
나와 아내는 아기를 유심히 관찰했다.
왜 사람의 품안에서만 잠이 드는 것일까.
잠시만 놓아두면 쉬지않고 울어대는 것일까....
우리는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아기에게 장난감을 쥐어주려도고 해보고
더 맛있는 (심지어 건강에 나쁠지라도) 음식을 주기도 하고
아내는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사실 나는 자장가를 잘 알지 못한다.
언젠가 아내는 나에게 하룻밤만 부탁한다며
그를 나에게 맡기고 방문을 걸어잠궜다.
이틀동안 아내에게만 맡겨놓은 내 잘못도 있었지만
나는 너무나 화가 났기 때문에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고
그에게 락음악이 담긴 헤드셋을 씌워주었다.
나는 그가 더 큰 울음소리로 아내를 깨워주길 바랬지만
오히려 그는 편안하다는 듯 이내 잠들어버렸다.
이건 기적이야!!!
난 생각했다. 드디어 해결책을 찾은거라고.
나는 서둘러 침실로 돌아가 내 발견을 아내에게 전했다.
드디어 -어쩌면 아기의 청력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항상 시끄러운 락 음악속에 빠져 살았다.
심지어 이녀석은 헤드셋만 씌워주면 밥 먹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울지도 않고.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았다.-거의 대부분 빠는 것을 멈추지 않지만.-
이전에 비해 그는 너무나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다만 항상 락음악이 터져나오는 헤드셋을 항상 끼고 있을뿐.
잠도 잘자고, 놀기도 잘하고, 먹기도 잘먹었다.
1년동안 그는 헤드셋을 거의 벗은 적이 없다.
가끔은 헤드셋 없이도 잘 지내곤 했지만
이내 울어버리곤 했기 때문에
그가 울기 시작하면 우리는 아무말없이 -암묵적인 동의하에- 그의 머리에 헤드셋을 씌우곤 시끄러운 락음악을 틀어주었다.
자장가를 불러줘도 잠들지 않던 녀석이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한다니....
어쩌면 커서 락음악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거의 반쯤 미친걸지도 모른다. 거의 1년 넘도록 제대로 잠을 못잤으니...-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그런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나는 내 친척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항상 나를 돌봐주시던 분이기 때문에
찾아가봐야된다는 생각에
그에게는 헤드셋을 씌우고 -심지어 그는 데스메탈을 가장 좋아했다-
충분한 준비-물론 충분한 건전지-를 갖추고 돌아가신 친척을 찾아가기로 했다.
돌아가신 친척의 장례식은 매우 성대하게 치뤄졌다.
심지어 독실한 크리스챤이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이뤄진 장례식은
엄숙하다 못해 너무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아이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싶었지만
입구에서 다른 친척에게 저지당했다.
그건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였지만
나는 헤드셋을 벗기면 아이가 운다고 설명했고
당연히 내 친척은 그 이야기를 믿지 못한채 내 아이의 헤드셋을 벗겨줄 것을 강요했다.
-물로 그의 입장은 이해된다. 하지만 나로선 걱정될 수 밖에 없던 일이다.-
다시한번 놀라게 된 것은
교회안으로 들어온 아이가 놀랄만큼 잠잠했다는 것이다.
헤드셋을 벗겨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울지 않았다.
아무 얌전하게 장례식 도중 한번도 울지않았고
오히려 나보다 더 엄숙한 표정을 짓고
내가 느끼는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친척의 얼굴을 보러가려는 찰나
아이가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어찌할바를 몰랐지만
아내는 같이 오지않았고
다른 친척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돌아가신 분에게 헌화라도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H야.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난 돌아가신 그분에게 인사를 해야된단다.'
그러나 역시나 그는 멈추지않고 엄청난 소리로 울어댔다.
주변의 친척이 몇분 나섰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결국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게 다시 헤드셋을 씌워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헤드셋을 씌워줬음에도 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의 얼굴에 가까이에 와서는 거의 숨이 막힐정도로 울어대서
나는 결국 돌아가신 친척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압빠'
'응. 그래 압빠'
여전히 그의 귀에는 헤드셋이 씌워져있었지만
그는 내 이야기를 전혀 문제없이 들었다.
처음으로 나는 내 아이의 청력을 의심했다.
그의 귀에 헤드셋에서는 Dream Evil의 In the Bool of Heavy Metal이라는 노래가 나에게 들릴정도였으니까.
'압빠'
'응. 그래 내가 너의 아빠란다.'
'엄마도 해봐. 여기 엄마도 있어'
'압빠, 압빠, 압빠'
'압빠!!!!!!!!'
그는 나에게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순간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내는 한번도 아이에게 아빠란 말을 가르친적이 없었다는 것...
도대체 그는 어디서 '아빠'란 단어를 들었던 것일까.
적어도 헤비메탈 음악에서 아빠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아빠!. 압빠!. 압빠!'
그는 몇번이고 소릴 질렀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S씨 집입니까?'
'예. 접니다만, 누구신지요?'
'예... ***경찰입니다만.... 뭐 좀 물어볼 수 있을까해서요.'
'네? 무슨일이시죠?'
'사실은 어제 윗층에서 실종사건이 있었습니다. 어제 실종됐다고 하는데
아파트 감시카메라를 아무리 뒤져도 계단으로도 엘리베이터로도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곳에 있지않나 싶은 마음에 단지 여쭤보려고 들렀습니다.'
'압빠!'
나는 갑작스런 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우리집 천장을 가리키며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간 윗층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사실은 들리지 않았지만-
윗층의 집을 한번 둘러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나도 확신은 없었지만-
가능하다면 최대한 샅샅히 뒤져주시기 바란다고 -이건 거의 도박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충분했다.
윗층의 아가씨는 침대밑에 숨겨져있었다.
치정관계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다.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내 증언이 윗 층의 사람에겐 불리하게 적용된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 아이가 말하던 한 마디를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나를 아빠라고 부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그가 들어오던 소리를 그저 들려준 것뿐이리라.
경찰은 처음에 나를 의심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며칠전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내가 들은 소리라는 것을 들릴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가 들은 소리는....
죽은 자들의 고통 소리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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