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본사 입사 지원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시렵니까.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취준 중인 침순이입니다.
저는 (일본문화계) 오타쿠입니다. 초딩 때 오오츠카 아이의 노래를 들으며 제이팝에 입문했고, 그 때 히라가나를 뗐습니다. (가타카나는 어려워서 패스함)
그 시절 많은 K-초딩들이 그러했듯 저도 닌텐도 DS 라이트 오우너였고, 저의 포켓몬스터 펄기아 플레이타임은 600시간이 넘었습니다.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엔 지브리 영화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른 나이에 타향살이를 하며 우울할 땐 지브리 영화를 보면서 닌텐도를 갖고 놀았습니다. 그런 만큼 한동안 제 인생은 닌텐도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닌텐도가 없었다면 제 인생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닌텐도 덕에 힘든 일을 버텨낼 수 있었던 적이 성인이 되어서도 많았거든요.
일본 문화와 게임 전반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가, 코나미, 캡콤의 게임에도 발을 담갔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애틋한 법이죠. 닌텐도라는 걸 처음 손에 쥐었던 2007년으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마음 속 1등 게임은 닌텐도의 포켓몬스터입니다.
이런 오타쿠걸인 제가 어쩌다보니 일본으로 대학을 오게 되어, 신입 공채(新卒)로 닌텐도 본사에 지원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닌텐도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회사이기에, 개발직이 아닌 이상 외국인이 입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들 합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해볼 순 있잖아요?
최종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감히 꿈꿔볼 수도 없었던 닌텐도가 지금만큼은 손끝이라도 닿는 곳에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서
몇주 전 입사 가지원(プレエントリー)을 했었더랬죠.
그러고 나서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열흘 쯤 전에 입사 본지원(本選考エントリー)이 열렸다는 메일이 왔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이번 겨울방학에 이력서 쓰다 죽겠구나 하고 넘겼죠. 근데 이게 웬걸?

며칠 전 닌텐도 본사에서 우편물이 날아왔습니다.
난 아직 본지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뭐지??? 싶었습니다.
스캠인가 싶어서 봉투를 아무리 살펴봐도 닌텐도 본사에서 보낸 우편물이 분명했습니다.

봉투를 열어 보니 이런 게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입사 가지원을 완료하신 여러분께
닌텐도 주식회사 인사부
노벨티 배송의 안내
신규채용에 가지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사에 관심을 가져 주신 학생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벨티를 보내 드립니다.
[배송품]
*닌텐도 소개카드
*케이스
앞으로도 닌텐도를 사랑해 주시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본지원도 아니고 가지원을 했을 뿐인데 지원자 전원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회사가 있다니요?? 띠용??
어차피 못 갈 회사이지만 감사감사..충성충성..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포장을 뜯었습니다.


중요한 내용물인 카드 케이스와 그 내용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케이스 자체는 적당한 재질의 명함 케이스 느낌입니다.
열자마자 보이는 빨간 컬러의 닌텐도 명함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사실 처음 보자마자 감동받아서 울 뻔 했습니다 닌흑흑


소개 카드가 알차게도 들어 있었습니다. 하긴 닌텐도니까 소개할 거 많겠죠!?
첫 번째 카드는 후루카와 사장님의 인사로 시작합니다.





마리오, 스플래툰, 젤다, 동물의 숲, 피크민을 담은 카드입니다.
게임회사답게 명함=직사각형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집니다.
여담이지만 모든 카드가 알차게 양면인쇄되어 있었습니다.



다음은 마리오카트&동키콩 시리즈, 와리오 시리즈&파이어 엠블렘, 링피트&스위치 카드입니다.
닌텐도의 유명 IP들을 한눈에 보고 있자니 약간 대난투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제 취준을 곁들인…


거의 마지막입니다.
닌텐도의 본질에 가까운 요소들의 나열이라고 느꼈습니다. (대표 IP 모음, 화투패, 역대 기종들, 마리오와 본사 건물)


마지막 카드 한 장입니다.
닌텐도 팬은 물론이고 게임 좀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미야모토 시게루 선생님입니다.
뒷면에 쓰인 글을 번역하자면 이렇습니다.
게임 만들기의 현장으로부터
게임 만들기는 고도의 기술과 일체(一体)이기 때문에, 급격한 진화를 이뤄 왔습니다.
본래, 자유로운 발상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었을 것이 분명한데, 언제부터인가, 기술의 발전 = 상품의 매력이라는 도식이 개발현장을 지배해버리는 경향이 엿보입니다.
당사는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유니크하면서도 자유로운 발상에 의한 창조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기쁘게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의 집단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약간의 불안이 있는 사람도, 개성과 발상에 자신이 있다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봐 주세요.
기회는 많습니다.
저같은 사람 보라고 쓴 게 맞군요. 저만 불안한 거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저같은 일개 취준생따리에게 선물 보내 준 것도 고마운데 이런 편지까지 써서 보내주다니 정말 왕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 주에 세가 면접 보러 갑니다. 푸하하!
그래도 닌텐도 공채도 열심히 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가 보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대학생, 취준생 여러분 힘냅시다. 아자아자 화이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