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이야기 ep.1] 체스 기본 룰

[체스 이야기 ep.0] 체스 아는 척 잘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이 글의 목적은 <체스 잘 몰라도 볼 수 있는 글> 이었지만 그래도 기본 룰 정도는 알아야겠죠?

체스를 처음 접할 때,  “체스는 서양 장기”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만큼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본격적으로 룰을 설명하기 전에, 한국의 놀이인 장기와 서양의 게임인 체스가 이렇게나 많이 닮아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그리고 또 한 가지…

象? 한국 놀이에 코끼리가 웬 말??

이 두 가지 이상한 점은 사실 연결되어 있습니다.

<태초에 차투랑가가 있었으니…>

체스와 장기, 그리고 샹치 쇼기 등등은 모두 인도의 “차투랑가”에서 유래했습니다.

동쪽으로는 중국에서 샹치, 한국에서 장기, 일본에서는 쇼기로,

서쪽으로는 체스로,

여기서 끝이 아니라 동남아로 뻗어가서 다양한 게임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장기에 코끼리가 남아 있는 것이죠!

이제부터는 장기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체스의 기물 움직임을 설명하겠습니다.

체스의 영혼, 폰입니다.

장기의 졸, 병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 폰은 전진만 가능하다. 뒤나 옆으로 갈 수 없다.
• 폰은 이동과 공격이 다르다. 가장 가까운 대각선 앞 칸(왼쪽 대각선과 오른쪽 대각선 두 칸)을 공격하며, 즉 대각선 앞 한 칸에 있는 기물을 잡으면서 그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 가장 마지막 랭크(열)에 도달하면 폰, 킹을 제외한 기물로 변화한다. 이를 프로모션(promotion, 진급)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많이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있습니다.

• 폰은 첫 수로, 두 칸을 전진할 수 있다.
• 폰이 두 칸을 전진할 때, “앙파상을 적용할 수 있다.”

하스스톤 유저라면 그래도 들어 봤을 “앙 파상”입니다. 앙 파상은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동네에서 체스 두면 “야!! 사기 치지마 그딴게 어딨어!” 소리 듣는 규칙입니다.

앙 파상의 핵심은 “폰이 두 칸 이동했을 때, 한 칸 이동했다고 치고 폰으로 잡을 수 있다.”입니다.

폰이 두 칸 이동하는 것도 예외 규칙이었죠? 앙 파상은 예외의 예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뇌피셜)

앙 파상은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앙 파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 수에 할 수 없습니다. 폰이 두 칸 이동한 다음 수로만 가능합니다.

사실 초보자는 몰라도 상관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앙 파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참기 힘듭니다.

뭐임

앙 파상 구글에 쳐봐

아니 나도 앙 파상이 뭔지는 알아 멍청아 너 방금 1수 메이트 놓쳤잖아

다음은 나이트입니다.

나이트는 장기의 마(馬)와 비슷합니다.

날 일(日)자 행마라고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설명일 것 같습니다.

FIDE(FIFA 체스 버전)에서는 “현재 있는 위치와 같은 가로행, 세로열, 대각선이 아닌 칸 중 가장 가까운 칸으로 이동”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정의는 "퀸이 갈 수 없는 칸 중 가장 가까운 칸”과 동치입니다. 그래서 퀸과 나이트를 조합하면 무시무시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마(馬)와 다른 점은, “멱”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중간에 아군이나 적군이 있어도 상관없이 뛰어넘어 갑니다.

비숍과 룩, 퀸, 킹은 다들 알거라 생각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야!! 아까 한 번 봐줬더니 이제는 아예 두 개를 동시에 두네? 뒤질래?”

“캐슬링”입니다.

• 킹과 룩 사이에 기물이 없어야 한다.
• 킹과 룩이 한 번도 안 움직였어야 한다.
• 체크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 킹의 이동 경로도 공격받는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할 시 그림과 같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킹을 룩 쪽으로 두 칸 옮기고, 룩은 반대방향 한 칸 옆으로)

킹사이드 캐슬링은 그래도 많이 아는데, 퀸사이드 캐슬링까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가능한 수입니다.

앙 파상과는 다르게 정말 많이 두어집니다. 캐슬링을 하는 경기가 대부분입니다.

행마법은 이쯤하면 된 것 같고, 다음은 경기 방법입니다.

기물 위치는 외우세요. 보드 중앙을 기준으로 선 대칭입니다. 킹과 퀸이 마주보게 두면 안 됩니다!

자신의 오른쪽 아래에 밝은 칸이 와야 합니다. 저는 “퀸 색깔”로 봅니다. 백은 퀸이 밝은 칸에 있어야 하고, 흑은 퀸이 어두운 칸에 있습니다.

킹은 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체크를 피할 수 있는데 안 피하거나, 상대방이 공격하고 있는 칸으로 킹을 움직이는 것은 반칙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킹을 잡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 만들어집니다. 체크를 피할 수 없으면 그 즉시 게임이 끝납니다.

체스를 이기는 방법(실격 등을 제외하면)은 세 가지입니다.

1. 시간승
2. 기권승
3. 체크메이트

턴을 넘길 수 없다.

이 룰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두 가지 개념이 파생되는데요.

첫번째는 추크츠방(zugzwang, 악수강요)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수를 두어도 손해인 상황을 만드는 전술입니다.

두번째는 스테일메이트입니다. 둘 수 있는 수가 없다면 게임이 무승부로 끝납니다.

“야!!! 내가 이긴건데 왜  또 비겼대 이제 걍 니랑 안 해 ㅅㄱ”

위에서 설명했듯이, 상대방이 공격하고 있는 위치로 킹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턴을 넘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둘 수 있는 수가 없기 때문에 스테일메이트로 무승부로 끝납니다.

스테일메이트와 체크메이트를 헷갈려 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체크 유무입니다.

체크메이트는 “피할 수 없는 체크(킹에 대한 공격)”입니다. 스테일메이트 상황에서는 체크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같은 상황이 세 번 반복되면(3회 동형) 비긴다.

“같은 수”가 아니라 “모양”이 중요합니다. 한 게임에서 같은 모양이 세번 나오면 비깁니다.

한 번 잡은 기물은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

동네 체스에서는 그닥 중요한 룰이 아니긴 합니다.

그 외 세세한 룰이 있긴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는 내용은 뺐습니다. 체크메이트할 기물이 부족하면 비긴다. 이런 룰은 너무 당연하죠?

그리고, “체크할 때 체크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반칙” 이딴 룰은 없습니다.

다음은 개억지 주장입니다.

백 비숍이 흑 킹을 잡으러 떠나는 것은 자신의 킹을 룩의 공격에 노출시키므로, 흑은 비숍 체크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아닙니다. 절차적으로 흑 킹이 잡히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킹은 잡을 수 없다며? 라고 말꼬리 잡으면 곤란합니다. 참고로 실화)

킹은 체크를 피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폰이 룩으로 프로모션한 상황, 캐슬링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므로 백은 캐슬링이 가능하다.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로 캐슬링(vertical castling)이라는 일종의 농담같은 겁니다.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비숍으로 앙 파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역시 불가능합니다. 이건 스타크래프트의 “준위드립”같은 겁니다.

이쯤 하면 기초 규칙은 다 설명한 것 같습니다. 빠진 부분이나 틀린 부분이 있으면 “1400따리가 그렇지 뭐”하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항상 감사하십시오 and I also 체스조아