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알라딘 설화, 거구귀(巨口鬼)와 청의동자(靑衣童子)

거구귀(巨口鬼)는 이름 그대로 입이 아주 큰 요괴인데, 그 입이 얼마나 컸는지 윗입술은 하늘에 닿고 아래 입술은 땅에 닿았다고 전해진다.
거대한 입에 무시무시한 외관을 하고 있으며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악한 요괴는 아니지만 만약 거구귀의 화를 돋군다면 당신을 순식간에 집어삼켜 그 안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고 한다.
이 거구귀는 특별한 설화가 하나 전해져 내려오는데 바로 비범한 사람을 만나면 청의동자(靑衣童子)로 변신해 그사람을 보좌하고 수호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설화에 관련된 사람이 바로 문충(文忠) 신숙주(申叔舟)이다.
어느날 신숙주가 여러 벗들과 함께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성균관으로 향하고 있던 그때, 눈앞에 커다란 거구귀가 길 한가운데로 막고 입을 떡벌리며 서 있는것이 아닌가
거구귀의 커다란 입을 보고 신숙주의 벗들은 공포에 질려 모두 도망갔으나 신숙주는 무서워하지않고 그대로 곧장 거구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 거구귀와 신숙주 -
그렇게 거구귀의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청의동자가 나타나 절을 하며 시키는 대로 할테니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신숙주가 이를 승낙하자 청의동자는 그 후 신숙주를 따라다니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 신숙주에게 데려가달라고 부탁하는 청의동자 -
신숙주는 그렇게 청의동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청의동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며 청의동자는 신숙주의 옆에 붙어서 식사를 함께 했지만 먹는 소리는 들려도 식사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신숙주를 따라나선 청의동자는 자신의 능력으로 신숙주가 장원에 급제하게 도와주었고, 또한 그에게 일어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모두 손을 써 두었다.
한 예로 신숙주는 세종 때 왜나라의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때 조선에서 왜나라로 가기 위한 뱃길이 워낙 험하여 모두 신숙주를 걱정하였다.
하지만 신숙주는 의외로 담담하였는데 청의동자를 시켜 왜나라로 가는 해로와 육로를 미리 다 조사하게 하여 사고 없이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숙주는 청의동자가 미리 안전한 길을 알아봐 준 덕분에 무사히 왜나라를 다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 사신으로 가는 길을 미리 조사하러 가는 청의동자 -
그렇게 세종때 과거에 급제한 신숙주는 여러사건에서 살아남으면서 문종, 단종을 거쳐 세조때에 이르러 최고 관직인 영의정까지 올랐으며 예종, 성종때까지 영의정을 지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신숙주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자 청의동자는 울면서 하직인사를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얼마 안있어 신숙주 역시 죽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신숙주는 죽기 전에 자손들에게 “내가 죽으면 내 제사상에 청의동자의 상을 하나 더 차리도록 하여라”라고 유언을 남겨 부탁하였다.
그래서 그 자손들은 신숙주의 유언에 따라 신숙주의 제삿날이면 반드시 따로 한상을 차려 청의동자의 제사도 함께 지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